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지난해 인천시의 ‘사전검열 논란’이 있었던 인천여성영화제가 이번에는 검열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해 지역사회와 문화예술계 등의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로 20회를 맞는 인천여성영화제에 대해 당초 여성주간에 맞춰 진행됐으나 올해부터 여성주간이 없어지면서 신설된 양성평등주간에 맞춰 개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통상적으로 그간 여성주간이었던 7월 첫째주 혹은 그 전후로 진행됐던 여성영화제는 현 양성평등주간인 9월 개최가 유력하고 명칭도 ‘여성영화제’ 대신 ‘양성평등영화제’ 같은 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인천여성영화제는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인천여성회’를 중심으로 20년간 개최되어 온 영화행사다. 시민단체 중심으로 조직된 영화제 조직위원회 주최로 2005년 시작했는데 인천시는 2020년부터 주민참여예산 명목으로 사업비 중 일부를 지원해줬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에 터졌었다. 영화제 개막 직전 인천시가 퀴어 영화(성소수자 주제의 영화 상영에 개입해 “시 지원 영화제에서 이런 영화들을 상영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사전검열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일대 혼란을 겪었다.
‘여성영화제’가 성 평등을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들을 다루는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성 소수자에 대한 주제가 있거나 해당 성향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영화라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이런 성격의 영화제가 세계 곳곳에서 인정받고 활동하는 만큼 상당한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당시 이행숙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탈동성애 영화도 함께 상영하면 어떠냐’는 식으로 영화제 근간을 흔드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고 알려지며 논란에 더욱 기름을 붓기도 했었다.
결국 주최측은 지난해 19회 행사는 영화제의 근간을 지키자는 결정을 통해 시의 사업비 지원을 전면 거부하고 시민사회와 영화예술계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모금 등으로 영화제를 치렀으나 행사는 크게 단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미 시 지원을 받지 않고 치른 지난해 영화제 당시에도 일부 기독교계로 추정되는 단체 소속 일원들이 현장에서 일부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최측이 긴장 속에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이들 단체들이 당시 시에 예산 지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던 터였다.
한편 인천시는 제2차 인천 양성평등정책 종합계획(2023~2027)에 근거해 올해 인천여성영화제 개최를 세부과제로 포함하고 양성평등 주간 개최 등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데 영화제의 방향 자체를 바꾸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어 주최측과의 갈등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시현정 인천시 여성가족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여성영화제와 관련해 “저출생 및 고령화 등의 사회 이슈들을 영화제에 포함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며 “영화제 명칭도 여성은 굳이 빼지 않겠으나 ‘가족’ 혹은 ‘양성평등’ 등 단어를 포함해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데 인천여성영화제가 ‘영화를 매개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담론을 형성, 지역의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치러져 왔다.
인천시 관계자들의 코멘트를 해석해 보면 인천시가 아예 주제방향 자체까지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시는 더 많은 범위에서 지난해처럼 검열 등 행위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우려도 있다.
이미 영화제 주최측이 지난 2~3월간 ‘여성주의 이슈 또는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이라는 자격주제를 정하고 이 주제 하에 영화제의 작품 공모를 받은 만큼 출품작 중 퀴어 주제의 영화가 있다면 지난해와 같은 검열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인천시가 이런 갈등을 피하겠다는 목적으로 영화제를 기존 주최측이 아닌 다른 단체를 선정할 가능성도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사실상 행정이 민간의 콘텐츠를 빼앗아 가는 결과가 나오는 동시에 명칭 사용 등에 대한 문제로 논란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일단 주최측은 인천시가 기본계획에 인천여성영화제 개최를 포함해 오는 9월 양성평등주간에 치른다고 했던 만큼 종전 개최일 대비 2달여 미뤄 준비작업을 하며 시의 행동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즉,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