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노동계 관계자들이 10일 인천지방법원 앞에 모여 한국GM의 불법파견 등 문제와 관련해 카허 카젬 전 사장의 법정구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인천본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GM의 불법파견과 관련해 지역 노동계에서 형사처벌 형량이 너무 낮다며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의 법정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등 노동계는 10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을 근절하지 않고 법을 무시하는 악질 사업장에 대한 강도 높은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카허 카젬 전 사장은 실형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은 2018년 1월 금속노조와 한국GM 비정규직지회 등이 당시 카허 카젬 사장과 하청업체 사장들을 불법파견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고발하면서 진행된 법정싸움과 관련한 것으로 이는 지역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는 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난해 1월 인천지방법원 재판부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카허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한국GM 법인에 3천만 원의 벌금 및 전·현직 임원 4명에게 벌금 700만 원, 협력업체 대표 13명에게 벌금 200만~500만 원 등을 선고한 바 있다.

조만간 인천지방법원에서 항소심(2023노246) 재판이 열릴 예정인데 노동계가 기자회견을 한 10일은 공판 준비 기일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대법원 민사3부는 한국GM을 상대로 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민주노총은 “당시 대법원 판결은 한국GM의 불법파견 범죄혐의를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인 카허 카젬 전 사장은 2022년부터 진행돼 온 한국지엠의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잘못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한국GM이 이를 담보로 노동자들에게 근로자 지위확인에 대한 소송 포기를 강요했으며 소송을 포기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해고를 단행한 것이 확인되는 만큼 카허 카젬 전 사장은 노동자들에게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폭력을 휘두른 셈이라는 논리다.

민주노총은 이어 “카허 카젬 전 사장 후임인 로베르토 럼펠 전 사장도 불법파견임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시정하기보다는 강제적인 소송 포기만을 강요함으로써 그도 현재 불법파견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송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 헥터 사장 또한 대한민국의 법률을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며 이러한 범죄적 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는 불법파견 범죄에 대한 형사 처벌이 낮은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노동계는 이렇게 7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카허 카젬 전 사장과 한국GM에 의해 해고된 조합원만 200여 명이 넘으며 비조합원을 더하면 2천여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한국GM은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중인 노동자들에 대해 소송을 포기하는 확약(부제소합의)’을 받고 발탁채용 형태로 1천여 명을 신규 채용했고 소송을 포기하지 않으면 해고를 자행했는데 이는 법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축소 및 은폐하려는 방법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이번 항소심 재판은 한국 법을 조롱하고 무시하고 있는 한국GM과 그 경영진의 불법행위 및 일체의 사과와 반성도 없는 자세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항소심을 통해 20여년 간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 피해당사자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단초가 되길 바랄 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카허 카젬 전 사장의 구속과 경영진들에 대한 강도 높은 법의 심판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