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올해로 19년째 열리는 인천여성영화제를 두고 인천시가 상영작 선정에 대한 개입행위를 해 불러온 논란이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조직위)에 따르면 인천여성회 등 20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익일인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시의 행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인천여성영화제는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영화공간 주안’ 3,4관에서 진행되는데 발단은 인천시가 최근 인천여성영화제의 상영작 중 성 소수자 여성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영화작품을 문제삼으며 이를 상영작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됐다.
조직위에 따르면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민 모두가 동의하지 않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 동성애를 트렌드처럼 받아들이면 잘못된 성 인식이 생길 수 있고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는 등의 사유를 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영화제’가 성 평등을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들을 다루는 작품을 선보이는 ‘장’인 만큼 성 소수자에 대한 주제가 있거나 해당 성향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영화라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물론 이는 범위를 넓히더라도 세계 유수의 국제적인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등) 들도 마찬가지여서, 성 소수자 주제 혹은 그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그 이유로 배제되는 법은 없다.
이 영화제는 2019년 ‘주민참여예산’으로 제안된 바 있는데 인천시는 이를 수용하면서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영화제 운영에 대한 보조금을 일부 지원해 왔었다.
인천시는 조직위 측에 “인천시가 지원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없다”는 일종의 ‘으름장’에 가까운 메시지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행숙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조직위 측에 “동성애 영화 1편, 탈동성애 영화 1편을 같이 상영하면 나중에라도 반대세력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나”는 등 영화제의 근간을 흔드는 듯한 발언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전해들은 조직위 측은 올해 인천시의 행정이 ‘사전 검열’과 ‘혐오 행정’의 두 가지에 모두 포함된다고 보고 올해 보조금 지원을 거부키로 하고 자체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조직위 측은 “인천시의 혐오적 행정으로 올해 인천여성영화제는 인천시 지원 없이 시민의 힘으로 치른다”며 “예산 절감을 위해 영화제 기한을 나흘에서 사흘로 축소하면서 공모작 중심의 라인업을 새로이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영향으로 이소현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등 선정작품 일부가 올해 인천여성영화제에서는 상영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조직위가 해당 감독과 배급사 등에 양해를 얻어야 했다.
‘작품 선정’은 통상적으로 영화제를 이끄는 조직위의 ‘고유권한’에 해당된다. 따라서 보조금 지원을 이유로 선정과정에 개입하려는 인천시의 의도는 ‘사전검열’ 혹은 ‘정치적 행위’라고 판단할 만한 소지가 있다.
조직위 및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영화제 작품 선정에 개입한 인천시의 행위를 ‘사전 검열’로 규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인천여성회 관계자는 “퀴어 성향의 여성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영화는 얼마든 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인천시는 자의적으로 판단해 선정작 변경 등 요구하며 사실상 ‘작품 검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인천시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모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만큼 인천시의 행정에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다.
인천옳은가치시민연합 등 43개 단체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공정한 행정을 집행했지만 인천여성회 등 단체들은 인천시를 압박하고 있다”며 영화제와 관련된 모든 행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의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지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영화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