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비상계엄’으로 사실상 ‘대국민 도발’을 감행해 탄핵 여론이 삽시간에 확산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통령 옹호’로 비춰질 수도 있는 행위를 이어가며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인천시에 따르면 유 시장은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언을 한 지 한시간여 뒤인 당일 오후 11시 35분 경 인천시청으로 이동해 황효진 시 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과 고주룡 비서실장, 강성옥 대변인 및 실·국장급 간부들과 긴급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의에서는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대한 헌법의 근거가 있는지의 여부와 우리 시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했다”며 “유 시장은 시민들의 생업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 대변인은 “현재 발표할 수 있는 회의의 내용은 그 정도가 전부다”라며 유 시장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후 인천시는 행정안전부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출입증을 소지한 공무원만 출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인천시청사의 폐쇄 수순에도 들어갔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러한 메시지는 인천시청 출입기자 중 일부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관련 공문은 확인되지 않았고 시는 1시 40분 경 다시 “착오가 있었다, 인천시청사는 실제 폐쇄하지는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제는 공식적으로 인천시청에 출입등록을 한 기자들 중에서도 해당 메시지가 일부에게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시의 공식내용이나 다름없는 공지가 어떤 경로로 가게 됐는지가 모호했다는 점이다.
또 만약 인천시가 몇 분 안 되는 순간이라도 진짜 문을 걸어 잠갔다면 문제는 더 커졌겠지만 폐쇄를 의미하는 메시지가 일선 언론사 기자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으로도 ‘폐쇄로 규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역시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실제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폐쇄로 볼 것인지 아닐지를 두고 갑론을박의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어쨌든 인천시가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부산시장 등이 즉각적으로 계엄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반면 유 시장이 최소한의 유감 입장조차 밝히지 않으며 눈치를 보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러한 비판은 야당에서 먼저 나왔는데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유 시장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윤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시당은 이날 공식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 선포를 두고 국가적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300만 인천시민의 삶을 헤아려야 할 유 시장이 침묵 끝내 내놓은 입장이 시민들의 생업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정도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시당은 이어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장으로 걸핏하면 중앙정치에 참견한 위세는 어디에 버렸느냐”며 “인천 발전을 위한 예산이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에서도 일언반구조차 없었는데 윤석열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마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정인갑 시당 수석대변인은 “유 시장은 과거 우리 인천시민들이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5·3인천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고 더이상 인천시민들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유 시장은 이날 늦은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국힘 시·도지사 협의회의 이름으로서의 입장을 밝힌다”라며 “6시간만에 막을 내리며 국정혼란과 국민 불신을 가져온 비상계엄 선포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타 시·도지사들 대부분이 즉각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에 비하면 소위 ‘눈치’를 보다가 밝힌 입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가능해 보인다. 심지어 같은 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마저도 대통령의 계엄선언 시각의 거의 ‘직후’의 시점에서 반대 메시지가 즉각적으로 나왔다는 점은 이 의혹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분.
또 자신의 SNS에 남긴 유감 표명은 ‘자신이 속한 정당 단체의 이름’으로서 밝힌 유감이지, ‘인천시장’의 입장으로서 낸 메시지가 아니다. 즉, 시민들을 대변하는 메시지를 전혀 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 논란은 사그라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