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17일 열린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된 가운데 인천지역 등지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자당 내 시·도지사협의회 이름으로 내는 의견들에 여러 반발이 나오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유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이 직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유 시장이 17일 시도지사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0차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밝혀왔다.
대한민국 시·도지사 협의회는 1999년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설립된 공식 행정협의체다. 지방정부 간 교류 및 협력을 통해 공동 현안을 해결하고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시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회장 선임 안건에서 참석한 시도지사들은 만장일치로 유정복 시장을 제18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추대했다는 것.
시는 “당시 총회에서 유 시장에 대해 민선6기 시절 9대 협의회장을 한 적이 있고 국회의원 3선, 장관 2회, 광역단체장 2회를 포함한 ‘멀티 트리플 크라운’ 경력으로 정치와 행정의 균형 잡힌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해왔다.
유 시장은 “지방정부는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대한민국 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라며 “지금 정국 상황이 매우 엄중하지만 중앙정부의 상황과는 별개로 지역 안정과 민생경제를 위해 시·도지사들 의견을 모아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 시장이 최근 탄핵국면과 관련해 자신의 SNS 등에서 내보인 발언들이 여러 논란을 낳고 있음을 감안하면 유 시장이 해당 직함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유 시장은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일어난지 3일 후인 6일 자신의 직함 중 하나인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장’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며 윤석열의 옹호에 나선 바 있었다.
그랬다가 12일 윤석열의 ‘사실상 답이 없는 수준’의 대국민 담화 이후로 자세를 바꿔 “탄핵은 피해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철회한다”면서 이를 관련 입장은 내지도 않았던 ‘인천시장’의 이름으로 낸다고 해 논란을 키웠다.
이후 16일 탄핵 이후로는 갑자기 “이제부터는 야당 심판의 시간”이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하며 일각에서는 ‘정신건강’이 의심되는 듯한 반응까지 나온 바 있다.
실례로 김명주 인천시의원(서구6, 민)은 자신의 SNS에서 유 시장의 최근 오락가락한 발언들을 언급하며 “혹시 건강 상태가 안좋으시냐, 요즘 연말이라 약주가 과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비꼬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언행은 유 시장의 ‘모종의 의도’가 명확하다는 것이 중론인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소속단체와는 협의도 안 된 듯한 의견들을 자신의 주장에 반영하는 듯한 자세가 보였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이는 같은 당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국힘 협의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며 일부 증명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SNS에 “우리 당내 시·도지사 전체가 탄핵반대 결의 이틀도 지나지 않아 모임을 주도했던 회장인 인천시장과 서울시장이 다른 시도지사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탄핵 찬성으로 번복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국힘 협의회는 더 이상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없게 됐고 여기에 중앙당 지도부가 탄핵소추의 책임을 지고 해체된 마당에 국힘 협의회도 해체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유 시장이 과거 협의회장의 이름으로 밝혔던 의견들은 전반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던 것인데 자신의 직함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의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유 시장은 탄핵 가결 이후 자신의 SNS에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렸던 중심에는 언제나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있었다, 이제부터는 야당 심판의 시간”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이미지 파일로 만들고 이 과정에서 인천시의 공식 CI를 첨부하기까지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신이 보유한 직함을 본인의 정치적 유불리에 언제든 갖다 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 국가에서 인정한 행정협의체 직함마저 악용의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일단 이런 우려는 약간 읽히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소속의 김대영 인천시의원(비례)는 “그런 우려가 있을 때 그냥 ‘우려’로 끝나면 문제될 건 없겠지만 그전에도 정치적 의도로 직함을 이용한 사례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지역사회 차원에서)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중구 주민 박모씨(38)는 “최근 탄핵과 관련해 보인 언행이 일관되지도 않았고 자기 유리함에 맞춰 말을 바꾸어왔는데 이걸 민생을 챙기고 민심을 파악했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며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최근 유 시장의 행보에 대해 “2년 뒤 시장 출마를 위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최근 SNS의 글 등을 감안하면) 유 시장은 ‘협치’보다 재선을 위해 ‘갈등 조장’을 선택하며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는 게 아니냐”며 비판했다.
비상시국으로 지역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지역민심을 파악해야 할 유 시장이 이를 외면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부분을 짚은 것.
이를 감안하면 향후로도 유 시장이 자신이 보유한 직함을 ‘본인의 정치적 유리함’을 위해 이용할 수도 있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서 유 시장의 협의회장 추대는 다소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