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유치하려는 모터스포츠 대회 ‘F1(포뮬라 원)’에 대한 반감의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와 시민사회진영이 평행선과도 같은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17일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와 인천YMCA는 ‘인천시의회는 인천시 F1 관련 예산 삭감하라!’라는 제하의 공동성명을 내고 “F1개최에 따른 대규모 혈세 낭비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시의회가 F1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추진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인천시는 3일부터 열리고 있는 시의회 정례회(제295회)의 1차 추경에 F1 개최와 관련한 5억 5천만 원의 예산을 심의해줄 것을 요청하며 예산안을 제출했다.
편성안은 ▲F1 유치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5억 원 ▲F1 유치 전문가 자문료 5천만 원으로, 시의회는 이 예산안을 18일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와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해 심의한 뒤 다음달 초 마지막 본회의를 통해 통과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미 F1유치를 위해 두 차례나 해외 일정을 소화한 유정복 인천시장의 행보를 감안하면 시는 사실상 추진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보면 결국 시가 세운 이 예산은 F1 개최에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형식적인 용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는 있어 보인다.
더불어 평복연 등 인천 내 시민사회진영에서는 F1의 인천 개최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아직까지 시의회 및 지역사회의 검증 등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문가 자문비’ 명목으로 5천만 원을 세운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평복연은 과거 전남도가 F1 추진 과정에서 이미 사업을 결정해 놓고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다보니 용역 결과가 부실이었음에도 그대로 추진된 바 있었던 사례를 언급했다.
앞서 전남도는 총 5,073억 원을 들여 영암군에 전용 서킷(경기장)과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2010년부터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개최했지만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결국 계약기간 7년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4년만에 대회를 중단한 바 있었다.
인천YMCA 측 관계자는 “당시 전남도와 전남도의회가 사실상 검증도 없이 F1를 개최해 대규모 혈세 낭비로 평가받고 중단되는 참극을 겪었는데 인천시의 추진 과정 역시 똑같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F1의 인천 유치와 관련해서는 인천시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F1 파트너를 자처하고 나선 태화홀딩스와 어떤 추진과정을 협의하고 거치고 있는지 등을 투명하게 설명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평복연과 인천YMCA 측도 ▲태화홀딩스가 인천시에 제안한 사업의 내용 ▲시와 태화홀딩스, F1포뮬러 측 간 협의사항 ▲F1 관련 인천시의 역할과 계획 등 수개월 동안 진행된 모든 내용을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또 시의회에는 현재 ‘국민의힘 과반’으로 구성된 시의회가 철저한 검증 없이 유 시장의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데 전남도의 사례를 봐서라도 그러한 참극을 의회 차원에서 막으라고 촉구했다.
평복연은 “태화홀딩스는 지난해 서울시와 부산시에 F1 개최를 제안한 바 있으나 부산시는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시가 전담조직까지 꾸리며 유치 등을 추진하는 이유를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예산 삭감 요구 의견서 전달을 비롯해 F1의 중단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복연과 인천YMCA 등 시민사회진영은 그간 국내의 모터스포츠 대회는 인지도와 상관없이 대중적으로 흥행한 사례가 거의 없었음에도 사실상 인천시가 지역사회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입장.
그러나 인천시는 F1의 유치를 접을 생각은 아예 없는 상태다. 오히려 이번에 제출한 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의회에도 이를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 F1 유치추진단 측 관계자는 “인천은 국제공항으로 인한 접근성과 지역 인프라 및 시가지 서킷 활용 등 여러 면에서 전남과 여건이 다르다”며 “오히려 시민단체들이 우려하는 여러 문제들을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사전용역이 필요하고 그를 위한 예산도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