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소홀로 중국인 노동자가 숨진 공사현장의 원청 시공사 대표가 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국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선고된 3번째 사례인 동시에 인천에서는 첫 사례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집행유예로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 현선혜 판사는 23일 선고 공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건설사 대표이사 B(63)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A건설사 법인에는 벌금 5천만 원을 선고했다.
현 판사는 또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로 기소된 C(57)씨 등 하청업체 관계자 2명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산업안전사고 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앞서 B씨는 지난해 3월 16일 오전 9시 40분경 인천시 중구 을왕동 근린생활시설 건설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40대 중국인 남성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이 노동자는 건물 1층에서 거푸집을 받치는 보(기둥과 기둥 사이에 연결된 수평 구조물)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 구조물이 쓰러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철제 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숨진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로 확인됐으며 B씨는 시공을 맡은 원청 건설회사의 경영 책임자였다.
검찰은 B씨가 사전에 사고 위험 요인을 개선하지 않는 등 안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고 원인이 됐다고 판단, 지난 4월 결심공판서 B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는데 그보다는 상당히 감형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현 판사는 “피고인들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죄책이 무겁다”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중대재해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B씨는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지만 이를 초과하는 전과는 없었고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재범을 하지 않겠다 약속했으며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결국 ‘집행유예’ 판결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중대재해대응 사업단은 이날 재판 후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솜방망이를 넘어 깃털같은 선고형으로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성토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법원이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결국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기업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수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법원과 검찰은 형량을 정찰제처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중대재해법 적용과 엄중한 처벌을 통한 사고 예방 효과를 붕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박종회 건설노조 경인본부 본부장은 “심지어 중대재해법이 없던 2004년 경기 용인 아파트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가 추락사했을 때 하청업체 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졌는데도 이런 상황과 결과가 나타나는 건 건설 노동자로서 한심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측은 “윤석열 정부 들어 건설현장에 불법 하도급과 고용이 판을 치며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고통으로 이어지며 건설현장을 ‘죽음의 현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을 확실히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