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역에서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유명한 백령도 사곶해변을 비롯해 백령·대청도 전역에서 생태계 교란 생물인 ‘가시박’이 다량 발견됐다.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이를 발견한 환경단체들은 가시박의 강하고 빠른 번식력을 감안해 인천시와 옹진군은 물론 문화재청 등까지 모든 관계당국이 나서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27일 성명서를 내고 “생태교란종인 가시박이 발견된 사곶해변의 본래 모습을 지키고 백령·대청도의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한강유역환경청과 인천시, 옹진군 문화재청이 적극행정을 통해 신속히 대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반도 최서단에 있는 백령도와 대청도는 서해 섬들 중에서도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섬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천의 깃대종 5종 중 3종(점박이물범, 대청부채, 저어새)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현재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확인되는 조류 법종 보호종은 42종으로, 우리나라의 조류 법적보호종 총 73종 중 절반 이상이 확인된 만큼 보호가 필요한 조류의 주요서식지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인천환경운동연합 측 설명이다.
또 백령도와 대청도는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명승인 두무진을 포함해 사곶해변, 콩돌해안, 농여해변과 미아해변, 옥죽동 해안사구와 같은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천연기념물들이 있다.
특히 사곶해변은 아주 고운 모래 입자가 쌓여 이루어진 해안으로, 한국전쟁 당시 비상 활주로로 이용됐던 ‘천연비행장’이기도 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24일부터 26일까지 ‘추계 백령·대청 생물 모니터링’ 활동을 벌였는데 이 활동 중 사곶해변을 포함한 백령도·대청도 전역에서 생태계교란 생물인 가시박을 다량 발견했다.
생태계교란 생물은 위해성평가 결과 생태계 등에 미치는 위해가 큰 것으로 판단돼 환경부장관이 지정·고시하는 것을 말한다.
북미 원산의 박과 식물로 ‘한해살이풀’에 해당되는 가시박은 본디 줄기가 약한 안동오이에 접붙이기를 해 줄기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들여왔던 식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접붙이기 작업에서 실패한 개체들이 조금씩 버려진 것이 자연에서 번식했고 결국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식물로 문제가 되기까지 했던 것.
특히 줄기의 길이가 4~8m에 이르는 덩굴식물의 특성 상 주변 식물들을 타고 올라가 광합성을 방해하고 타감물질을 내뿜어 다른 식물들을 고사시키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번식력도 뛰어나, 방치되면 몇 년 안에 주변부를 완전히 뒤덮기도 한다.
환경단체들은 천연기념물인 사곶해변의 본래 모습을 보존하고 백령도와 대청도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태계교란 생물인 가시박을 신속하게 방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역환경청장이나 지방환경청장은 생태계교란 생물의 관리를 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방제의 요청은 한강유역환경청이, 조치는 인천시나 옹진군의 몫이 될 것이며 천연기념물의 관리는 문화재청의 역할인 만큼 관계당국 모두가 빠른 조치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