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사업 정상화를 선언하고도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사업자의 횡령 및 배임의혹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있는 송도센트럴파크호텔(E4호텔) 문제와 관련, 조사를 위해 경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분위기다.
경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호텔 소유권자인 인천도시공사(iH)가 호텔 위탁 운영사를 상대로 “iH로부터 수백억 원을 부당히 받아내려 했다”는 내용으로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향후 수사기관을 거쳐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공산이 크다.
황효진 인천시 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은 21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H가 최근 E4호텔 운영자인 ㈜미래금에 대한 고소장을 연수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히며 고소장의 내용 등을 함께 밝혔다.
이날 황 부시장의 브리핑 내용은 ▲E4호텔 운영사 ㈜미래금과 레지던스호텔 시공사 대야산업개발 측이 사실상 동일인으로 계약 자체가 허위 ▲미래금이 2013년 대야산업개발과 550억원 규모의 (레지던스호텔) 허위 공사도급 계약을 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iH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아내려 했다는 내용 등이다.
황 부시장은 “실제 인천시와 iH 등에는 550억 원짜리 계약과 관련된 공사내역서나 회계자료가 한 번도 제시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실제 공사가 진행된 내용은 지난 2014년 iH에서 승인받은 42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미래금 측의 회계감사 보고서 상 도급공사비 미지급 금액은 107억 원으로, 이마저도 도급계약 금액과 현격한 차이가 있어 허위 계약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4호텔의 지리한 역사는 2007년부터 시작됐다. 안상수 전 시장 시절이었던 민선4기 당시 역점 사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과 관련해 인프라 숙박시설로 계획되며 그해 4월 착공됐었다.
그러나 공정률이 20%도 안 되던 상황에서 시공사가 부도가 났고 안 전 시장 지시로 내부 검토 결과 이듬해 말엽 iH(당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488억 원에 이를 사들이게 되지만 이후 iH는 재정상태가 디폴트 직전 상황까지 몰리면서 미완성 건물이 되는 숙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
이후 iH는 2012년 E4호텔의 정상화 도모 차원 및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숙소 인프라 조성 등 차원에서 민간사업자 참여 공모를 내고 이듬해 미래금과 ‘관광호텔 임대 및 우선매수권에 대한 사업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호텔 공사는 다시 중단됐고 이후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iH는 호텔과 관련한 재산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음은 물론 되려 공사비와 이자 일부를 부담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몰렸다.
유치권 행사의 내용은 2020년 시공사인 대야산업개발이 운영사 미래금을 상대로 공사대금 451억 원 및 소장 접수 전·후 기준 각각 연 6%와 12%의 지연손해금 등에 대한 청구 소송을 벌였고 여기에 미래금은 iH에 대한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던 것.
미래금의 소송은 현재 1심서 기각 판결이 나왔고 미래금 측이 항소하면서 재판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는데, iH 역시 미래금을 상대로 레지던스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을 하는 등 무려 4건의 소송이 얽혀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시는 해당 건에 대한 자체감사를 벌이고 iH와 미래금, 대야산업개발이 주장하는 공사대금과 지연손해금을 놓고 벌이는 다툼을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최근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7월 법원이 iH에 공사대금 409억 원과 공사지연에 따른 272억 원의 이자를 지급하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금 시와 iH, 시의회 등 기관에서 갑론을박의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iH는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과 관련해 연 경영회의에서 법원의 강제조정을 수용하기로 의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8월 1일 iH 이사회에서 이 결정이 ‘부결’로 처리되며 다시금 상황은 소용돌이에 빠졌다.
과거 iH의 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황 부시장이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이러한 결정에 iH 내부에서도 여러 ‘말’들이 오가기도 했고 일부는 기자 등에게도 흘러들어갔다.
앞서 언급했듯 인천시와 iH는 E4호텔 운영사와 시공사 대야산업개발이 ‘사실상 동일인’으로 계약이 허위인 것은 물론 공사대금 등에 대해 일종의 ‘짜고치기’를 하고 공사비와 이자 등을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사실상 동일인’이라는 시의 주장은 현 미래금 대표이사가 2016년 5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대야산업개발 대표이사를 지냈던 만큼 소송의 원고·공사대금 청구자(대야산업개발)과 피고·지급자(미래금)이 사실상 동일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
이에 iH는 법원의 강제조정에 이의를 신청하고 기존의 iH가 결부된 계속 소송을 진행하며 시와 함께 주장하는 공사도급계약의 허위 여부 등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황 부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초부터 이 사업을 이끌어갈 능력이 없는 사업자가 선정된 것부터 잘못된 것이며 지금이라도 공사비가 과다 청구된 부분만큼은 바로잡겠다”고 밝히고 “시와 iH는 호텔 정상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미래금 측은 번번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래금 측은 황 부시장의 브리핑에 대해 즉각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2015년 iH가 지정한 업체의 감정과 최근 법원 감정에서 모두 400억 원 이상의 감정가가 나온 사실이 있으며 이는 전체 공사비 중 400억 원 이상 투입한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게 된다는 것.
미래금 측은 “향후 있을 경찰 조사에서 사실을 그대로 설명하고 우리 측에 대한 혐의사실이 없다는 것도 분명하게 밝힐 것이며 명예를 회복과 함께 iH 관계자 등을 무고로 고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공사인 대야산업개발 측은 “미래금과의 공사도급계약서에 따라 호텔(관광 및 레지던스) 시공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공사비만 받으면 된다”며 “특수관계자 거래가 있다는 사실로 두 법인이 사실상 같다는 (황 부시장 측)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직까지는 시-iH와 미래금-대야산업개발의 양측 주장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와 관련한 황 부시장의 석연찮은 행보도 조금은 발목이 잡히는 분위기다.
우선 E4호텔 문제는 iH의 소관사업이며 현재 iH는 인천시 공직자 출신인 조동암 사장이 수장이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은 소관부서가 명백히 iH임에도 조 사장이 아닌 ‘과거의 사장’인 황 부시장이 진행했는데 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이날 황 부시장의 공식 브리핑은 현장에서 iH측이 브리핑 자료를 기자들에게 일부 나눠주기는 했지만 엄연히 ‘부시장이 진행한 시의 공식 브리핑’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대변인실 공보담당관을 통한 보도자료로는 배포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시 공보담당관실 역시 “황 부시장 측이나 iH로부터 들어온 공식적인 보도자료나 브리핑자료 등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는데 통상적으로 시장 혹은 부시장의 공식 브리핑이 보도자료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만큼 이 역시 미심쩍다고 여겨질 부분이 있다.
또 현 사장을 제치고서까지 iH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브리핑을 할 정도로 황 부시장이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면 지난달 이 내용을 국정조사하겠다고 밝힌 국회 출석을 그리 중요하게 인지되지도 않았던 중국 출장을 이유로 거부했는지에 대해서도 모양새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따라서 양 측의 주장과 공방을 통해 결국 양측 모두에게 의문점이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은 결국 이제는 수사당국의 수사(및 조사)와 법정싸움 등을 통해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