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 메립장 전경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의 연장 여부를 놓고 유정복 인천시장 주도로 구성됐다고 알려진 4자 협의체(인천시·서울시·경기도·환경부)가 공모한 대체 매립지가 예상대로 ‘찬바람’만 날리는 형국이다. 

결국 4자 협의체의 협의 내용 중 하나라고 알려진 ‘잔여부지 15% 내 추가매립’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서구를 비롯한 인천 지역사회는 유정복 시장이 고집하고 있는 4자 협의체의 실효성 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10일 현재까지 대체매립지 공모에 응모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모는 3월 28일자로 4자협의체가 공모(3차)를 시작한 것인데 공모기한은 6월 25일 끝난다. 두 달이 약간 안 남은 정도의 기간. 1992년 매립이 시작된 수도권매립지는 현재 1,2매립장의 사용이 모두 끝나 현재 3-1매립장에서 수도권 일대의 쓰레기들을 받고 있다.

서구 주민들은 오랜기간 매립지로 인한 악취와 먼지 등 환경문제에 노출돼 있었다며 정부와 인천시 등에 사용 종료를 요구해 왔고 인천시는 민선 7기까지는 현재 사용중인 3-1매립장이 포화될 예상시점인 2025년 사용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4자 협의체 주체들인 서울시와 경기도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2025년 이후로도 매립장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집하는 등 4자 협의체를 통한 인천시의 요구 사항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상황.

오 시장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인천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조기 종료를 원하고 있겠지만 4자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관 간 협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매립지 확보에 대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대놓고 했던 셈이다.

오 시장이 말한 4자 합의는 민선 6기 당시인 2015년 6월 합의된 ‘수도권매립지 정책개선 4자 협의체 최종 합의’의 내용을 말하는 것으로 대체 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현 매립지 잔여 부지의 15% 내에서 추가 매립을 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다.

사실상 오 시장이 이 조항을 고집하면서 서구 매립지를 일종의 ‘볼모’로 삼아 대체매립지 확보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 서울시는 물론 경기도마저 대체매립지 확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총 1,819만t의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현 3-1매립장은 지난 3월까지 60% 정도가 사용됐는데 현재 매립되는 연간 폐기물량을 최대 80만t으로 잡았을 때 10여년 정도를 더 쓸 수 있다는 논리도 나온다.

즉 최소 10년 이상은 서구 주민들이 환경피해를 감소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 원인을 사실상 서울시와 경기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지적이나 논란은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매립지를 유치하겠다는 지자체가 없다는 것인데 이 역시 사실상 예상된 수순이기도 했다.

지자체의 수장이 ‘선출직 정치인’인 상황에서 그들이 정치적 표심을 외면하면서까지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 실제 지난 두 번의 공모(2021년 1.14~4.14)와 2차 공모(동년 5.10~7.9) 역시 응모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4자 협의체는 이번 공모에서 대체 매립지의 명칭도 ‘매립지’가 아닌 ‘자원순환공원’으로 바꾼 만큼 지난 두 번의 공모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나 사실상 주민 및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의 태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후보지 규모나 부대시설 수 등을 이전보다는 줄이고 특별지원금의 규모를 500억 원 더 늘리는 등 혜택은 늘렸다고는 하나 이름을 바꾼대도 이 자체가 ‘매립지’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상황인 만큼 나서겠다고 할 지자체가 없다는 건 금방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4자협의체와 SL공사 등은 악취나 환경오염 등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없이 주민에 편익시설로 환원할 수 있게끔 조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지역사회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의 매립지 역시 쓰레기 매립을 마치는대로 흙을 50cm 이상 덮고 있어 악취가 심하지는 않고 사용을 종료한 제1매립장 상부는 골프장으로 조성해 주민이 이용하게끔 하고 있지만, 매립지에 대한 서구 주민들의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인 면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편 환경부와 SL공사 역시 이번 공모가 그렇게 시급하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봤을 때 매립지로 오는 폐기물량이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SL공사에 따르면 2007년 509만t 이상이었던 폐기물 반입량은 지난해 약 129만t으로 크게 감소했고 현재도 꾸준히 감소 추세다. 여기에 2026년부터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폐기물을 소각한 뒤 수도권매립지로 오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폐기물 반입량은 더 줄어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

그러나 환경부나 SL공사가 여유를 부릴 상황은 절대 아니다. 빈 부지가 있다 해도 매립장으로 이용 가능한 상황을 만들려면 확보작업부터 시작해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오는 침출수와 가스를 처리할 기반시설이 설치돼야 하는데 이 과정이 10여년은 족히 걸리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

현재 사용중인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은 이미 확보작업이 끝난 나대지에 기반시설을 설치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것만도 7년여가 걸렸었다.

부가적은 문제는 또 있다. 현재 4자 협의체를 통한 합의 중에는 인천시·서울시·경기도의 SL공사 이사회 참여 및 현 환경부 산하의 SL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는 사안 등의 내용이 있다.

이중 이관 문제는 시는 원하고 있으나 SL공사 노조와 주민 및 시민사회 일각에서 반대가 심하다. 특히 SL공사 노조는 이 문제를 주기적으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론화하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이어가고 있는데 사실상 설득이 쉽지 않아 인천시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