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내일부터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리는 인천여성영화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 예산지원 없이 자체예산만으로 3일 간 진행키로 하면서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해 인천시가 성 소수자 주제의 영화 몇 편에 대한 사전검열 의혹으로 논란을 자초한 끝에 시는 영화제 경험도 없는 다른 사단법인 한 곳과 유사한 행사를 별도로 계획해 자칫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인천여성영화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내일부터 8일까지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릴 영화제의 타임테이블 전체를 공개하고 개막작인 ‘남쪽 항구에는 여전히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를 비롯해 6편의 장편영화와 15편의 단편 상영시간표를 안내하고 있다.
인천여성영화제의 시작은 2005년 인천여성회 등 인천지역의 민간영역 여성단체들이 모여 해마다 여성주간이 포함된 7월에 개최해 왔다.
그간은 자체적으로 운영해 오다 2020년부터 지역사회의 요청에 따라 인천시가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사업비를 지원해오던 중 지난해 시 여성정책과가 ‘성 소수자 주제의 영화 상영을 시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당시 시의 이 으름장은 꽤나 논란이 컸다. 전국의 여성영화제가 성차별 등 주로 ‘젠더’의 주제를 가진 작품들을 내걸고 있는 만큼 성 소수자가 주제가 되는 영화들은 그간 문제없이 상영이 돼 왔었기 때문에 시가 특정 단체들의 압박을 받아 사전검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여기에 시는 당시 정무부시장이었던 이행숙 부시장(현 국민의힘 인천시당 서구병 당협위원장)이 영화제 측에 “동성애 영화 1편, 탈동성애 영화 1편을 같이 상영하면 어떻겠느냐”며 영화제의 근간을 흔드는 듯한 발언까지 하기도 했다.
당시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몇몇 종교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성 소수자 영화 상영에 대해 시에 딴죽을 걸면서 시가 이같은 행동에 나섰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사실 그같은 주장은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또 당시 여성정책과장 백모씨는 현재 인천시가 아닌 ‘유관기관’에 해당되는 인천교통공사의 본부장 자리로 아예 조직을 옮긴 데다 그 당시 부서 직원들 역시 이후 인천시가 몇 번의 인사이동을 단행하며 부서를 옮겼기 때문에 향후로도 공식적인 확인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영화인들은 그간 이같은 인천시의 자세에 비판을 가해왔었다. 범위를 넓히더라도 세계 유수의 국제적인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등)에서 성 소수자 주제 혹은 그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인천시의 으름장과 비슷한 이유로 배제되지 않아왔기 때문.
실제로 이같은 인천시의 당시 행정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차별’이라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인천시는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 됐다.
결국 여성영화제 측은 이러한 인천시의 이러한 논란을 인권 탄압 등으로 규정하고 시와 ‘결별’을 선언, 지난해부터 영화제를 자체 운영하고 있는데 시민사회진영에서 도움은 주고 있지만 운영 상 어려움은 아무래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편 기존 여성영화제 조직위를 내쫓다시피 했던 인천시는 올해 11월 여성폭력 주방 주간(11/25~12/1)에 ‘양성평등’을 주제로 하는 영화제를 최근 별도의 사단법인을 사업대상자로 선정하고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의 이러한 계획은 여러 모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제’의 면에서는 결국 민간영역에서 열리고 있는 영화제의 성격과 주제를 고스란히 베낀 것이라는 지적을 먼저 할 수 있다.
심지어 아직까지 인천시는 ‘여성영화제’라는 명칭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중구문화재단이 인천 내 민간기획사의 축제 브랜드 이름을 도용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또 결국 ‘비슷한 성격’이 된 영화제를 큰 차이도 나지 않는 시기에 두 번 개최해 결국 서로의 모객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생겼다는 점도 지적 대상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가 사업대상자로 선정했다는 모 사단법인은 그간 영화제 운영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인데 시는 “영화제의 주제를 비롯한 여러 사항을 검토해 주관사를 선정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심사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결국 시는 민간이 사용하고 있는 영화제 이름을 그대로 베끼고 있으면서 영화제 경험도 없는 단체를 데려다가 기존 여성영화제가 해온 방법을 고스란히 ‘표절’할 가능성이 자칫 높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시는 자신들이 주최하는 영화제에 대해 “양성평등과 폭력추방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기존 여성영화제와 사실상 비슷한 방법을 베끼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올 만하다.
당장 지역사회에서는 반발이 나온다. 20년 여 기간 동안 민간 영역에서 간판으로 걸고 있는 인천여성영화제가 이어져 오며 지금도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아마추어’ 수준의 단체를 데리고 영화제 명칭까지 뻔뻔하게 그대로 갖다 쓰는 등의 행위가 광역지자체에서 할 일이냐는 것.
미추홀구 주민 주모씨는 “영화제 경험이 없는 단체와 하든 말든 그건 알아서 하라고 최대한 양보를 한다 해도 어떻게 민간에서 써온 이름(인천여성영화제)을 저렇게 허락도 안 받고 그대로 갖다 쓴단 말이냐”며 “최근에도 지역 영상뉴스에서는 11월에 자신들이 여는 행사가 ‘인천여성영화제’로 그대로 소개되던데 결국 이름부터 표절을 하고 기존 축제에 훼방까지 놓고 있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논란은 별로 의식하지 않겠다는 듯 아직까지 뻔뻔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름을 ‘양성평등영화제’로 명칭을 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린 바 있지만 아직 소식은 없는 상태다. 기존 여성영화제 측에도 이에 대한 사과 등은 일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