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헌법을 정면 유린했다’고 평가되는 비상계엄 선언을 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인천의 여러 지역사회에서도 퇴진(탄핵 혹은 하야 등)를 촉구하는 공식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번 주말 전국민의 광화문 집결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일부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서울의 집결 움직임에 동참하고 이후 지역 투쟁 등 일정을 계획하는 등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인천의 시민사회진영은 4일 오전 ‘사회대전환 윤석열정권퇴진 인천운동본부(준)-이하 인천본부’를 출범시키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헌법을 유린한 내란수괴”로 규정하고 국회의 즉각적인 탄핵절차 돌입 등을 요구했다.
인천본부에 참여한 단체들은 인천지역연대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를 비롯해 민주노총인천본부, 인천여성연대, 인천자주통일평화연대, 기후위기비상행동, 전세사기대책위, 인천비상시국회의, 인천시민의힘, F1반대인천대책위 등으로 인천 지역사회에서 ‘현재진행형’으로 활동하는 공식 및 임시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 3일 밤은) 44년 만에 계엄이 선포되며 전 국민이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다”며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를 폭력적으로 침탈하는 장면을 전 국민이 잠을 못 이루고 지켜보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해야 했다”고 침통한 입장을 전했다.
이어 “야당이 추진한 정부 관료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삭감을 ‘반국가행위’로 인식하고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해야 한다며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윤석열의 비정상적인 행태는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물론 불법적인 계엄 시도는 3시간여 만에 국회에 의해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효인 것이 확인됐지만 계엄 선포 이후 군과 경찰의 국회 난입과 계엄 포고령 1호의 내용은 이미 국민들의 일상을 파괴했다”고 규정했다.
인천본부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인물을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직함을 삭제하는 등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자 하는 자세를 보였다.
인천본부는 “이제 시민들의 행동이 필요한 시간”이라며 “우리 본부는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체포·구속을 촉구하는 행동에 들어가는 만큼 시민 여러분께서 함께 나서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인천녹색연합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식성명을 냈다. 이들은 “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위배한 것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유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행위”고 규정했다.
이어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의 발을 묶고 국민의 목소리를 막으려 했지만 시민들은 몸으로 계엄군을 막았고, 국회가 불법 계엄을 만장일치로 해제함에 따라 군대를 동원한 내란과도 같은 계엄은 효력을 상실했다”며 “수십 년 간 지켜온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비상계엄이 무력화되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이 임명한 계엄사령관이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업무를 관장하고 국민의 기본권이 군에 의해 짓밟히는 끔찍한 미래가 도래했을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천녹색연합은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자에게 더 이상 국정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밝히고 “국민의 이름으로 반헌법적 비상계엄으로 국가를 비상사태로 몰아넣은 주도자, 관계자 전원에게 우리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시민사회진영과 뜻을 같이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지역의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을 제외한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퇴진 운동 움직임을 주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박찬대 국회의원(인천연수갑)은 ‘윤석열 퇴진 비상시국대회’를 열고 이를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생중계했다.
그는 “윤석열은 현재 판단력, 상황인식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단 일분, 일초도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해선 안 될 정도로 심각하게 비정상적인 상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한밤중에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고 무장 계엄군이 국회로 난입하는 일이 민주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것에 참담함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불과 하룻밤 사이 나라경제가 출렁이고 국격이 땅에 떨어졌으며 민주주의 모범국가 대한민국의 위상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추락했다”며 “국민께서 느끼셨을 당혹감과 수치심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와 내용 모두 헌법 및 법률위반으로 탄핵 사유”라고 규정하고 “윤석열은 우리 형법에서 정한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은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을 향해서는 “대통령을 출당시키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느냐”며 “밤새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을 확인한 마당에 진영 논리를 앞세우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려 하느냐”며 사실상 ‘친윤세력’의 국회의원들을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날 박 의원이 생중계한 비상시국대회는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내 인사들은 물론 조국, 용혜인 등 조국혁신당 및 기본소득당 등 야권 소속의 인사들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해 사실상 야권 전반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뜻을 모았음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이날 박 의원은 지역구인 연수갑 지역위원회 이름으로는 구글독스를 통해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했는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서명운동이 상당히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후문.
진보정당 3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의 경우 민주당 중심의 움직임보다는 주목도는 덜했지만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결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이들 3당은 “오늘 우리는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윤석열, 비상계엄을 건의한 국방부장관 김용현, 그리고 군인들을 동원하여 비상계엄을 실행한 계엄사령관이자 육군참모총장 박안수 등을 내란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고소한다”며 “이 죄의 수괴는 윤석열”이라고 밝혔다.
3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벌인 국민에 대한 친위 쿠데타이자 국회에 대한 폭거”라며 “헌법상 비상계엄 요건도 존재하지 않는 계엄령이었다. 전시도 아니고 사변도 그리고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해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한 만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중대하고 명백한 국헌 문란행위 행위임과 동시에 실체적으로 완전한 무효”라고 규정했다.
또 민주당에 의해 발견된 공수부대의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의 체포구금 시도 등을 사실상 ‘실제’로 규정하면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내란죄의 수괴인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3당은 국회에 “내란죄의 수괴인 윤석열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해 탄핵소추안을 의결하여 윤석열의 대통령 권한을 정지시키라”고 촉구하는 한편 수사당국을 향해서는 “윤석열 및 핵심 가담자들을 즉각 체포하고 내란음모와 실행 전모를 낱낱이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응호 정의당 부평구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어설픈 한밤의 계엄 쇼”라며 “3일 천하도 아니고 3시간 천하로 끝났으나, (윤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자세를 감안하면) 또 시도를 할지 모른다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어제 (윤 대통령의) 만행에 대해 다수의 국민들은 ‘어떻게 만들고 지켜온 민주주의고 대한민국인데 감히 네놈 따위가 망치려 드느냐, 넌 끝이다’ 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며 소감을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를 환영하며 시민들게 사과드린다”며 “윤 대통령께서 이번 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청하고 여야 대표들과 만나 정국 안정에 힘을 쏟길 바란다”는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