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5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한 인천시가 민간건축물에 대한 내진율 또한 제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민간영역의 건축물을 내진 보강공사 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지만 공사비용이 국·시비 도합 20%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비용을 자부담해야 하는 상황인데, 경기도 좋지 않은 마당에 누가 지원을 하겠냐는 지적이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정부 목표보다 5년 앞당겨 2030년까지 조기 완료하고 올해부터는 민간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공사 비용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으로 ‘인천시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시는 1,985개소에 달하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율을 행정안전부에서 계획한 2035년보다 5년 단축해 2030년 100% 달성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대규모 지진에 대비해 시민 생활과 밀접한 수도 및 도로 시설(교량, 터널) 등 주요 공공시설과 지진재난 컨트롤 타워인 공공청사의 지진 안전성을 먼저 확보해 사회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시설물에 대한 계획은 시 역량에 따라 달성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어 발표한 민간건축물에 대한 내진 대책의 내용이다.
시는 해당 대책에 대해 2020년부터 추진해 온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 지원사업 외에 올해부터 민간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공사 비용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설계비를 포함해 내진 보강공사 비용의 20%(국비 10%, 지방비 10%)를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내진 성능평가를 완료한 민간건축물 중 내진 보강이 필요한 시설물이 사업 대상이다.
시는 3월 말까지 수요 조사를 통해 민간 영역에서의 신청을 받겠다는 입장인데 사업 내용과 현황을 보면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내진공사 비용의 20%만이 지원된다고 하면 나머지 80%가 자부담이 된다는 얘기인데 부동산 경기는 물론 서민경제 전반에서 한파가 부는 상황에서 어떤 건물주가 80%씩이나 자부담을 안고 이것을 신청하겠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시는 지난해 말 수요 조사를 진행했지만 신청 의사를 밝힌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까지 받고 있다는 수요 조사 역시 신청 의사는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상황을 상정해 만약 연면적 3,000㎡ 이상 건물 정도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5억 가량(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공사비가 소요되는데 그렇다면 4억 정도를 자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황을 상정만 해 봐도 얼마나 현실성 없는 계획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시의 이번 수립계획은 전체 5개 카테고리의 역량강화 내용 중 두 번째 내용에 해당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사실상 이달까지 신청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됨을 전제하면 두 번째 역량강화 내용은 ‘속된 표현’을 빌자면 사실상 ‘나가리’나 다름없는 셈이다.
시는 행정안전부에 국비, 지방비 부담률 증대를 건의했고 앞으로도 지원 확대를 계속 요청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성과 실효성 모두 거리가 멀다.
단적으로 시 스스로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신청이 들어오지 않은 현재의 수요 조사를 이달 내로 끝내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현실성과 실효성 모두 감안되지 않은 ‘탁상행정’임을 인증한 셈이 됐다.
또 시의 소망대로 이를 실현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행안부는 물론 기재부에서도 국비 등 부담률 증가를 동의해야 하고 국회도 동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인천 내진설계 의무 대상 건축물은 총 19만 6,807개소다. 이 가운데 내진설계를 완료한 건축물은 전체 20% 선인 3만 9,517개소에 그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