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사업자에 대심도터널 시공을 하도록 행정처분 조치한 미추홀구 용현·학익 1블록(시티오씨엘)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6일 인천시와 시티오씨엘 입주 예정자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시티오씨엘 사업자 DCRE는 시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청구한 행정심판을 취하하고 행정처분에 대한 추진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해당 계획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기분양된 3개 단지의 소음 대책 및 대심도 터널 추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단기 소음 대책’을 개발계획에 반영하는 내용의 제반 서류를 오는 3월 말까지 시에 제출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 같은 내용의 일부는 최근 시민청원 충족요건이 달성돼 지난달 유정복 인천시장이 ‘찾아가는 시장실’ 행정의 일환으로 미추홀구 청사에서 입주예정자들을 만나 설명하기도 했었다.
시는 이 행정처분의 이유로 사업자 측이 당초 결정된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과 달리 제2경인고속도로 주변의 일부 공동주택을 고층으로 건설함으로써 도시개발법을 위반하는 등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혀 왔었다.
이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의 행정처분이 환경영향평가법 및 도시개발법 등 관련법에 따라 진행한 행정처분이었던 만큼 굳이 행정심판으로 가봤자 좋을 것이 없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사업자가 이러한 행정처분을 받아들였음에도 입주예정자들의 시선은 아직 풀리지 않은 듯한 분위기다. 그간 소음저감 대책을 놓고 시와 사업자 간 장기화된 갈등이 입주 차질 등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자 측이 “(인천시의 뜻대로) 대심도터널을 추진하려면 공사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을 그간 여러 차례 밝혀오면서 자칫 입주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입주예정자들이 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오기도 했었다.
사업자 측은 지난달 인천시의회가 관련 현안을 다뤘던 ‘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대심도터널 사업비가 1조 5천억 이상에 공사기간도 13년이 걸리는 걸로 계산되는데 이건 사업을 하지 말란 얘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입주예정자들의 입장에서는 사업자 측이 지속적으로 같은 입장을 계속 밝혀온 만큼 불안감이 지속돼 왔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입주예정자들이 시의 대심도터널 시공을 우려하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터널 공사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지반침해 문제가 자신들이 주거할 지역에도 해당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들 입주예정자들은 장기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인천 동구 삼두아파트의 균열위험 문제를 다분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삼두아파트 및 인근지역의 땅꺼짐 및 균열문제는 민선6기(현 유정복 시장 집권) 당시였던 2015년 북항터널(2017년 개통)의 공사를 진행하던 시공사 포스코건설이 터널을 뚫기 위해 땅 밑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터뜨리면서 문제가 됐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도 강한 지진이 난 듯한 진동과 소리에 적잖이 놀랐다고 전해왔었는데 공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당시 시의회 등에서 나왔었다.
땅 밑에서 공사를 한다고 해도 공사가 이루어지는 지역이 도심 한복판이었던 만큼 발파의 방법(NATM)보다는 별도의 대형 굴착기 앞에 드릴을 장착해 순차적으로 파내려 가는 방식(TBM)을 사용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두 공법은 비용 상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사비 등을 이유로 TBM 방식을 거부하고 다이너마이트 발파를 하면서 이로 인한 충격이나 진동, 땅 균열이 지면 건물을 붕괴시킬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당시 시와 시의회, 시민사회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에 삼두아파트 주민들은 2018년 포스코건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포스코건설은 당시의 발파와 아파트 건물 균열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21년 법원은 1심판결에서 포스코 측 입장을 수용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아파트의 균열은 발파 작업이 문제가 아니라 건설이 잘못됐다는 재판이었는데 이 결과가 상당한 논란이 됐다.
삼두아파트는 1984년 건립된 것으로 북항터널 공사 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 2001년 정밀안전 A등급을 받은 바도 있었던 건물에 재판부가 부실시공을 했다고 판결한 것이어서 더더욱 논란이 됐었다.
삼두아파트는 지금도 균열이 가속화돼 있는 상황이다. 당초 평지였던 곳은 공사 이후로 소폭 경사가 지며 건물 아랫면이 10cm 가까이 노출돼 있고 2019년 안전진단 결과 아파트 내부에는 큰 강도의 금이 가있는 것은 물론 80cm 이상 건물이 기운 상태로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건물 균열의 증거로 아파트 복도의 섀시가 균열에 눌리다못해 건물 바깥으로 밀려 떨어져 나가는 사고도 있었다. 이 때문에 소방인력이 긴급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된 아파트 주민들은 하루하루 극도의 불안 속에 살고 있지만 민선6기 당시부터 불거진 사안은 민선8기 이후로도 사실상 대책을 세운 것이 없는 상태다.
급기야 인천동구청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위험시설물 안내표지판을 세우라고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이 공문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지자체가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아무런 조치 없이 ‘위험하니까 지나다니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붕괴위험’을 어느정도는 지자체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었던 만큼 향후 재판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붕괴 위험에 있는 아파트에는 현재 건물 자체에 대해 그 어떤 ‘물리적 조치’도 없는 상태다. 인근 주민들은 “정말로 무너지고 난 다음 책임자들이나 공무원들이 옷을 벗어야 해결할 생각인가보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시의 행정에 혀를 차기도 했다.
결국 시티오씨엘 입주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의 행정이 불만일 수 있다. ‘터널공사로 인한 붕괴’라는 의견이 많은 상황에서 수 년을 넘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 삼두아파트 균열 문제가 자신들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티오씨엘 입주예정자단체 대표자들은 지난달 유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시공과 관련한 안전문제를 어떻게 조치할 거냐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사업자가 시의 행정조치를 받아들인 현재에도 대심도터널보다 방음터널로 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는 시가 사업자에 지적한 관련법 위반 문제와도 배치된다.
결국 시로서는 시공상의 안전문제에 대한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진화하는 것은 물론 사업자에 대해서도 지반에 무리를 주지 않는 공법을 요구하는 등으로 지역사회 여론까지 진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