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카허 카젬 전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700여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 등으로 2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유죄 선고를 받고 법인 등에도 벌금형 등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는 9일 선고 공판에서,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GM 전·현직 임원 4명에게 벌금 700만 원을, 협력업체 대표 13명에게는 벌금 200~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으며, 한국GM 법인은 같은 혐의로 벌금 3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카젬 전 사장 등 한국GM 전·현직 임원 5명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인천 부평, 경남 창원, 전북 군산공장에서 24개 협력업체로부터 무려 1,719명의 노동자를 불법 파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한국GM 3개 공장에서 관련 법상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차체 제작, 도장, 조립 등 직접 생산공정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 대표들의 경우 파견 지시를 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파견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은 채 노동자들을 부평·창원·군산공장에 불법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근로자보호법 조항(제5조)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이나 업무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에만 노동자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혹은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2018년 1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비정규직지회가 불법 파견을 주장하자, 이 내용을 확인한 고용노동부가 한국GM을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에 검찰은 2019년 12월 카젬 전 사장 등이 송치된 후 보강 수사를 벌여 이듬해 7월 기소했다. 법원은 한국GM과 협력업체의 관계를 합법적인 도급 계약이 아닌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다.
곽 판사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업무는 한국GM이 정한 단순·반복 작업이었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구별되는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필요한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GM-협력업체 간 관계를 볼 때 각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한국GM의 지배 범위에 포함된 작업장에서 한국GM이 정한 속도에 맞춰 작업한 만큼 노동자 파견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그간 변호인을 통해 “한국GM의 도급 형태는 현대적인 자동차 산업 표준을 따랐다고 봤기에 불법 파견 혐의가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그러나 곽 판사는 “카젬 전 사장 등 전·현직 임원들은 관련 민사 사건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고 그럼에도 불법 파견 문제를 해소하지 않았다”며 “특히 카젬 전 사장은 당시 한국GM의 대표자로서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다만 곽 판사는 “피고인들이 장기간 진행된 수사와 재판을 성실하게 받았으며, 카젬 전 사장이 이미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다른 일부 피고인들도 현재 직위를 맡지 않고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전·현직 임원 4명에게는 징역 10개월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당시 결심 공판에는 카젬 전 사장은 일신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지만 이날 선고 공판에는 출석했다.
현재 카젬 전 사장은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합작사인 SAIC-GM에서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