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김상섭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돼지 살처분과 관련 정부의 생계안정비용 지원기준이 논란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농림부는 최근 강화지역 돼지 농가 생계비로 1억4300만원을 교부했다. 강화군에서는 지난 9월 23일 ASF가 첫 발생한 이후 같은 달 26일까지 총 5건이 발생했다.
ASF가 확산일로라고 판단한 인천시와 강화군은 농림부 승인을 받아 강화지역 돼지 전체 4만3602두를 살처분했다. 관련법에 따라 정부는 가축전염병 확산방지 차원에서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에 최장 6개월, 월 최대 337만5000원을 지원해야 한다.
강화지역 39개 농가가 지급대상이다. 농림부가 이번에 교부 한 생계비는 국비(70%) 분담금으로 3개월 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농가들은 이 생계비를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살처분 두수가 많을수록 생계비가 적게 나오는 ‘생계비 지원기준’ 탓이다.
농림부 생계비 지원기준은 돼지 살처분 두수가 801~1200마리일 경우에만 생계비 상한액(월 337만5000원)을 받고 이보다 많을수록 생계비는 줄어든다. 1201~1400두는 275만원, 1401~1600두는 202만5000원, 1601~1700두는 135만원 단계별로 20%씩 준다.
또 1701두 이상은 67만5000원으로 상한액과 비교하면 270만원 이나 차이가 난다. 800두 이하 역시 4단계를 적용해 단계별로 상한액의 20%씩 감소한다. 강화지역 생계비 지원 대상 39개 농가 가운데 상한액에 해당하는 농가는 9곳(23%)뿐이다.
이와 함께 1201~1400두가 3곳을 비롯해 1401~1600두가 2곳, 1701두 이상을 살처분해 최저 생계비를 받는 농가는 7곳이다. 결국 강화지역 전체 농가의 약 31%(12곳)는 살처분 두수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육두수가 많을수록 일손도 많이 필요해 살처분에 따른 생계비 등도 많이 드는데 지원기준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살처분 두수가 많을수록 생계비가 적어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가 금액을 새로 정한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생계비 보장 기간이 턱없이 짧은 것도 문제다. 농가들은 돼지를 재 입식, 사육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간이 1년 6개월 이상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농림부 관계자는 “대형 농가는 살처분 보상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생계비를 낮춰 잡았다”며 “기간 연장 문제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