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시, 인천문화재단의 주최 및 주관으로 열렸던 ‘인천문화예술교육 축제’ 현장 모습 (사진=인천문화재단)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시민의 신규 근로 계약 및 예체능 분야의 용역 계약 문제를 ‘평생 교육’의 분야로 잡아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예술계 일부 등 몇몇 분야에서는 일종의 ‘한계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일 인천시 및 시의회 등에 따르면 전날인 4일 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단비 시의원(부평3, 국)이 발의한 ‘인천시 근로 계약서 등 평생 교육 지원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해당 조례안은 인천시민이 근로 계약서 혹은 문화예술용역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 해당 계약서의 내용이 정부 각 부처가 정한 표준과 가이드라인(즉 표준 계약서)에 부합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 교육을 조례화 하는 것이다.

만약 인천시민에 대입하자면 고교 및 대학교를 나와 사회 활동을 시작하는 취업 준비생 및 예체능계 졸업생들은 물론 신규로 기관 및 업체와의 근로 계약서 및 용역 계약서를 작성하게 될 모든 시민들이 포함된다는 것이 이 의원 등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조례안 발의 배경에 대해 “과거 변호사 활동 등을 하며 갑질 근로 계약 등의 사례를 많이 봤던 만큼 조례 안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며 “실제 지난해 지방 선거 시의원 후보 당시 선거 공약에서 꽤 선호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 인권 조례는 교육청의 조례인데 교육청에서 하는 근로 계약서 교육은 실제 학생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학생 뿐만 아니라 인천 시민 모두가 필요하다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인천시에서 노력해 달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해당 교육을 통해 인천시민들이 어떤 방식의 노동력 및 전문력을 제공하게 되는 경우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잘 알고 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취지 자체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시의회 행안위에서도 천준호 시 기획조정실장 역사 “근로 계약서 미 작성 등으로 오는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 동감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례”라며 “실행을 하게 된다면 기조실 교육협력담당관실에서 총괄 담당이 될 것 같고 관련 기관인 노동권익센터나 교육청 등과 협업하는 방식 등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관건은 역시 실효성의 여부다. 교육의 내용이 근로 계약서나 문화예술용역계약서 등을 작성하고 사인을 하기 전 단계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교육이라면 접근도 쉽고 내용도 잘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몇몇 분야에서는 한계도 있을 수 있다는 평가다.

교육청의 조례 및 방침에 따라 관련 교육 과정이 있고 이를 이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실업계 고교 학생 등은 표준 계약서와의 부합 여부를 파악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이러한 교육 과정이 있다는 것조차 잘 모르는 기성세대 혹은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접근의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문화예술계’라면 한계나 접근성 등에 대한 아쉬움의 의견들이 더 높게 나올 수도 있다. 현재 문체부는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불공정행위’에 대해 적시하고 있는데 ‘예술인의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를 제외한 부분이 해석에 따라 모호해지기 때문.

다른 부분들은 ‘불공정한 계약 조건 강요’, ‘적정한 수익 배분의 거부’, ‘창작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 등인데 이는 각자가 다른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술인들도 일종의 ‘예술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평판’은 가려지기 마련인데 그에 따라 불공정성이나 수익 지급 및 배분, 개입 등에 대한 타당성 여부까지는 사실상 현 상황에서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다만 이는 이단비 의원이 발의한 조례 내용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사실상 상위법에서도 이를 잡고 있지 않기 때문이데 사실 이는 ‘자유시장경제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딱히 잡기가 곤란한’ 영역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가 ‘가이드라인’을 핑계로 ‘계약의 규모’까지 적시해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예술인들의 처우를 위한 예술인복지법은 시행되고 있고 예술인들이 정당한 계약을 하도록 가이드가 잡혀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충돌’이 되는 영역으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문화계에서는 정부(문화예술영역은 문체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그것을 맞췄다고 특정 예술인이 처우나 수준 등에 맞는 계약이 ‘자유의사’ 하에 된 것인지를 따지기는 사실 쉽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 이는 민간계약뿐만 아니라 공기관 계약 건과 관련해서도 종종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지역의 한 음악인은 “사실 인천에서 진행되는 예술 관련 용역사업(예술 활동 및 예술 교육 등 포함)들 대부분은 ‘기관 공모’ 같은 성격이 많은데 그걸 ‘갑을계약’으로 치면 적정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판단하기보다 일종의 ‘후려치기’로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더 많은 예술가들에게 혜택을 고루 줘야 하는 시 및 산하 기관(주로 인천문화재단 등)으로서는 사실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허나 다른 시선으로 보면 ‘적정히 예산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던가, 그 상황에 대해 일종의 ‘비토’를 딱히 걸 만한 환경도 안 될 지역 예술인들에겐 ‘그거라도 받아야지’ 하는 정서 등이 문제로 지적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용역 자체는 표준 계약의 내용을 따르더라도 정작 계약이 완료된 후 결과를 보면 ‘헐값’에 계약됐다고 볼 만한 상황들이, 지역에서 일종의 ‘표준화’가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 예술가의 설명이다.

또 기자가 문화예술용역 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문서(문체부에서 확인 가능함)를 확인해본 결과 수십 페이지로 정리된 결코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았는데 이런 이유 등으로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잘못된 계약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 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사실 체감이 되지 못할 거란 의견도 나온다.

실제 조례안을 발의한 이단비 의원 역시 “기성세대 예술인들을 비롯한 몇몇 예술인들에게서는 ‘그걸 공부할 시간에 예술사업 하나를 더 따거나 진행하는 게 더 낫겠다’는 식의 피드백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작 계약상의 큰 피해를 체감하면 ‘그런 교육이 있었느냐, 몰랐다’는 식의 답도 받았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과거 예술인복지재단 담당변호사 경력도 있는 만큼 현장에서 일어나는 예술인들의 표준 계약 교육과 관련해서는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피드백들도 상당수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대기업의 경우엔 이런 불공정 계약이 잘 없을 거란 인식이 있지만 그도 사실과 다르다”며 “과거 네이버가 웹툰작가들과의 계약에서 확인된 갑질 계약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태료를 부과 받고 시정 받은 케이스는 대표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선 지금도 표준 계약서를 배포하고 있는데 근로자들은 자신의 계약서가 그것을 준수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예술계 역시 표준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마찬가지”라며 “모든 시민들이 교육을 받아 추후 더 나은 계약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시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발의의 배경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예술계에서는 근로계약이나 예술용역계약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계약당사자들(계약제시인(갑)과 수용인(을)) 양쪽이 모두 판단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발의된 조례를 통해 이러한 부적절한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 어느 정도 부합되기도 한다.

한편 해당 조례안이 취업 준비생 혹은 예술계에 국한된 부분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적용되는 만큼 해당 교육에 대한 접근 자체도 ‘문턱’이 낮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의회 행안위 소속 김대영 시의원(비례, 민)은 “교육 대상을 ‘모든 시민’으로 규정한다면 시민 접근이 용이할 동 주민센터 등에서 정착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행안위에서 전한 바가 있다”며 “예술인들 분야는 깊게 생각해본 것은 아니지만 지역 예술인들에게 필요하다면 그 접근도 쉬워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천준호 시 기획조정실장은 “시민들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서 추진될 수 있게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