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iH) 청사 전경. (사진=iH)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사업 정상화와 관련해 사업자의 횡령 및 배임의혹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있는 송도센트럴파크호텔(E4호텔) 문제와 관련해 인천도시공사(iH)가 고민이 깊다. 

최근 인천시로부터 수사의뢰를 하라는 지시는 들어왔는데, 관련해 받은 법률자문에서는 혐의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면서 일종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21일 인천시와 iH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시는 E4호텔의 민간사업자가 각종 공사비와 이자 등을 부풀리고 무단으로 공사를 하는 등 전반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견으로 iH 수사의뢰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 이러한 수사의뢰는 앞서 iH가 진행시켰던 E4호텔의 정상화방안에 대해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시가 단행한 특정감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4호텔은 일반적인 관광호텔과 ‘생활숙박시설’로 불리는 레지던스호텔로 구분돼 있는데 이중 레지던스호텔 파트는 지난 2008년부터 공사 중단(공정률 약 82%) 뒤 장기간 방치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해당 감사에서 iH와 관광호텔 운영사로 알려져 있는 ‘㈜미래금’, 그리고 레지던시호텔 시공사로 알려진 ‘대야산업개발㈜’이 레지던스호텔에 대한 공사대금과 지연손해금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소송 과정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송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앞서 대야산업개발은 호텔 공사를 발주한 미래금에 450억 원 상당의 공사대금과 소장 접수 전·후 기준으로 각각 연 6%와 12%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해 미래금은 iH에 대한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는데 현재 1심서 기각 판결이 나오자 미래금 측이 항소하면서 재판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고 iH는 미래금을 상대로 레지던스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을 하는 등 무려 4건의 소송이 얽혀있어 상당히 복잡한 상황.

iH 입장에서는 당초 E4호텔을 매입했던 목적이 10년 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운영 등을 위한 것이었던 데다 법적분쟁 등이 있는 만큼 매각을 통해 털어버리는 것이 낫겠다 판단하고 올해 상반기에 미래금, 대야산업개발과 정상화에 대한 협약을 하기도 했었다.

당시 정상화 방안은 법원이 조정을 하면 세 주체가 그에 따라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원의 조정 결정문(공사비 409억 원, 이자 209억 원 감정)에 대해 iH가 이사회 회의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당시 이사회는 공사비와 이자금액에 대해 더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중론으로 자리하면서 결국 법원 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소송전 양상으로 되돌아간 만큼 앞서 대야산업개발이 미래금에 대해 낸 소송에서 iH는 미래금의 패소를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iH가 레지던스호텔에 대한 ‘건축주’ 입장에 해당되는 만큼 미래금 패소 시 공사대금과 지연손해금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

실제 인천시도 이 소송과 관련해서는 iH에 소송의 ‘보조참가자 신분’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인천시는 미래금 측을 향해서는 E4호텔 건설에 지출한 금액과 호텔 건설용역을 수행한 미래금의 수입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횡령 의혹과 함께 대표이사에 대한 수사의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는 또 미래금 대표이사가 대야산업개발과 고의적으로 과도한 도급계약을 체결해 미래금에 손해를 끼친 배임 의혹이 있고, 위계나 소극적 소송대응 등 대야산업개발과 통정한 소송사기 의혹이 있다는 의견도 iH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iH는 법무법인 5곳을 통해 수사의뢰의 타당성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았는데 자문의 내용은 모두 사기죄가 성립되기 어렵고 공사대금이 과다하다는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배임 성립 가능성도 낮다는 의견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법률자문을 받은 iH는 고민이 깊어졌다. 수사의뢰를 고소 및 고발로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법률자문 상 무고죄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수사의뢰를 안 하면 상위기관에 대한 일종의 ‘항명’이 되는 만큼 양쪽에서 얻어터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특히 이러한 법률자문은 앞서 iH가 지난 2016년 경에도 비슷한 내용을 전달받은 사실이 있었던 만큼 iH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금은 앞서 지난 2022년 11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13일까지 2017~2021년까지에 해당되는 기간에 대해 인천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미래금이 iH에 보낸 자금집행요청 증빙서류, 관광호텔 전대계약 관련 서류, 미래금과 대야산업개발, 동원산업개발 간 도급계약서 등을 조사했는데 결과는 미래금에 법인세 1,492만 원, 미래금 대표이사에게 근로소득세 791만 원을 부과하면서 최종 종결됐다.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iH로서는 별다른 선택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화 협약이 사실상 ‘없던 일’이 된 만큼 소송전을 통해 결과를 내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가 됐다고 보면 결국 상위기관인 인천시의 요구를 따르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래금 등은 iH가 수사의뢰 등을 위해 고소·고발을 하게 될 경우 무고 등으로 맞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다.

iH는 현재 인천시의 특정감사 내용을 기반으로 수사의뢰를 위한 자료들을 내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검토 결과를 인천시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변동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로서는 소송 건수가 추가될 가능성이 일단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