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해역에서 리히터 3.7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지진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반응을 올려놓은 흔적을, 기자가 실시간으로 갈무리했다. (아이디 명 등 개인정보는 가림 처리함.)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9일 새벽 강화도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해 전문가들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와 행정 및 교육당국은 별다른 해결책을 보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미 한반도 전역이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은 이전부터도 드러났지만, 서해 해상에서 보이는 잦은 지진 횟수는 분명 잘 분석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9일 오전 1시 28분 기상청은 “인천 강화군 서쪽 26km 해역 규모 (리히터) 4.0 지진 발생”이라는 긴급 재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내고 안전주의를 당부했다. 이후 강도는 3.7로 수정됐다.

인천소방본부에는 새벽께 지진을 감지한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르는 등 혼란이 있었지만 9일 오전 현재까지 접수된 인명 등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과 경기 서부 거주민들을 중심으로 강한 지진을 느꼈다는 제보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구와 서구 와 미추홀구 내 고층아파트 거주자들 위주로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느낌이 강했다”는 이야기와 “아주 잠깐이었지만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는 불안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에서 표출됐다.

기상청은 이날 강화군 해역 지진과 관련해 분석자료를 공개하고 “북북동-남남서 또는 동남동-서북서 방향의 ‘주향이동단층(단층면을 경계로 양쪽 땅이 수평 방향으로 엇갈리는 것)’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리히터 4.1 강도로 발생한 충북 괴산 지진 역시 주향이동단층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장 많은 지진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이호만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인천 및 인근의 과거 지진 단층을 살펴보면 지금과 비슷한 형태를 보인 적이 종종 있긴 하지만, 이번 지진이 해역서 발생한 것이라 단층구조에 대한 조사연구가 부족한 만큼 추가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강화군과 백령도 등지에서는 9일과 같은 강도는 아니었지만 2.0~3.0 사이의 지진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2020년 강화군 서남서쪽 36km에서 2.3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고, 1년여 전인 2019년엔 백령도 인근에서 역시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관측 이래 집계된 대한민국의 역대 지진횟수 분포도. (기상청 발간 2021 지진연보 중 발췌. 기준 1978~2020년)

 

또 기상청이 지난해 3월 발간한 ‘2021 지진연보’에 따르면 서해에서 가장 많은 횟수(19회)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2017년에는 “백령도 일대 중심으로 2.0 이상 규모의 지진이 40회 넘게 발생(당시 기준)했다”는 자료도 있었다.

특히 이번 지진에 대해 기상청은 “인천과 50㎞ 내 인근 해역에서 이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기상청이 계기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천을 비롯한 서해 내륙은 그간 지진 피해가 극히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인천 역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실하게 인증된 셈이다.

그러나 지진 피해에 대한 대비는 인천 지역사회 전반적으로 미흡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민간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 민원이나 교육, 행정 등을 책임질 공공기관 역시 지진 등 재난에 대한 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학교시설 문제는 최근에도 감사원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의 기준으로 내진성능이 평가된 인천지역 교육시설 321곳 중 106곳이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인천시교육청은 “긴급회의를 열어 현재 진행 중인 내진 보강 공사 상황을 살피고 지진 대피 훈련도 할 필요가 있다, 대비점검을 하겠다”는, 다분히 ‘여론진화’가 의도된 듯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인천 내 학교 시설 3,017개 동 가운데 지진을 견디는 성능을 갖춰야 하는 내진 대상 시설은 1,372개 동인데, 이중 공사 당초부터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됐거나 내진 보강이 이뤄진 시설은 800개 동(58.3%)에 불과하다.

2017년 경 기준으로 30% 정도에 불과했던 상황에 비하면 많이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41.7%에 해당하는 572개 동이 여전히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부터 학생 및 교직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수년 전 통계에 따르면 인천 전역의 공공시설 약 1천여 곳 가운데 내진성능을 확보했거나 보강한 곳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었다.

결국 시 행정당국 및 교육당국 등이 예산 등을 이유로 내진보강 등 대비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같이 문제가 산적해 장기간의 포석을 두고 해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이날 역시 지진 등의 소식에 시교육청 등은 ‘대비한다’, ‘점검한다’ 등의 제목이 담긴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으나, 사실상 긴급회의를 한 것 외에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사실상 여론을 무마하려는 식으로 급하게 냈다는 이야기다.

한편 인천시는 9일 오전까지 기준으로 코로나 현황통계 포함 5건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이중 지진대비 관련 내용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