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서구를 비롯해 전국 7개 기초단체가 유치전에 뛰어든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를 대한체육회가 돌연 내년 초까지 연기하면서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로부터 “배경이 석연찮다”는 등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맞물린 현 이기흥 체육회장의 정무적 판단이 아니냐며 이미 연말 태릉 스케이트장의 철거계획까지 나온 마당에 적절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천시와 서구청 등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최근 열린 체육회 이사회에서 상정된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공모 연기’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9월부터 5개월간 이뤄질 태릉선수촌 내 시설의 활용 방안 연구용역이 진행되는데 이것이 완료돼 결과를 받아보고 스케이트장 부지를 선정하는 작업에 돌입하겠다며 공모를 잠정 유보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체육회의 이번 결정은 체육계 관계자들은 물론 언론계에서도 석연찮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분위기다.
체육회의 이 연기 결정은 당초 스케이트장 유치에 나선 지자체들에 대한 현장실사를 불과 열흘 여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던 데다 기존 태릉선수촌 활용 방안 연구용역과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선정이 연관 지어 추진할 것도 아니었다는 것.
2022년 12월 국가유산청은 문화재청 시절에 나온 것으로 알려진 연구용역 자료에서 조선 문정왕후의 묘 태릉(泰陵)과 명종과 인순왕후의 묘 강릉(康陵)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태릉선수촌 내 스케이트장은 오는 2027년에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기존 태릉선수촌에 존치되는 시설은 역사적·체육사적 상징성이 담긴 챔피언하우스 등 일부 시설 뿐이며 스케이트장은 대체 부지를 찾아 이전시키는 대상으로 최종 확정이 된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
이에 지난해 체육회는 이 스케이트장을 이전시킬 곳들에 대해 공모작업에 착수키로 하면서 올해 3월 인천 서구를 비롯해 경기도 3개 기초단체(양주·동두천·김포)와 강원도 3개 기초단체(춘천·원주·철원)이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들 지자체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범시민운동 등 단체행동을 시작했지만 당초 상반기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부지 선정은 4월 총선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한 번 지연된 바 있었고 체육회는 기왕 연기가 된 마당에 국제이벤트인 올림픽 일정까지 모두 마친 뒤 공모 관련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면서 이 작업을 이미 계속 미뤄왔었다.
그런데 최근 체육회 이사회의 연기 결정으로 내년 초까지 공모가 잠정 유보되면서 체육계 인사들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발이 거세게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 결정을 두고 빙상계 일각에서는 내년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있고 현 이기흥 회장이 3선 연임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결정이 선거와 관련한 이 회장 측의 정무적 판단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이전 시점에 스케이트장 후보지를 발표하게 됐을 경우 이번 7개 지자체 중 선정된 곳 외 나머지 6곳의 체육회는 회장 선거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지니 부지 선정을 연기해 7개 지자체들 전부가 이 회장의 ‘눈치’를 보게끔 했다는 것.
그러나 빙상계 등에서는 이미 태릉 스케이트장을 철커키로 결정이 났는데 실사를 열흘여 앞두고 이사회 결정이라며 돌연 연기하는 것은 체육인들에게도 납득이 힘들뿐만 아니라 공모에 뛰어든 지자체들도 허탈함은 물론 무의미한 세출 발생 등 지적이 따라올 것이라며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또 내년 1월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체육인들 중에는 적어도 내년 선거까지는 이 회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 서구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이 결정이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장실사가 며칠 안 남았던 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며칠도 아니도 몇 개월이 연기되는 게 말이 되냐며 시민사회진영으로부터 혈세 낭비 등 지적을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서구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공모가 단순 지연되는 것으로 믿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 공모가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작 체육회는 이 모든 과정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공모를 시작할 때 이미 유치전에 도전하는 지자체들에게 사업 취소 혹은 유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달했고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동의도 받았다는 것.
그러나 체육회의 이번 결정이 내려진 직후 이 회장의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의심이 곧바로 나오고 7개 지자체들의 경우 이 회장은 물론 ‘혈세낭비’ 등을 지적하고 나설 수도 있는 시민사회 등에 대해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등 적절치 못한 정황이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