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과 인천여성가족재단(이하 ‘여가재단’)의 연구기능 통합을 강행하는 데에 시민단체들이 줄지어 비판 성명을 내는 분위기다.
인천여성민우회와 인천여성노동자회, 인권희망강강술래 세 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인천여성연대(이하 ‘여성연대’)’는 최근 논평을 내고 “현재 졸속으로 추진 중인 여가재단으로의 사회복지정책 연구기능 이관·통합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시는 최근 여가재단 정책연구실 산하에 복지정책연구팀을 신설하고 사서원 정책연구실의 정원과 사무를 여가재단의 신설팀에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합계획을 전제로 ‘인천시 여성가족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사회복지정책 및 사회서비스 관련 연구·개발은 사서원이 아닌 여가재단이 맡게 되는 구조로 변경된다.
시는 이 통합이 “공공기관의 효율성 제고와 여성·가족·복지정책 등 전반적인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고 는 입장이나 사회복지정책 및 사회서비스 업무가 냉정히 사서원의 역할임에도 이를 무시하는 통합이라며 지역사회는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평복연)’ 역시 “연구조직 통합계획을 검토해 보니 시 행정에 대한 불신을 오히려 키울 가능성이 높은데다 해당기관의 전문성은 저하되고 조직운영의 혼란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통합에 반대성명을 낸 바가 있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여성연대 측 의견도 전반적으로는 평복연과 비슷하다. 시의 통합계획은 ‘성평등한 인천 실현’을 위해 설립된 여가재단 본연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여성 및 가족정책의 연구기능이 축소되거나 여성정책에서 ‘여성’이 지워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가재단은 성평등한 인천 실현을 위해 여성 및 가족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여성의 교육과 복지증진,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그간 인천의 여성계 활동가 일원들은 지역 여성정책에 대해 사회복지정책의 여러 영역 중 하나가 아닌 독자적인 영역으로 사회복지정책의 성인지 관점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여성연대는 “10여년 전 인천의 여성계가 여가재단을 설립을 위해 노력한 이유가 있는데, 효율성을 운운하고 여가재단의 정체성을 흔들며 밀어붙이는 연구기능 통합은 인천시의 행정편의적인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연대는 중요한 계획이 수립되기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시 혁신과제’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강행한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가재단은 지난해 말 운영위원회에서 연구기능 통합계획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여성정책과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여성계와 복지계의 공론화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여성정책과는 4월 중에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나 여성연대는 두 기관의 연구기능 통합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여성정책과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이를 제안한 시정혁신단이 그 과정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논리다.
또 인천시는 여가재단의 설치 목적과 주요 사업에 사회복지 관련한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여성가족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이 조례안은 5월에 개정 논의가 이뤄진다.
그렇다면 4월 연구기능 통합이 이뤄진 후에야 근거가 마련되는 것인데 관련 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식으로 통합을 먼저 밀어붙이며 기본적인 행정절차도 지키지 않게 된다는 것이 여성연대의 ‘절차상 졸속행정’의 지적이다.
여성연대가 가장 우려하는 ‘여가재단의 정체성과 전문성 훼손’의 문제는 일전에 평복연에서도 지적한 바가 있는 부분이다.
여가재단이 성평등 정책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정책 설계와 연구 등의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어 지역 여성계는 여가재단의 성평등 정책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두 기관의 연구기능이 통합되면 여성정책은 사회복지정책이라는 방대한 정책 중 하나의 영역으로 취급될 것인 만큼 정책 추진 동력이 더욱 약화할 것은 자명하다는 의견이다.
또 사회복지정책 연구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라는 정체성이 현재 명칭인 ‘여성가족재단’에는 드러나지 않아 이를 빌미로 명칭을 변경하려 할 것이고 ‘여성’은 지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성연대는 현 윤석열 정부가 강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가족부 폐지’처럼 ‘여성’을 지우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라가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고 밝혔다.
여성연대 측은 “시 소관부서도 여가재단은 여성가족국이, 사회복지정책은 보건복지국으로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전달체계에 혼선이 생길 우려도 큰데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상 두 기관을 합쳐 놓는다고 해서 과연 통합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통합 연구가 필요하다면 각 연구실 간 통합 연구과제를 산출하고 협업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또 일전에 평복연이 지적했던 여가재단과 사서원의 직급 임금체계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졸속통합을 추진할 경우 조직구성원 간의 갈등과 위화감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함께 나타냈다.
여성연대는 이러한 우려들을 이유로 인천시에 ▲여가재단과 사서원 연구기능 통합계획 추진 중단 및 원점 재검토 ▲당사자, 여성계, 시민사회, 복지계가 참여하는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 마련 ▲여가재단의 성평등 정책 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 위한 적극 지원 등을 요구했다.
여성연대 관계자는 “우리는 인천시의 통합 계획과 조례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은 물론 통합계획이 철회될 수 있도록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아직까지 여성연대 및 앞서 평복연의 통합 비판 성명 등에 대한 시의 ‘공식적인 반론’은 없는 상태다. 시민사회는 이 역시 유정복 인천시장과 인천시 집행부가 보여주는 ‘불통행정’의 일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