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국토교통부와 인천시가 습지보전 문제로 논란 중에 있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이하 제2순환로)의 인천~안산 구간의 건설을 위해 습지보전법 상 ‘행위제한’에 대해 예외조항을 적용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지역사회에서 어렵게 대안을 마련했음에도 국토부와 인천시가 일방통행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3일 오전 인천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차례에 걸쳐 결론을 낸 민관협의회 논의를 무시하고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인천시에 대해서도 “민관협의회에 어떠한 내용 공유도 없이 제2순환선을 추진하려고 어떻게든 명분만 찾고 있다”며 “국토부와의 논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가 언급한 민관협의회는 지난해 11월 8차까지 협의회를 진행, ‘최대한 평균 간조선 밖으로 교량 노선을 이격하는 안’으로 정부와 협의키로 한 것을 말한다.

대책위는 관련 내용들은 중앙부처와의 협의 뒤 진행사항을 민관협의회에 공유하기로 했었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이들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토부와 인천시가 대놓고 민관협의회 협의사항을 대놓고 무시한 ‘밀실행정’으로도 볼 수 있는 만큼, 환경단체를 넘어 지역사회 차원의 반발도 예상될 수 있다.

현행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습지보호구역에서 건축물이나 인공 구조물의 신축 및 증축, 습지 수위나 수량에 영향을 주는 행위 등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단, 이 가운데서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한해 예외조항도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행위제한규정 적용 배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대책위 주장에 따르면 국토부와 인천시가 이 부분을 놓고 민관협의회를 배제하자는 약속 하에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송도갯벌은 2009년 인천시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난 2014년 국제협약에 의해 보호를 약속한 람사르습지 중 한 곳이다.

2019년 EAAF사이트로 지정되며 홍콩 마이포습지와 자매결연을 맺기도 하는 등 습지로서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환경단체들이 꼭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토부는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제2순환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하면서 환경단체는 물론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큰 이슈가 됐고, 송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경관과 자연보호 등 명목으로 송도갯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꽤 높았다.

그러자 지난 2020년 7월 협의기관인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등 기관들은 모두 국토부 안에 ‘전면 재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상 “원안대로는 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반면 인천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예외조항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있어 환경단체 및 지역사회 등과의 마찰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스스로 자연경관을 스스로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논란 역시 불가피하다.

시 관계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예외조항 적용 등의 내용을 담는 방법과 관련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로를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더라도 습지보호구역을 완전히 우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반론했다.

다만 시는 "민관협의회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대책위의 주장은 정면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이미 민관협의회에서 공유한 것으로, 시는 민관협의회 합의 내용을 토대로 일을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공유하지 않았다”는 대책위 측과 엇갈리는 주장인 만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