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테마파크 조감도 (사진=부영그룹)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의 부영그룹을 향한 ‘구애’가 선을 넘는 모양새다. 

그간 토양정화 등에서 꾸준히 논란을 가져온 기업에 ‘퍼주기’ 수준의 특혜를 주려다 지역사회의 성화를 듣자 진정에 나서면서도 ‘완화’ 조건은 계속 걸어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는 비판과 함께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13일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는 “인천시는 부영에게 더 이상의 특혜 행정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인천시는 송도테마파크와 관련된 사업을 부영에 대한 특혜 행정으로 변질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송도테마파크 사업자인 부영은 이 테마파크 예정지에서 토양 오염이 확인됐음에도 정화작업을 차일피일 미루며 지역사회에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이미 <뉴스통신>을 비롯한 복수의 지역 및 중앙매체들이 수 차례 지적해 지역사회 전반으로도 이 문제가 알려져 있다.

현재 송도테마파크 예정지 약 50만㎡ 중 약 77% 정도에 해당되는 약 38만 6천㎡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납·비소·아연·불소 등이 기준치 넘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기사들 하단 링크 참조)

수 년간 환경단체들이 이를 지적하고 관할인 연수구가 토지정화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했지만 부영은 이 명령을 무시해 오다시피 하며 문제를 더더욱 키워 왔었다.

평복연은 인천시가 송도테마파크의 사업자인 부영에게 ‘무원칙’ 수준의 특혜를 주려고 하며 지역사회에서의 파문을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복수의 지역/중앙매체들은 지난달 말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접견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으나 해당 접견에 대해 시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 왔었다.

당시 이 부시장과 이 회장은 송도테마파크 및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공개’였던 당시 면담 내용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며 이후 크게 문제로 번졌다.

시와 부영이 사업에 대한 기존의 인가 조건을 완화하고 부지를 변경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한 것인데 부영에게 크게 이득이 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서 특혜 논란이 대두된 것.

당시 협약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송도테마파크 부지와 도시개발 부지의 맞교환, ‘테마파크 완공 3개월 전 도시개발 사업의 아파트 분양·착공 금지’를 ‘테마파크 부지의 토양오염 정화 착공 시 분양·착공’으로 변경 등이었다.

당초 부영은 오염된 토양의 정화작업을 ‘완료’해야 아파트 분양 등 사업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인천시가 ‘특혜’ 수준으로 완화해 주려는 조건대로라면 정화작업을 ‘시작’만 해도 분양 등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테마파크 공사를 착공하지 않고도 토양오염정화를 시작하는 것으로 아파트 분양이 가능하게 되는 셈으로 ‘분명한 특혜’라는 것이 평복연 측 입장이다. 더 나아가서는 ‘제대로 정화작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는 상황.

시는 당초 이런 내용으로 6월 중순에 부영 측과 MOU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특혜 논란이 확산되자 시는 이중근 회장과의 5월 말 협의를 없던 것으로 하고, 인가 조건을 소폭 완화하는 선에서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을 진화한다는 명목으로 재협의하겠다는 인천시의 해명 역시 “부영에 완화된 조건을 허락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논란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왜 이렇게 부영에 못 퍼줘서 안달이 났냐’는 식의 해석과 문제 제기 등도 가능하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논란’을 시가 사실상 자초한 셈이다.

지역 내 시민운동을 하는 한 활동가는 “여론을 진화하겠다며 해명하는 내용에 여전히 완화 조건을 분명히 해둔 것은 사실상 시민들을 우습게 본 것”이라며 “사실상 장난질”이라고 의견을 냈다.

평복연 역시 “인천시민들은 그동안 인천시의 태도를 볼 때 부영에 대한 인천시의 행정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들은 유 시장의 임기 기간인 민선6기에서 해당 사업을 네 차례나 연기해 주는 등 특혜 수준의 조건들을 계속 걸어줬었고 이번 민선8기에도 특혜 조건을 주려던 것을 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삼아 왔었다.

특히 민선8기 들어 유 시장의 주변 측근인 박모씨가 ‘사실상 부영그룹 산하’ 언론사 사장으로 취업했고 국민의힘 인천시당 수석대변인이 부영 송도사업소 전무이사로 이직하는 등의 정황도 확인되면서 인천시와 부영 간 특혜 우려가 이전부터도 제기돼 왔었던 것은 더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태다.

평복연은 이 부시장과 이 회장의 만남 자체가 이렇게 우려했던 부분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논평하면서 “참으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최근 관련 논평을 냈던 가톨릭환경연대 역시 “토양오염 정화작업은 협상의 도구가 아닌 당연히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로 사업 완화를 위한 조건이 될 수 없다”며 “시의 결정에 따라부영이 수천억 원 규모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의견은 어디에도 없는 상태”라고 꼬집기도 했다.

평복연은 이번 파문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할 것 ▲투명하고 철저한 환경오염정화를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것 ▲송도테마파크 함량미달 시 도시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 등을 촉구했다.

송도테마파크조성 및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인천시의 인가조건은 ‘송도테마파크 취소 시 도시개발사업 취소와 송도테마파크사업 준공 3개월 전 분양 및 착공 금지’다.

평복연은 “우리는 인천시가 이 조건을 철저히 지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며 또한 지난 DCRE 사례처럼 인천시, 연수구, 시민단체 등으로 토양오염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투명하고 철저하게 정화하는 과정을 거치라”고 요구했다.

평복연 관계자는 “인천시가 부영에 대한 특혜 행정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시해 나갈 것이며 조만간 공론의 장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