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여러 지역사회가 제기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대회 F1(포뮬라 원)와 관련한 용역예산이 일단 인천시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의견들이 나오면서 진통 끝에 통과된 터라 향후 ‘성공개최’라는 평가를 들어야 할 인천시로서는 적잖은 행정력 집중 등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24일 오전부터 25일 밤까지 ‘강행군’을 하며 열린 올해 첫 인천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예산안의 쟁점 중 하나였던 F1 관련 용역 및 자문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특히 25일에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날 오후부터 돌입한 계수조정 작업을 저녁 이후로도 끝내지 못하면서 관계공무원들은 물론 결과를 기다리는 기자들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등의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계수조정 작업이 길어진 것은 역시 지역사회가 상당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F1 대회의 유치와 관련한 용역 및 자문을 위해 인천시가 올린 비용 5억 5천만 원의 통과 여부에 대해 시의원들 간 상당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앞서 F1 대회에 대해서는 예결위에 앞서 열린 문화복지위원회에서 당시 유경희·장성숙 의원 등 문복위 소속의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의견들이 제기됐지만 유 시장과 같은 당의 이강구 의원 등은 찬성 입장을 밝히며 ‘정쟁화’의 그림도 일부 연출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예결위의 심의에서는 같은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도 우려와 반대 등의 의견이 나오면서 이 대회를 인천시가 유치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되기에 이르렀다.
예결위 1부위원장이며 유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김용희 의원(연수2, 민)은 “F1 대회는 매년 전 세계 24개 도시에서 열리는데 이것들이 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만큼, 성공과 실패를 하는 대회가 얼마나 되는지 등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이 용역 전에 있어야 한다”며 “의뢰하는 입장에서 기본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비판의 의견을 개진했다.
김 의원은 이후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서도 “F1 유치의 경제성, 시민 동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천시의 계획을 질문했고, F1 유치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인천시의 재정 건전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F1 대회 유치를 마뜩찮게 생각한다는 듯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이미 반대 의견을 많이 내놓은 만큼 예결위에서 이를 반복하기보다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으며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을 시민들도 잘 알 수 있게끔 전하는 기지(?)를 발휘했는데 특히 예산이 ‘엉터리’로 짜여진 부분에 대해서는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정종혁(서구1, 민) 의원은 “용역 내역서를 살펴보니 직접인건비가 실제 엔지니어링 단가를 적용해 계산한 것과 다른데 5억 원에 ‘짜맞추기’를 한 거냐”며 “엉망으로 계산 내역을 만들어와 추경을 통과해달라고 하는 건 납득도 안 되고 신뢰할 수준도 안 된다, 인천시가 하고 싶은 사업이 맞냐”고 비꼬기도 했다.
실제 정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시에서 세운 용역 내역서에는 조사분석, 기본구상, 기본계획, 집행계획, 성과품작성에 들어가는 직접인건비가 1억 4,457만 원으로 표기됐는데 이는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를 적용해 산출한 것이지만 정 의원이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를 적용해 다시 계산한 바 약 1억 3,679만 원이었다.
사실상 1천만 원 수준의 예산 오류를 낸 것으로 통과를 안 시켜줘도 할 말이 없었을 상황인데 여기에 시의원들은 싱가포르 등 성공사례만 너무 쳐다봤고 실패 사례에 대한 분석은 아예 없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이렇게 F1을 두고 질타의 분위기가 이어지자 김충진 시 문화체육관광국장도 “용역 수치 등 오류들을 제가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두 손을 드는 듯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시작부터 시의회 심의 전까지의 과정을 여당 의원들조차 동의하기 힘들게 했을 정도로 ‘엉터리’로 점철된 상황인데 실제 의회 생방송을 지켜본 시민들 중에는 인천에 앞서 ‘참혹한 대 실패’로 귀결된 전남 영암의 사례가 인천시보다 차라리 낫겠다는 자조 섞인 탄식도 나왔다.
그러나 인천시의회는 유 시장이 그간 여러 행사들의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는 약간의 힘을 주기로 결정했다.
일부 시의원 등에 따르면 앞서 해사법원 유치 등이 21대 국회에서 끝내 처리되지 못해 씁쓸한 형국에서 APEC 등 그간 유 시장이 발로 뛰어 유치전을 벌였으나 실패의 결과만을 들고 온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정 동력이 눈에 띄게 저하된 점을 감안했다는 후문.
다만 지금도 F1 등 대회와 관련해 시민사회 등지에서 여러 우려와 질타가 나오는 만큼 시의회를 포함한 지역사회 차원의 감시도 강화할 거라는 약속이 전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터스포츠가 국내에서 제대로 흥행이 된 사례가 없었을 정도로 한국에선 비인기 스포츠인 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정부부처’도 아닌 ‘지방정부’에 불과한 인천시가 자력으로 이를 흥행시킨다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시민들 대부분이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게 현실.
여기에 이미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인천YMCA 등 적잖은 시민사회단체들이 F1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대시민 운동을 전개하는 상황인 만큼 사실상 ‘엉터리’로 만든 예산안을 ‘원안 통과’로 귀결시켜준 시의회에 대한 비판 여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평복연 측 관계자는 과거 <뉴스통신>과의 통화에서 “시민사회 입장에서 끊임없이 (대회 유치의 철회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시장이 고집해 강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F1 대회가 향후로도 시민사회에서 적잖이 진통을 겪을 것을 전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