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과 팬들 (사진=인천UTD)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올 시즌 9승 12무 17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끝에 ‘1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겪은 인천 프로축구 구단 ‘인천유나이티드 FC(인천UTD, 이하 ‘구단’으로 표시)’에 대해 최근 인천시가 밝힌 ‘쇄신안’이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구단 비상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감안하면 향후 축구단이 유정복 인천시장의 정치적 도구가 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등 구단 안팎의 내홍은 당분간 진화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일까지 가졌던 5차례의 회의를 끝으로 혁신위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유 시장이 “구단주로서 팬들게 송구하다, 심기일전해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동월 25일 발족한 혁신위는 18일까지 약 3주 간에 걸쳐 총 5차례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당시 혁신위는 구단 내 사무국 구성이나 운영 등에 대한 개편이나 선수단 구성 등 좀 더 세부적인 사안에서도 방향을 잡을 계획도 갖고 있었지만 다섯 번의 회의를 통해 이를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사실상 후속작업 일체는 ‘구단주’인 인천시장이 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혁신위의 5차례 회의에서는 ▲구단 체질개선 등 쇄신안 ▲K리그1 승격 등 중장기방안 ▲경영평가 ▲소통협의체 간담회 ▲구단조직 개선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사실상 올해부터 본격 적용된 K리그의 ‘재정건전화제도(비율형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2023년 선수영입에 투자했던 운영 상 영향이 이어지면서 일부 선수가 구단을 떠나는 등 선수층의 공백이 상당히 컸다고 봤다.

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참가로 고액연봉 선수가 늘었고 구단의 축구철학이 부재해 감독에게 영입을 의존하며 팀 컬러에 맞지 않은 선수 영입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어 현재 선수단 내 45%가 30세 이상 선수들이며 23~29세 선수는 15%에 불과하고 구단 유스팀과 성인팀과의 연계성이 미흡해 사실상 유스 선수 발굴에도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혁신위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문성을 지닌 코칭스태프 선임 및 스포츠과학팀 구성, 기술 및 스카우트 부서 편제와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 신설 등을 ‘단기 과제’로 건의했다. 사실상 지금의 감독과 코치진들을 ‘바꾸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날 혁신위의 발표 내용을 접한 인천의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혁신위의 역할에 대한 무용론과 함께 석연찮은 내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날 혁신위의 최대혁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구단의 철학과 관련해 “구단의 비전과 철학은 인천시의 시정과 궤를 함께할 필요가 있다”며 “‘초일류 도시 인천’의 캐치프레이즈에 부합하는 감독과 인천시의 역사, 정체성, 지향점을 공유하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초일류 도시 인천’은 민선8기 유정복 시장의 구호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프로축구 구단이 유 시장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구단 안팎에서는 유 시장의 쇄신의지 발표 이후 이러한 우려들이 확산되는 여론이 보이고 있다.

최근 축구 관련 유튜브 방송에서 사임한 전달수 전 대표이사의 후임으로 ‘선관위 서버 부정선거 의혹’ 등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성향의 정치평론가 장모씨를 후임으로 내정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는데 실제 혁신위원들 중에서도 같은 소식을 접했던 경우가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단 내부에서도 “장모씨의 내정 소식은 우리 혁신위원이기도 한 인물의 개인방송을 비롯해 그간 많은 축구 관련 유튜브 방송에서 그 내정 소식이 공개됐다”며 사실상 ‘그렇게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가 읽힌다.

이 인물은 과거 극우성향의 유튜브 방송에서 실제 유 시장과도 함께 출연한 경력이 있었던 만큼 유 시장이 자신과 정치적 곁이 맞는 인사를 강제로 꽂아넣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는데 실제 몇몇 언론에서도 보도를 통해 우려를 표명한 바가 이미 있었다.

또 현 최영근 구단 감독이 강등의 역사와 함께 한 인물이지만 올 시즌에 중도선임된 만큼 일단은 연임에 대한 건의도 나왔으나 유 시장이 거부했다는 이야기 등도 함께 들리고 있다.

물론 최 감독의 역량에 대해 축구 팬들 다수가 만족하지 못하는 그림은 있다는 걸 인정한다고 쳐도 ‘정치인’이지 ‘축구전문가’도 아닌 유 시장이 ‘구단주 직책’을 이유로 연임 여부를 본인이 나서서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면 이 역시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기도 하다.

소문이 파다한 끝에 결국 인천시의회에서도 ‘구단의 정치화’는 절대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인 조성환 의원(계양1, 민)은 “인천 구단은 인천시민 300만 시민의 구단이며 인천 축구팬들에겐 ‘자존심’이나 마찬가지”라며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한다면 절대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유 시장에 대한 정치적 도구화를 걱정하기 이전에 ‘혁신위의 역할이 대체 뭐였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의 변화 등을 통해 1년 내로 1부리그에 승격하고 2030년 1부리그 우승 등 중장기적 목표 등은 사실상 ‘원론’에 가깝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인천 구단 팬 이모씨(30)는 “물론 구단주이긴 하겠지만 엄연히 대표이사도 아니고 ‘누가 봐도 정치인’인 유 시장이 직접 나서서 쇄신안을 내겠다고 했을 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전해왔다.

이어 “결국 혁신위의 활동은 유명무실에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흉흉한 이야기까지 나도는 게 현실인데, 혁신위의 말대로 코칭스태프 변화 등을 실천하겠다면 결국 새 감독 등이 와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신임 감독으로 부임하려 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 혁신위는 3주간 활동을 하며 광주FC의 이정효 감독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현 최 감독에 대한 거취는 내부적으로라도 정해놨어야 했으나 정작 구단 내부에서는 확정한 바가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 전개가 이렇다 보니 이제는 구단의 쇄신안을 두고 시와 구단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핑퐁’의 상황마저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극우인사의 신임 대표이사 내정설에 대해 “우리 시가 구단의 대표이사 선임에는 사실 관여할 부분이 없고 절대적으로 구단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구단 측 관계자는 “시민구단인 인천 구단의 구단주는 인천시장으로 돼 있는 만큼 구단 입장에서는 현 구단주인 유 시장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 시장의 ‘구단주로서의 책임론’을 말하고 있는 상황.

한편 혁신위의 최 위원장은 감독 선임 여부와 관련해 “신임 대표이사가 정식으로 부임하면 그를 중심으로 여러 부분들을 검토하고 감독을 정하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내정설이 도는 신임 대표이사에 대해 축구팬은 물론 지역 체육계마저 걱정을 안할 수가 없는 형국이어서 당분간 내홍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