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송도테마파크 사업 예정부지의 토양오염이 심각해 정화작업을 해야 함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부영주택이 항소심서도 1심과 같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그러나 이미 시민단체 등에서는 부영 측이 벌금을 내더라도 버티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전제로 행정대집행 등을 통해 해결하라는 요구들이 빗발쳤던 만큼 이러한 유죄 판결이 ‘부족하다’는 여론은 다시금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인천지법 형사2-1부(이수환 부장판사)는 행정당국의 2년간 조치 요구를 없이 사실상 ‘무시’해온 부영주택에 대해 토양환경보전법 등 위반 혐의로 법인 및 대표이사 A씨(74)에게 벌금 1천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정화 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과정에서 위법성이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사유는 없었던 만큼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양형도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부영 측은 2022년 11월 7일 진행된 1심에서 “피고들은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오염 토양의 면적과 정도 등을 보면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 A씨와 함께 같은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부영 측이 항소를 진행하면서 열린 항소심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만큼 부영 등이 항소하더라도 향후 벌금형의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 사실상의 중론으로 평가된다.
또 이와는 별도로 1심서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2차 행정조치까지 묵살하고 있다는 이유로 관할인 연수구가 지난해 초 부영 법인과 A씨를 경찰 고발하기도 했다.
부영은 2015년 옛 송도유원지 인근 약 92만 6천㎡의 땅을 원래 소유주였던 대우자동차판매로부터 3,150억원에 매입해 이 곳에 대해 테마파크와 주택개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당시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이 땅이 토양오염이 심각한 만큼 정화작업이 필요하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이후 해당 부지에 대해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이 토양정밀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조사대상 부지 49만 8,833㎡ 가운데 38만 6,449㎡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와 납, 비소, 아연, 불소 등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밝혀진 토양오염 정도는 기준치(50㎎/㎏)의 약 8.1배(403.7)에 달하는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고 기준치 1.8배~22배의 TPH, 벤젠, 납, 아연, 불소도 나타나는 등 꽤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편 연수구는 2018년 12월부터 부영 측에 오염 토양을 정화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부영 측은 전혀 이행하는 모습이 없었고 이후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 고발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시민사회진영은 그럼에도 인천시가 부영 측에 대해 특혜를 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입장이다. 2015년 이후 도시개발사업 기한을 9차례나 연장해 주면서도 부영 측이 사업계획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토양 정화를 비롯해 사전승인 인가 조건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지난해 하반기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부영 측이 당시 제출했던 사업계획(변경)서를 기존 대비 무려 1,202세대나 늘려 제출해 당시 인천시의회에서 지적한 내용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인천시가 부영 측에 특혜를 의도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비판적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세대 수를 그만큼 늘려 제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돈벌이를 의도한다고 볼 수 있고 부영 측의 도시개발사업에 관한 착공과 분양의 전제 조건에 해당되는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축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당시 평복연의 입장이었다.
당시 시의원들도 부영 측의 테마파크 사업 내용에 대해 “‘위락시설형 테마파크’에서 ‘휴양형 테마파크’로 변경되었고 2016년 당시 7,200억 원의 사업비가 8.500억 원으로 늘었다고 하나 10여 년간 물가상승 및 원자재값, 공사비 등을 따지면 사실은 몇 천억 원이 줄어든 것”이라는 등의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금도 인천시의회 회의록에 올라와 있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데 평복연도 이를 열람해 분석한 뒤 이 같은 입장을 보였던 것.
또 비슷한 시기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이 토지의 거래 기록을 확인했을 때 당시의 공시지가 기준이었다면 약 5,450억 원의 땅값을 추정할 수 있으나 실제 거래는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3,150억 원)에 매입했는데 이는 토양오염과 폐기물매립 여부를 이미 인지함에 따른 환경정화비용을 고려한 거래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 토양의 거래를 완료했을 그 시점부터 제대로 정화작업을 시작했어야 했다는 것을 토지 거래기록을 통해 지적했던 것.
이들은 연수구에 대해 “(부영 측이) 구의 2차 정화명령까지 무시한 것을 감안하면 이후 내린 3차 정화명령 역시 무시하고 버틸 가능성이 높은데 구가 정화명령을 하면서 사실상 정화기한을 연장해주고 있는 게 아니냐”며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부영주택이 온갖 핑계를 대가며 시간을 버는 이유는 개발사업 보다는 시세차익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연수구가 ‘행정대집행’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고 집행에 든 구 예산을 부영 측에 구상권을 청구해 법적으로 받아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인천시에 대해서는 “시가 송도테마파크 및 도시개발사업을 아예 취소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정화작업 이행에 상당한 돈이 든다는 점을 들어 부영 측이 벌금을 내더라도 버티면서 인천시에 인가조건 완화 및 주택개발 세대 수 늘리기 등 수익성 확대를 전제한 요구들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인천시는 지난해 6월 이행숙 전 문화복지정무부시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비공개 접견을 한 바 있었는데 이 접견내용은 물론 당시 면담서 특혜를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큰 파장을 몰고 왔었다.
당시 면담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는 송도테마파크 부지와 도시개발 부지의 맞교환, ‘테마파크 완공 3개월 전 도시개발 사업의 아파트 분양·착공 금지’를 ‘테마파크 부지의 토양오염 정화 착공 시 분양·착공’으로 변경 등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이런 내용대로라면 부영의 도시개발사업이 정화작업을 ‘시작’만 해도 분양 등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분명한 특혜로 해석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제대로 정화작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가 됐다.
실제 시는 부영 측과 당초 이런 내용으로 MOU까지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역사회의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이를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는 등 행보를 걷기도 했다.
그러나 민선8기 들어 유정복 인천시장의 주변 측근인 박모씨가 ‘사실상 부영그룹 산하’ 언론사 사장으로 취업한 데다 당시 국민의힘 인천시당 수석대변인이 부영 송도사업소 전무이사로 이직하는 등의 정황도 확인되면서 인천시가 어떤 방법으로든 부영에 특혜가 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사실상 인천지역 시민사회진영 전체는 부영 측과 대립 구도 속에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시민단체들이 부영과 관련해 내놓은 성명이나 입장문, 보도자료 등을 취합했을 때 이들은 부영에 대한 특혜 의심을 전제로 인천시와 연수구 등에 강한 압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