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테마파크 조감도 (사진=부영그룹)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최근 부영그룹(이하 부영)과 만난 자리에서 송도테마파크(구 대우자동차 부지) 일대 도시개발사업의 인가조건을 완화해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여러 차례 토양오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에게 ‘사실상의 특혜’를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벌써부터 지역사회 차원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듯한 분위기도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9일 인천시와 시민단체 등의 전언들을 종합해보면 최근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비공개로 접견해 송도테마파크 일대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정상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논의를 통해 양측은 해당 개발사업에 대한 인가조건의 ‘상당 수준 완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소위 ‘밀실 행정’의 논란이 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양측은 당초 인가조건이었던 ‘테마파크 완공 3개월 전 도시개발사업의 아파트 분양과 착공은 금지’의 내용을 ‘테마파크 부지의 토양오염을 정화하는 작업의 착공’으로 완화하는 데에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풀이하자면 부영 측이 테마파크 공사에 돌입하기 전 시점에서 오염 정화 공사를 ‘완료’가 아닌 ‘시작’만 해도 아파트 분양을 가능하게 하도록 인천시가 문을 열어줬다는 얘기다. 

상당한 논란이 있을 부분이다. 꼭 인천만의 일이 아니라도 지금까지 부영의 태도는 논란을 자초해온 면이 있었다. 

통상적으로 토양오염 판정을 받은 땅은 주변의 정상적인 땅의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데 싸게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어 팔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들이 유독 부영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두어 개만 꼽자면 최악의 산업재해(가스중독 8명 사망, 6백여 명 후유증)를 낸 것으로 평가되는 경기 남양주시 원진레이온 부지(47만㎡) 아파트 단지는 토양오염에 의한 이황화탄소 및 황화수소 가스 중독으로 일어났는데 이후 이 토지의 아파트가 부영그룹이 개발한 사례다.

또 2003년 부영은 창원에서도 한국철강으로부터 약 25만㎡를 1,600억 원에 매입해 주택개발사업을 한 바 있는데 당시의 이 토양 역시 인체에 상당히 유해한 비소와 크롬, 카드뮴 등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된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이 때도 부영은 정화작업에 착수하지 않고 땅을 판 한국철강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는 등의 정황으로 창원지역 시민사회로부터 크게 빈축을 샀던 바 있다.

송도테마파크 예정지도 마찬가지다. 상당수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되면서 환경단체들이 이를 지적하고 관할인 연수구가 토지정화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했지만 부영은 이 명령을 무시해오다시피 했다.

현재 송도테마파크 예정지 약 50만㎡ 중 약 77% 정도에 해당되는 약 38만 6천㎡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납·비소·아연·불소 등이 기준치 넘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지역 환경단체들이 먼저 이를 지적했고 당시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자 연수구는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토지정화명령을 내렸지만 수 차례의 명령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결국 연수구가 올해 초 경찰에 고발했는데 이 역시도 처음이 아닌 두 번째 고발(최초는 2018년)이었다.

최초 고발 당시 부영은 1천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냈는데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부영 입장에서는 이 강제이행금이 ‘푼돈’에 해당되는 만큼 ‘내고 버티면 그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영은 이 부시장과의 접견에서 용적률과 가구 수 상향, 부지 교환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구민과 지역사회는 ‘뻔뻔하다’는 반응과 함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인허가 조건을 기업에 유리하도록 하는 것은 ‘특혜’인 동시에 ‘불통행정’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이 연수구청에도 전해져 결국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이 부시장을 비롯한 인천시에 해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우리 구 의견이 빠진 이 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막아섰다.

그러나 ‘행정상’으로는 이 구청장이 제동을 거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인천시가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용도지역 변경을 강행하게 되면 인허가 주체인 연수구는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천시가 이렇게 눈을 감아주고 부영이 오염된 토양 위에 아파트를 짓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을 비롯한 주민들이 져야 하는데 대규모의 개발사업에 이런 문제를 눈감아줄 경우 추후에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인천시가 ‘시민 편’에 서는 행정이라면 부영에 가능한 한 모든 압박을 동원해야 함이 마땅함에도 부영에 특혜를 주는 식이라면 ‘인천시가 시민을 외면하고 결국 기업 편에 섰다’는 논리도 가능한 만큼 논란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시민단체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다. 최근 가톨릭환경연대(이하 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 부시장이 부영 측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의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환경을 담보로 하는 협상에 단호히 대응하라”고 인천시를 규탄했다.

이 단체는 지금껏 부영 측이 연수구의 고발과 시민단체들의 지적 및 언론의 문제 제기 등을 철저히 무시하고 인천시 등 관계 기관을 상대로는 흥정을 하듯 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데 인천시에 이에 휩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연대 측 관계자는 “토양오염 정화작업은 ‘협상의 도구’가 아닌 ‘법적 의무’로 사업 완화를 위한 조건이 될 수 없는 만큼 시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위임받은 행정의 권한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인천시와 부영 측은 해당 개발사업에 대해 이달 중순 경 업무협약을 체결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약 전 시점까지 인천시가 부영 측의 요구를 수용한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경우 지역사회는 물론 연수구까지 들고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인천시가 이를 무릅쓰면서까지 민·관과 ‘전면적인 갈등’을 자초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