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숙녀 기자
중대재해법 대응에 외부 도움·지원 여부 도표
▲응답기업 89.9% 내년 1월 26일까지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연장 주장
대한상의가 지역상의 22곳과 50인 미만 회원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결과 응답기업의 89.9%가 내년 1월 26일까지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더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해 이법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조치를 취한 50인 미만 기업은 22.6%에 그쳤다. 반면 76.4%가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상태 유지’(39.6%)하거나‘조치사항 검토 중’(36.8%)에 있어 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에는 50인 미만 기업의 영세성 및 인력부족 등을 감안, 2026년 1월 26일까지 유예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와 관련 지방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대표는 “대다수 소기업은 대표자에 의해 운영되는‘원맨컴퍼니’라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갈 수 없어 사실상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준비기간을 추가로 부여해야한다”고 호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만 강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이미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망사고 추이를 보면 법 시행 전인 2021년 대비 2022년 사망건수는 1.7% 감소에 그쳤고 올해 3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4.4% 증가했다. 결국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이 적용되더라도 감소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 유예 필요성 도표
▲대처 못하는 이유 방대한 법 준수사항 54%·안전인력 확보 52%·비용 부담 42%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처가 어려운 이유로 ‘안전관련 법 준수사항 방대’(53.7%)를 많이 꼽았다. 이어 ‘안전관리 인력 확보’(51.8%), ‘과도한 비용부담 발생’(42.4%), ‘안전지침 위반 등 근로자 안전인식 관리’(41.7%) 등이다.
안전보건업무 담당부서 설치여부에 있어서도 전체 응답기업 가운데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기업이 7.2%에 그쳤고 대부분 ‘타부서 겸업’(54.9%)하거나 부서가 없는 경우도 29.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 인식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업장 안전관리 인식을 묻는 설문에 95.5%가 ‘안전관리 신경 쓴다’고 답했고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역할에 대해 `업종별 안전매뉴얼 배포'(59%), `안전인력‧인건비 지원'(49.8%), `안전투자 재정‧세제 지원'(47.6%)을 꼽았다. 그외 `명확한 준수지침'(43.5%), `안전체계구축 컨설팅 등 기술지원'(30.7%)이다.
실제로 중소 제조업체 사장 B씨는 “안전관련 법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 어디서부터 챙겨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면서 “법적인 대응사항에 대해 정부에서 무료점검은 물론 지도에 나서주고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 정책적인 지원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기업이 바라는 정부 역할 도표
▲정책과제 안전매뉴얼 59%·안전인력 및 인건비 지원 50%· 안전투자 지원 48%
그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외부지원을 받았는지를 묻는 설문에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대응’이라는 응답이 34.2%에 달했다. 외부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공단’(53%), ‘정부(노동부, 중기부 등)’(22.5%) 등이다.
이와 함께‘원청업체(대기업 등)’(8.3%), ‘입주한 산업단지공단’(3.4%)에서 각각 또는 중복해서 도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복수응답에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회원업체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사건 분석과 대응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12월 6일에 개최. 기업들이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설명회는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를 연사로 초빙해 중대재해 단계별 대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기업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실시간 질의도 받을 예정이어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지 주목된다. 근로자가 일하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안전 확보 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설명한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50인 미만 기업 내에서도 규모가 작을수록 재해사고 사망자수 편차가 큰 상황”이라면서 “법 적용을 추가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 중소기업들이 안전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 및 예방 중심 법체계로 바꾸는 법령 개정을 추진, 시행해야 이 법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