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위치도. (자료 제공 = 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용현·학익 1블록(시티오씨엘) 도시개발사업이 표류 기미를 보이면서 이와 관련한 행정주체인 인천시와 사업시행자 간 공방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이는 입주예정자들이 시민청원을 제기하고 시가 22일 시민청원에 답할 것으로 예정되면서 책임공방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는 최근 시티오씨엘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두 곳의 지역매체가 보도한 뉴스와 관련해 “시의 행정처분 관련, 해당 도시개발사업이 지연되거나 학교설립 절차가 중단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은 미추홀구 학익동 587-1 일원 154만 6,747㎡에 오는 2025년까지 1만 3천 여 세대를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업비는 1조 9,132억 원(추산치)로, 1만 가구가 넘게 들어오는 사실상 ‘2조 원짜리 미니 신도시’에 해당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관건은 해당 개발과 관련해 추진되는 제2경인고속도로의 조성과 관련한 소음저감계획을 두고 나타나고 있는 입장 차이인 것으로 읽힌다.

시는 조성 자체를 ‘지하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DCRE 측은 비용과 기간 등을 이유로 방음벽 혹은 방음터널 등의 방법으로 추진하자며 시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한 두 곳의 지역매체 보도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2경인고속도로의 조성 계획을 두고 시와 사업시행자인 DCRE 간 갈등으로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피해가 우려되는 주민들이 집단소송 등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뉴스통신>이 사실확인 차 취재한 결과로는 해당 보도들은 오보 등 틀린 내용은 없는 것으로 일단 확인되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시와 DCRE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시가 “우리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시는 “우리 시가 해당 도시개발사업을 지연시킨 바는 전혀 없고, 오히려 사업자에게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공문을 발송해 ‘기존 개발계획대로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할 것’을 안내했다”는 설명이다.

이 사업과 관련해 언뜻 ‘시가 지하화를 강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시는 그러한 시선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시는 “소음저감시설을 방음벽‧저소음포장에서 대심도터널로 변경한 것은 사업자가 당초 개발·실시계획과 달리 제2경인고속도로 주변의 일부 공동주택을 고층으로 건설해 법률 위반사항이 발생하면서, 이에 따라 법에 맞게 행정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DCRE는 지난 3월부터 제2경인고속도로 소음저감시설 임의 추진 및 개발·실시계획과 다른 공사 시행 등으로 관련법(환경영향평가법 및 도시개발법 등)들을 수 차례 위반했으며, 시는 이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반면 DCRE는 해당 사업의 건축계획이 공동주택 단지를 36층으로 설계된 것으로 미추홀구의 사업과 분양 인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착공과 분양을 했다는 입장이다.

DCRE 측은 시의 지하화 요구가 비용은 둘째 치고 공사에만 1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개발사업이 중단돼 있는 상태다.

그러자 시티오씨엘에 입주하려던 주민들은 당초 예정대로 입주를 하지 못한다면 개인별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최근 시에 시민청원을 제기했다.

이미 시와 DCRE 간 갈등과 공방이 반복되며 올해 계획했던 4,300여 세대(5~7단지 포함)의 분양 계획이 무산된 데에 이어 내년 3,300여 세대(8~9단지 포함) 분양도 틀어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지난달 8일 입주예정자들이 인천시의 열린시장실 게시판에 ‘인천시 미추홀구 신도시개발 중단사태 해결 촉구’라는 제목으로 올린 청원글은 9일 만에 시장 답변 요건을 충족하는 공감 수 3,000건을 넘겼다.

그러자 시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최근 관계 회의에서 이번 갈등을 언급하면서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사업자와 협의를 이행하라”는 지시를 공직자들에게 내렸다.

이어 시는 22일 용현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해당 청원글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 시장이 직접 나설지는 확인되고 있진 않으나, 최근 해명자료에서 밝힌 주장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시의 해명자료는 사업자인 DCRE 측의 법률위반 내용이 무려 5건이나 기재돼 있고, 이에 대한 행정처분 경위와 사업 추진 고시 등 추진현황과 유관기관인 인천연구원의 검토의견 등의 내용이 무척 상세히 기술돼 있다.

DCRE 측의 자세가 사업 지연 이유와 책임 등을 시에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고, 주민 청원을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 입주예정자들은 사업 지연 장기화가 현실화될 경우 시와 미추홀구, DCRE 등 모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인데,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행정적으로 위법한 사항인 만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시와, 적법하게 절차를 진행했다는 DCRE 측 주장이 사실상 ‘평행선’인 만큼 갈등의 골이 이미 깊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학교나 공원, 교통 등 기반시설 등은 유관기관과 협의해 적기에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수분양자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