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중구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최근 개최한다는 음악 관련 축제가 지역 문화계에서 논란이다.
인천의 민간 기획사가 10여년 넘게 개최한 축제명 브랜드를 ‘사실상 도용’했다는 지적인데 심지어 중구문화재단이 이 기획사와 2년여 전 함께 협업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지는 등 도용의 ‘확증’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재단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제2회 씬나사운드뮤직페스티벌(SSMF) 가요제 참가팀 모집’이라는 제하로 참가팀이 ‘개항IN싸 사운드바운드 축제’라는 이름이 담긴 홍보 포스터를 올렸다. 참가팀이 향후 해당 축제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포스터에는 재단 로고 외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인천시, 중구의 로고가 표기돼 있는데 중기부가 지원하는 ‘상권르네상스사업’ 일환으로 재단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 인천시 및 중구는 사실상 ‘후원’의 역할인 셈이다.
그런데 ‘사운드 바운드’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사운드 바운드’는 인천의 음악 팬들 및 인천에서 음악 축제를 자주 다녀본 시민들이라면 2013년부터 음악 콘텐츠제작사 ‘루비레코드’ 주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축제임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
이에 루비레코드 측은 재단 측이 ‘황당함’을 넘은 ‘불법’ 수준의 진행을 한다며 통탄하고 있다. 이들은 2013년부터 ‘사운드바운드’ 축제를 만들고 십여 년간 개최해온 주체로 이 축제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꽤 인지가 돼 있다.
실제 기자 역시 <뉴스통신> 편집장 이전 타 매체에서 취재 및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거의 매년 ‘사운드 바운드’ 취재를 나가봤던 경험이 있고 인천 내 다른 지역 기자들 중에도 나이가 그리 많지 않다면 이 축제를 아는 경우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루비레코드는 자신들이 이 브랜드 명의로 장기간 축제를 해온 만큼 지난해 상표권 등록을 접수해 현재 등록 진행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올해에는 사운드 바운드 축제를 자체예산으로 진행할 계획을 세워 놨다고 한다.
이렇게 10여년 간 예술계와 언론계 등에서 이 축제를 인지하는 ‘인증’은 얼마든 있는 만큼 해당 이름을 협의도 없이 사용하게 됐을 때 도덕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
심지어 2022년에는 재단이 사운드 바운드 축제를 루비레코드와 함께 진행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재단이 사전에 이 축제에 대해 인지를 충분히 해왔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협의과정도 없이 이 이름을 버젓이 쓰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자체와 산하재단 등의 공공기관이 예술인들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단이 오히려 이를 침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더욱 부적절한 자세라고 할 수 있기 때문.
루비레코드의 이규영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2022년의 협업을 감안하면 재단이 이 축제명과 프로그램을 몰랐을 수는 없을 것이며 그 이름(사운드 바운드)이 자기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도 없다”며 “상표권의 무단도용뿐만 아니라 십여 년 동안 진행되어온 컨셉과 역사까지 무시된 내용을 공고에 올린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십여 년간 공들여 만들어온 브랜드를 재단에 양도할 의사는 전혀 없으며 재단이 사운드 바운드 브랜드로 축제를 진행하면 우리 자체의 능력으로 치를 계획인 사운드 바운드 축제에 대한 혼선과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무단으로 명의를 도용하는 재단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맞느냐”고 성토키도 했다.
반면 재단 측은 해당 명칭이 상표권 출원심사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돼서 상표권 침해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루비레코드 측에는 포스터 등 내용 수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재단 입장에서 공식적인 사과 등을 할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루비레코드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상표권 등록확정 이전의 브랜드들은 오랜 기간 누군가의 노력과 결실이 있든 말든 막 훔쳐쓴 것인데 일방적으로 수정하고 통보한다고 그게 덮어지겠느냐는 것. 이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재단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이렇게도 없을 줄은 몰랐다”고 성토했다.
실제 루비레코드 측은 이와 관련해 최근 한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자문을 받았다고 알려왔는데 적시된 내용은 “재단이 본건 행사 포스터에 ‘사운드 바운드’를 명시적으로 표기한 행위는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한 지정상품에 사용하여 일반 수요자가 거래자나 그 출처에 관해 오인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등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전했다.
법적 소송까지 이어질 지의 여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재단이 지역 민간의 자생축제를 빼앗고 상표권 및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에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이 대표가 SNS 계정을 통해 게재한 입장문에는 여러 예술계 인사들이 댓글로 재단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견지하면서 뜻을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 등을 전하고 있다.
판화가로 유명한 윤종필 작가는 “(재단이) 지역단체 지원은 못할 망정 얌생이, 양아치 짓을 한다”며 비판했고 ‘멍 때리기 대회’ 기획자로도 잘 알려진 웁쓰양 작가 역시 “미쳤나봐. (재단이) 뻔히 그 역사를 알고 있으면서”라고 역시 비판의 시선을 댓글로 표명했다.
김종현 ‘삶은연극’ 대표 역시 “공공이 몰상식, 몰지각, 반문화적인 행태를 버젓이 자행하고도 반성도 없이 뭉개려 하는 꼴”이라며 역시 비판했고 연수구 재즈 클럽 ‘G샵하우스’의 김휘동 대표도 “지원을 못해줄 망정 지들이 가로채서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하느냐”며 역시 비판했다.
최근 광주비엔날레 등에 참여하기도 한 인천 출신의 오석근 작가 역시 “중구와 재단이 정신이 나갔다, 현실 감각도 없어서 일을 더 키우네”라며 이 대표에게 “중기부에 재단이 낸 기획서에 대해 저작권, 상표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보고 구의회 등에 민원도 넣고 법적대응도 강하게 하라”고 전하기도 했다.
루비레코드는 “중구청 및 재단에 권리 침해에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며 브랜드 무단 사용에 대한 사과와 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문제가 된 재단의 축제의 전면 취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도용이 된 명의로 중기부 상권르네상스사업 발표와 구의회 예산 승인, 재단 이사회 승인까지 받고 재단의 프로그램으로 실행을 추진한 법적 근거를 공개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앞서 댓글로 의견 표명을 한 인사들 및 단체는 물론 향후 추가적으로 예술계 인사들이 뜻을 함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실제 이 대표도 조만간 이 사안을 비롯해 재단의 문제점들을 지적하자는 취지로 모임의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재단의 명의도용 논란이 더더욱 거세질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