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과 인천여성가족재단(이하 ‘여가재단’)의 연구기능 통합을 강행하는 것에 시민단체가 비판의 입장을 냈다.
연구조직 통합계획을 검토해 보니 시 행정에 대한 불신을 오히려 키울 가능성이 높은데다 해당기관의 전문성은 저하되고 조직운영의 혼란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는 21일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가 사서원의 정책연구실을 여가재단으로 이관하기 위해 ‘사서원-여가재단 연구기능 통합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문제가 많다”고 표명했다.
최근 인천시는 이 같은 통합계획을 수립한 뒤 시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내용이 담긴 ‘인천시 여성가족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가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여가재단 정책연구실 산하에 복지정책연구팀을 신설하고 사서원 정책연구실의 정원과 사무를 여가재단의 신설팀에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사회복지정책 및 사회서비스 관련 연구·개발은 사서원이 아니라 여가재단이 맡게 되는 것이다. 시는 이 통합이 “공공기관의 효율성 제고와 여성·가족·복지정책 등 전반적인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고 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정책 및 사회서비스 업무가 냉정히 사서원의 역할임에도 이를 무시하는 통합이라면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평복연 역시 기본적으로 이 같은 입장 하에 시 행정에 대한 불신, 각 기관의 전문성 저하, 조직운영의 불안정 등을 우려했다.
평복연은 이번 통합계획에 대해 “시의 무원칙적이고 일관성 없는 탁상 행정운영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시는 2019년 복지 분야 조사·연구와 정책개발을 위해 인천복지재단(이하 ‘복지재단’)을 설립했는데 이듬해 시는 복지재단에 사회서비스 기능을 더해 복지재단을 인천사서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복지재단의 핵심기능인 복지정책 연구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시민사회와 복지계의 우려와 반대가 있었지만 시는 “복지재단의 연구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며 ‘통합’이 아닌 확대·개편”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이를 강행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번 통합은 과거 그렇게 통합한 지 불과 3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연구조직을 분리하겠다는 것인 만큼 시가 사실상 ‘갈지(之)자의 오락가락 행정’을 자초해 사회서비스원 인력과 조직운영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평복연은 “이번 통합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중요한 계획이 수립되기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 한번 없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평복연 측은 시 복지정책과에 통합 관련 문의를 할 때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라는 답변만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또 ‘사실상의 이관 당사자’인 사서원 정책연구실 직원들과 사전 협의과정도 거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시민사회에서 공론화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하자 그제야 시는 “4월 중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한 수 물러서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평복연은 “연구기능 통합을 4월에 마무리할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가 형식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된다”는 입장이다.
절차상의 문제 역시 지적할 만한 부분. 현재 시는 관련 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단계를 밟고 있는데, 이는 5월에 개정 논의가 이뤄진다.
그렇게 되면 4월 연구기능 통합이 이뤄진 후에야 근거가 마련되는 것인데 사업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통합을 먼저 밀어붙이는 등 기본적인 행정절차조차 무시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사서원과 여가재단은 전문 연구 영역부터가 다르기도 하다. 사서원은 사회서비스를 포함한 사회 복지정책 전반이 연구 대상인 반면, 여가재단은 여성, 아동·청소년, 가족이 중심이다.
소관 부서 역시 복지국과 여성가족국으로 각기 다르다. 평복연도 이 점을 들어 “여성가족 정책이 중심인 여성가족국의 지휘를 받게 될 경우 범위가 훨씬 넓은 사회복지 관련 연구 범위와 내용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현재 사회서비스원법 제10조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의 사업은 ‘지역 내 사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 및 교육사업 지원’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인천사서원의 연구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사서원의 고유 업무를 저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평복연은 “시의 설명해도 통합 연구가 필요하다면 각 연구실 간 통합 연구과제를 산출하고 협업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또 사서원과 여가재단이 채용조건과 직급체계, 임금체계가 모두 다른 상태에서 시가 우선 통합 후 처우 및 직제 등을 나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또한 논란이 될 수 있다. 선후가 잘못됐기 때문.
보수체계 등 세부적 운영에 대한 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통합을 추진한다고 전제하면 각기 다른 임금과 직급체계로 조직구성원 간의 갈등과 위화감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의 사례 중 지난해 사회서비스원, 평생학습진흥원, 여성가족재단, 청소년지원재단 등 4개 기관이 통합한 후 각기 다른 임금과 직급체계로 지금까지도 진통을 겪는 대구의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평복연은 시의 비민주적이고 졸속적인 통합계획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양 기관의 연구기능 통합계획 추진 중단 및 전면 재검토 ▲당사자, 시민사회, 복지현장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의견 수렴 과정 마련 ▲사회복지의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비전과 세부계획 수립 및 시민 복지수준을 제고할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평복연 관계자는 “우리는 인천시의 통합 계획과 조례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며 통합계획이 철회될 수 있도록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