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서식 및 번식을 위해 해마다 인천을 찾는 ‘멸종 위기 종’인 저어새의 위기 등급을 국제기구가 낮추는 것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지역 시민사회진영에서 이를 사실상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저어새의 멸종위기등급 조정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긴급하게 의견을 전한다”며 “조정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무려 두 단계를 하향 조정할 것을 검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되는 만큼 재고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IUCN은 저어새에 대한 멸종 위기 단계를 현재 ‘위기(Endangered; EN)’ 단계로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 최근 IUCN 내부에서 저어새의 개체 수가 증가한 것 등을 이유로 하향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논의의 내용은 현재의 ‘위기’ 단계를 ‘준위협(Near Threatened; NT)’으로 두 단계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사이에 ‘취약(Vulnerable; VU)’ 단계가 있다.
시민연대는 저어새에 대해 현재 멸종 위기 등급의 조정 의견에 일정 정도는 공감을 하고 저어새의 개체 수가 지난 2010년 경 2천여 마리에서 올해 초 6천여 마리까지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아직 전 세계 개체 수가 그 정도 수준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저어새의 개체 수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며 “전문가들뿐 아니라 여러 국가와 NGO(시민사회)들의 노력과 국제협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국제기구 등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그간 인천에서는 해마다 둥지터를 정비하고 둥지재료를 가져다놓고 시민모니터링을 통해 번식과정을 기록하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며 “시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저어새 개체 수는 오히려 멸종위기에 처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며 저어새의 개체 수 회복이 인천의 지역사회가 중심이었음을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 저어새의 90% 이상 대부분 개체 수는 한국, 그것도 인천 서해안의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상황이다.
특히 강화, 영종, 남동유수지 등 인천의 갯벌과 연안의 번식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인천시와 지역사회 등도 이들 번식지에는 사람의 유입을 금지하고 둥지터 정비 작업 등을 매년 하고 있기도 하다.
주로 갯벌과 주변의 강과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인간은 물론 맹금류 등 다른 동물의 습격에도 민감한 습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시민연대는 “인천시민들이 둥지재료를 가져다 놓거나 둥지터를 정비하는 등 노력을 동반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이 없는 경우 저어새 번식지의 번식 개체군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더라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두 단계 하향조정이 자칫하면 저어새 보호와 서식지보전 활동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서식지는 여전히 훼손위협을 받고 있다”며 “비록 갯벌의 대규모 매립계획은 진행되지 않지만 갯벌을 가로지르는 다리(도로) 계획이 추진되고 주변의 논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으며 만조 시 휴식지로 이용되는 곳 중 개발계획이 진행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연대는 “인천에서는 깃대종(Flagship Species-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생태계종)인 저어새의 멸종 위기 등급 조정에 신중의 자세를 정중하게 요청코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연대는 이 같은 의견서에 대해 “시민연대 내 64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협력하여 활동하고 있는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협력단’의 이름으로 전하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