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지난달 ‘공식일정’이라는 명목으로 일본과 태국, 중국 등 해외를 줄기차게 다닌 유정복 인천시장이 한 달여 만에 다시 해외 일정을 잡아 출국길에 오르면서 이러한 행보가 지역사회로부터 지적을 당하는 분위기다.
한 달여 만에 해외 일정을 잡은 것이 ‘외유’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물론 이 일정이 모두 지역사회에서 비판 일색인 사업들에 집중한다는 것이어서 자칫 스스로 지역사회로부터의 논란을 자초하려는 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인천시에 따르면 유 시장은 오는 31일까지 총 6박 8일 간 일정으로 유럽 모나코와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모나코 일정은 현지에서 열리는 F1 대회의 참관을, 이후에는 미국 뉴욕과 뉴저지 등을 방문해 최근 자신의 핵심공약이었던 ‘뉴홍콩시티’ 공약을 변경한 ‘글로벌 톱텐 시티’를 위한 투자유치 명목이라는 설명이다.
유 시장은 이번 해외 일정에 대해 상당한 준비작업을 한 듯 보이는데 특히 F1 관련해서는 지난달 F1 그랑프리 대회가 열렸던 일본 스즈카시를 방문해 대회 유치 의향서를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직접 출장일정을 소화한 바 있었다.
한 달여 만에 F1 관련 일정으로 모나코로 출국한 것인 만큼 유 시장이 F1 대회에 개인적인 역량까지 집중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
26일 F1 대회 참관일정이 끝나면 유 시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31일 귀국 전까지 뉴욕과 뉴저지를 각각 방문해 ‘글로벌 톱텐 시티’ 관련 투자유치 활동 등을 한다는 것이다.
해당 일정 동안에는 뉴욕 하이라인 파크와 뉴저지주 경제개발청, 글로벌 투자기업 및 교육기관 등의 관계자들과 접견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 인천시의 설명인데 향후 성과 여부에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유 시장 일행이 모나코와 미국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는 1인 당 공식 경비만 해도 1천만 원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 일정을 소화하는 명목으로 설명한 사업들이 모두 지역사회에서 비판 및 지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F1 대회 유치는 아직 이 대회가 인천의 지역경제를 비롯한 파급효과가 얼마나 되는지와 인천에 맞는 성격의 대회인지 등이 아직 정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대회 유치 의사가 알려진 직후 시민사회진영 등에서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에도 시민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가 성명을 내고 개최비용을 포함 도심 도로 인프라 구축에 필연적으로 수 천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로인해 인천시 재정 악화 우려 및 대회 성공사례로 남기에도 힘들다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지적한 바 있었다.
특히 F1대회를 비롯해 그간 국내에서 열린 크고작은 모터스포츠 대회들은 대회 차제의 성격이나 인지도 면에서 전부 ‘마니악’한 수준에 그쳤던 만큼 인천시와 유 시장이 강조하고 싶을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지적을 안 할 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분위기다.
이미 전남 영암에서의 실패 사례는 물론 수도인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모터스포츠 대회조차 흥행 등 면에서 전면 실패의 사례로 남은 상황에서 인천이 이를 성공시키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가 유 시장의 욕심 때문에 행정 상의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형국이다.
실제 인천시의 설명에 따르면 F1 대회를 인천으로 유치하기 위해 위해 올 하반기에는 관련 용역을 발주해야 하는데 이 용역 예산만 해도 5억 원이나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 일정의 명목이라는 ‘글로벌 톱텐 시티’ 사업은 시작부터 현실성이 불가능한 공약을 세워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간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는 지난해 말 경 취임한 황효진 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이 최근 자신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뉴홍콩시티 사업은 당초 홍콩의 국제금융기관들을 유치하자는 취지였으나 사업 초기부터 추진이 어려웠다”고 밝히며 어느정도 인증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에 시민사회진영에서 유 시장의 공약폐기에 대한 공식사과 등을 요구하자 인천시는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뉴홍콩시티 사업에 대해 “당초부터 인천을 ‘글로벌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사업으로 ‘폐기’가 아닌 ‘확장’”이라며 반박했지만 설득력은 상당히 부족했다.
시의 해명대로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는 사항이라면 사실상 사업의 방향성을 담은 사업 명칭 자체를 이제와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기 때문.
여기에 인천시는 이미 ‘뉴홍콩시티’의 이름으로 홍보비만 수억 원을 썼던 상황인데 이런 과정에서 굳이 사업명칭까지 바꿨다는 것은 유 시장과 시 스스로 사업 내용 전반에 문제 혹은 한계를 체감한 것임이 인증된 만큼 최소한 ‘시인’하는 자세는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이미 이에 대해서도 8일 시민사회진영 중 한 곳인 평복연이 공식 성명을 내고 “글로벌 톱텐 시티의 내용은 기존 계획 짜깁기 및 여전히 공염불에 그친 것들”이라며 “시는 공약 폐기가 아닌 확장이라고 주장하나 발표 내용들을 보면 사실상 기존 내용의 ‘짜깁기’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물론 평복연이 유 시장의 민선8기 전반의 시정에 날선 비판을 가해 왔던 시민단체이기는 하지만 F1와 뉴홍콩시티 관련 비판의 내용들 중 다수가 시민사회로부터 공감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대립하기보다는 수용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는 형국.
실제 이번 유 시장의 해외 일정 중 ‘글로벌 톱텐 시티’와 관련해서는 “투자유치 혹은 경제교류 방안 논의나 행사 참여 등 그렇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해질 만한 일정들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지역사회 및 몇몇 언론들을 통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중 한 언론사는 한달여 전 유 시장이 태국과 중국 등을 방문한 일정을 언급하면서 하나에서 열까지 해외 출장 일정 모두를 유 시장이 직접 나서 챙기고 있는데 태국 관광객 유치 등까지 유 시장이 나설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특히 유 시장이 이렇게 자주 해외로 도는 일정에 집중하면서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그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반대했던 것을 예로 들며 시장이 직접 챙겨야 할 민생 문제를 정치적 행보 등 다른 이유들로 인해 대놓고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사회 안팎에서도 유 시장의 잦은 해외출장이 지역 여론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이제 여름 시즌 중간이면 유 시장의 민선8기 전반기가 마무리되는데 벌써부터 지역 안팎에서 수많은 시정평가들을 예고하고 있다”며 “유 시장의 해외 일정이 너무 많다는 의견들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자칫 이런 부분들이 ‘지역 현안 해결에 소홀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며 시정 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