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8월 초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의 전기차화재 사고가 소방당국의 점검계획을 미루는 등 부실한 관리와 유명무실한 제도의 결함 등이 겹쳐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비례)은 “당시 화재사고 이틀 전까지 마쳐야 했던 소방시설 자체점검 이행계획을 관할 소방서가 법령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연기했던 상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이 지적한 ‘소방시설 자체점검 이행계획’은 아파트 등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소방시설의 설치·관리 여부를 점검한 뒤 불량 시설에 대해 정해진 기간 안에 정비(수리 및 교체 등 포함)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1983년 도입된 이 제도는 소방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명령해 이행토록 하고 있었으나 2022년 말 아파트 등이 직접 시정조치하고 소방당국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불이행 시 ‘벌금 3천만 원 이하’에서 ‘과태로 3백만 원 이하’로 낮아졌다.
게다가 소방당국이 법에서 정한 불량 소방시설에 대한 시정조치 기한을 아파트 등이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면 거의 대부분 맹목적으로 받아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는 게 용 의원 측 설명이다.
소방청이 용 의원에게 제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소방시설 자체점검 시정조치기한 연기신청 건수가 총 5,551건이며 이중 98.9%에 해당되는 5,495건이 승인됐고 특히 19개 시·도본부 중 광주·대전·세종·전남·창원 등 5곳은 승인율이 100%였다는 것.
소방법은 소방시설 자체 점검 후 정해진 자체점검 이행계획 완료 기간을 연장하는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현실은 불량 소방시설에 대한 즉각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음이 관행처럼 굳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용 의원은 “소방당국이 자체점검 이행계획 완료 기간을 연기할 수 있는 사유가 있지 않음에도 사유도 묻지 않고 연기 신청 시 이를 모두 허가해주고 있는 상황이 피해를 키웠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8월 1일 일어난 청라지구의 아파트 전기자화재 사고 역시 “외연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문제로 알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소방당국의 소방시설 점검 관리에 대한 부실 문제가 숨어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는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간 소방시설 점검업체를 통해 법정 의무점검인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진행했는데 당시 점검에서는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피난구조설비, 제연설비 등 소방시설 불량 사항이 무려 169가지에 달했었다는 것.
이후 관할인 인천서부소방서는 해당 내용이 담긴 소방시설 자체점검 실시결과보고서와 해당 아파트 관계인으로부터 자체점검 결과를 이행하겠다는 ‘이행계획서’를 제출받은 뒤 이행계획을 동월 29일까지 완료하라는 공문을 회신했었다.
그런데 아파트 측은 이행완료 기점을 5일 앞둔 동월 24일 이행완료 연기를 신청했고 서부소방서는 그날 즉시 ‘그 밖에 관계인이 운영하는 사업에 부도 또는 도산 등 중대한 위기가 발생해 이행계획을 완료하기 곤란한 경우’를 사유로 28일간 연기해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당시 아파트 측이 소방서에 제출한 ‘소방시설등의 자체점검 결과 이행계획 완료 연기신청서’에는 연기신청 사유 중 어느 조항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체크하지도 않고 ‘업체 선정 및 계약이 늦어졌다’며 8월 20일까지 완료하도록 28일간 연기해달라고 적시돼 있었다.
오히려 인천서부소방서가 공문에 첨부한 ‘연기신청 결과 통지서’에는 ‘공사물량 과다로 인한 기간 필요’, ‘공사업체간 일정조율 및 비용분담 조정 등 필요’ 등 연기 사유가 별도로 기재돼 있다.
이렇게 아파트 관리주체 측 주장을 소방당국이 현장확인이나 명확한 사유 확인도 없이 그대로 승인해주는 등 조치가 없던 상황에서 발생한 전기차화재 사고에 170건 가까운 불량사항이 방치된 소방시설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해 피해를 크게 키웠다고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용 의원은 소방당국의 이러한 행태는 소방이 스스로 행정력을 포기하는 형태로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등 소극적인 예방행정을 조장하거나 최소 방치한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을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소방의 화재예방 행정을 기초부터 다시 잡을 필요가 있다”며 “소방청 스스로 의지를 갖고 화재 예방 행정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관련 법 개정까지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