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F1(포뮬라1, 국제자동차연맹(FIA) 등이 주관하는 국제 자동차 프로레이싱 대회)를 유치하면서 지역사회 내에서는 ‘갑론을박’이 여론화되고 있다.
지역사회는 그간 인천시가 유치해온 국제대회의 상업적 성과에 대한 부분 및 기대효과가 전혀 없음에도 이를 강행하면서 재정문제는 물론 환경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내고 있는데 인천시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시민사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나섰다.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와 인천YMCA는 13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가 계속 F1 그랑프리 유치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시민 및 시민사회와 함께 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시는 F1을 운영하는 포뮬라 원 그룹에 개최의향서를 전달하고 본격적인 유치를 위한 유치 전담팀을 꾸려 진행 중인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대회는 2026년 개최되는데 이미 11명의 공무원으로 유치를 위한 전담팀을 꾸렸고 예산을 배정해 유치와 운영에 대한 전문 조사 용역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인천시의 설명.
인천YMCA 및 평복연은 인천시가 F1 유치에 지역경제 효과 의문 및 지방재정 악화, 환경문제 등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다.
먼재 지방재정과 관련해서는 F1유치를 위한 개최료 부담은 물론 인프라 구축 및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전용 경기장을 건설하지 않는다 해도 도심 도로 인프라 구축에 필연적으로 비용이 소요되며 개최료를 포함 수 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만약 수익을 제대로 창출해내지 못하는 경우 인천시의 재정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F1이 한국에서 아직 큰 인기가 없어 이로 인해 대규모 관객을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이미 서울이나 영암에서 실패 사례가 있다는 점도 사례로 들었다.
또 인천의 경우 민선4기(안상수 시정부) 당시 세계도시축전을 개최한 뒤 지방재정이 크게 악화되면서 큰 고통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 만큼 행사가 흑자로 귀결되기 어렵다는 게 예상됨에도 무리하게 대회를 진행한 뒤 재정 악화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또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는 인천시가 재정과 시간 등 문제로 전용 경기장 구축 대신 도심 레이스로 방향으로 잡고 있는데 이미 F1은 이산화탄소 발생 등으로 인해 ‘반환경적 스포츠’로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실제 F1 측도 이를 의식한 듯 ‘포뮬러E’라는 전기자동차 경주대회를 운영하고 있는 상태. 평복연 등은 F1이 도심 지역에서 열리는 주행 방식이라면 이로 인한 소음과 분진 공해가 해당 도심의 시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은 이미 영흥석탄화력, 황사 등으로 대기질이 나쁜 상태인데 대회 동안 대기를 더욱 악화시켜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로 시가 반환경적 F1을 유치한다는 것은 탄소중립을 포기하고 ‘기후악당 도시’를 자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
특히 화력발전소에 석탄을 수입해 납품하는 ‘태화홀딩스’와 손잡고 F1을 추진하는 것은 유정복 시장이 영흥석탄화력 조기폐쇄 공약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되는 등 다양한 의혹을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평복연과 인천YMCA는 추가적으로 F1의 지역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F1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그로인해 유입된 관광객이 있다 해도 대형호텔과 카지노들이 특수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평복연 및 인천YMCA는 “시민의 삶과 관련된 관광요소는 주로 문화·역사적인 요소나 섬 등에 있는데 지역과 연관도 없는 F1은 대형호텔과 카지노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집중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F1이 인천이 지닌 관광 이미지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평복연과 인천YMCA의 기자회견 직후 인천시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이들이 우려한 지방재정 악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 초기단계로 구체적인 비용이 정해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F1자체에서 이미 탄소중립 달성 등 목표를 제시하고 노력 중이며 인천시도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방안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며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대회에 32만이 방문해 1조 7,5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런데 이날 시의 반박자료에는 영암 등에서 있었던 대회의 흥행실패 사례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며 “우리 시는 인천국제공항 등 편리한 교통망이 있어 해외 관광객의 접근성이 우수하며 특급호텔 등 고급 숙박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을 첨부했다.
이는 평복연과 인천YMCA가 주장한 “유입된 관광객이 있다 해도 대형호텔과 카지노들이 특수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와 일치해 사실상 인천시가 이 우려의 가능성을 자인한 것으로 봐도 될 만한 상황이다.
또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사례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예로 들었는데 모터스포츠가 인기인 미국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 자체가 아직 ‘마니악’한 수준인 만큼 라스베이거스의 사례는 예로 들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오히려 평복연 등에서 제기한 서울, 영암의 실패사례가 더 체감확률이 크다는 건 10대들도 알 만한 부분이어서 오히려 인천시의 반박자료가 민망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내용을 확인한 시민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연수구 주민 이모씨(45)는 “2014년 송도지구에서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The Brilliant Motor Festival)’이 열렸는데 결국 지역사회에서조차 반응이 별로였고 대회 이후 도로에 남겨진 레코드라인(고속주행 차량의 타이어가 도로에 남긴 검은 자국) 등이 눈을 찌푸리게만 했었던 걸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국내에서 카레이싱 등 모터스포츠는 아직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며 “대회 현장을 직접 가보면 알 수 있겠지만 대회 결과보다는 현장에 나타난 ‘레이싱 모델’들이 더 이슈가 될 정도인데 F1이 그 세계 안에서 가장 위상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성공이 되겠냐”며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한편 평복연 관계자는 “유 시장이 대규모 행사성 예산으로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인천서도 시급한 저출생과 민생 대책 등 시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과 수도권 매립지 등 묵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정에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