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의 20일 본회의 모습 (사진=인천시의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의회가 19일 올해 피감기관 120곳 대상의 행정사무감사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지역사회는 ‘의회 스스로 이미지를 구긴 결과’라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많다.

앞서 <뉴스통신>의 보도(하단 링크 참조)대로 시작부터 시 집행부를 비롯한 피감기관들 상당수가 행감에 비교적 성실하지 못한 태도들을 보인 것은 ‘피감기관의 문제’가 우선이겠지만, 시선에 따라서는 이것이 의회 스스로가 자초한 일로 볼 수도 있기 때문.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14일 정해권 인천시의회 의장은 “인천시 및 유관기관 등 피감기관에 대한 행감(11.6~19일) 과정에서 1년간 집행부의 행정사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중요한 일정이지만 시와 경제청 등 피감기관들이 행감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정 의장이 ‘불성실한 태도’로 언급한 행감 태도들은 그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14일 이후로도 끝내 계속 이어졌는데 이러한 ‘천태만상’ 행위들은 기사 하단의 별도 링크로 보도한 바 있다.

정 의장은 “14일 의회를 통해 낸 경고성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향후 우리 의회가 각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해 본예산 심사를 하게 되는데 그때도 이런 태도들을 반복하면 의회 권한들을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러한 시 집행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의회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그간 ‘감시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시의회가 충실한 모습을 보여왔다면 모르겠지만 이번 9대의회는 논란을 적층시키는 모습을 연이어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

실제 9대 의회는 2022년 첫 행감 종료 후 ‘의원들이 새로 문제를 발굴한 내용보다는 기존 언론들이 먼저 보도한 내용을 다시 다뤄서 묻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난해는 물론 올해 역시 그 고질적인 문제를 전반적으로는 벗어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그러다보니 수 년 이상을 의회 취재를 했던 기자들부터 이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 한 지역매체 기자는 “예전에는 행감서 다룬 심각한 지적사항들을 기자들이 잘 몰라 지적한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서 자료를 얻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럴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자잘한 문제들은 의원들이 먼저 짚어서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는 없어야 정상 아니냐”며 “하지만 그 뒤로도 업무보고 등에서는 중한 문제들이 계속 나온다는 건 기자들이 접근이 어려운 문제들을 의원들이 발굴해야 한다는 점에서 요즘 의원들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기자 역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세 번의 행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자들이 “쟤네(시의원)들, 우리들(기자) 없었으면 행감 어떻게 하려고 했느냐”는 식의 멘트를 직접 듣기도 했는데 지난 6대 의회부터 의회를 출입하기 시작한 기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납득될 만한 의견들이기도 했다.

인천시정 자료 전반의 ‘공식적인 접근 권한’이 있는 시의원들이 그만한 공식권한이 없는 언론인들보다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한 만큼 오히려 시의원들이 문제될 만한 부분을 발견해 다루고 언론이 이를 알리는 것이 ‘행감’의 과정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것이 지역 언론인들의 생각인 것.

그런가 하면 몇몇 문제들에 대해서는 ‘적절성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옳았음에도 일부 시의원들은 전·현직 시장을 들먹이며 ‘적절성 따지기로 포장한 정치질’을 행감에서 시전하기도 했다.

실례로 18일 시 감사관실에 대한 행감 당시 신동섭 의원(남동4, 국)은 전임 시정부 시절 인천e음카드에 대한 주무를 일선에서 담당했던 안광호 당시 인천e음 운영팀장(현 인천경제청 영종청라사업본부장)에게 계약 등 문제를 묻는 과정에서 “윗선(사실상 박남춘 전 인천시장) 지시로 고의로 중대한 하자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미 행안부에서 ‘경징계’ 처분을 받은 안 본부장에게 추가로 징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적절성 여부를 정확히 따져야 하고 이런 판단 등을 위해서는 대상자인 안 본부장의 반박 등 코멘트도 최대한 자세히 듣는 것이 옳았을 터.

하지만 신 의원의 당시 코멘트는 사실상 ‘답을 이미 정해놓은 자세’를 분명히 드러낸 데다 안 본부장의 반박 등 코멘트 상당수를 막는 행위를 이어갔는데 이러한 자세로 인해 사실상 추가로 확인해야 할 만한 내용들 일부가 오히려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기타 행감 바깥으로는 올해 초 5.18 폄훼논란 등이 의회 내부에서 일어났음에도 시의회가 윤리특위를 제대로 가동하지도 못한 채 ‘어영부영’식의 행위를 보였던 부분이나 특정 시기만 되면 일어나는 해외 외유논란 등도 9대의회 의원들이 계속해서 발생시키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특히 해외 외유 논란과 관련해서는 일부 의원들이 본인들 출장비용(의원 1인 당 5백만 원까지 가능)을 90만 원씩 남겨놨다는 이유로 명목 및 목적조차 분명하지 않은 중국 출장일정을 잡았다가 이를 파악한 언론들에 의해 뭇매를 맞은 끝에 출장일정을 결국 취소하는 등 망신살을 뻗치기도 했다.

또 유정복 인천시장이 강행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F1 모터스포츠 대회와 관련해서는 인천시와 주최측이 감시기관인 의회를 패싱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시의회는 지난 6월 F1 용역 및 자문비용으로 시 집행부가 상정한 5억 5천만 원의 예산을 수정도 없이 원안대로 가결했다.

물론 당시 김용희 의원 등이 “기본적인 분석이 용역 전에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는 건 문제”라며 “재정건전성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당시 원안 가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시민사회진영 등으로부터는 ‘의회가 감시의 기능조차 사실상 스스로 놓아버린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지역사회는 이렇게 의회의 감시기능이 약화된 이유로 민선8기 시정부의 수장인 유정복 시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의회가 유 시장의 뜻에 대한 ‘거수기’ 역할로 전락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같은 당 시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레 감시기능은 약화됐고 이를 지켜보는 시 집행부 등 피감기관 직원들이 ‘시장 휘하에서 봐주기 하겠지’ 혹은 ‘부족해도 넘어가겠지’라는 등의 심산으로 마치 ‘나사빠진 자세’로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것.

시민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이광호 사무처장은 이번 행감에 대해 “사실 이번 9대의회는 전반기부터 의장이 탄핵되는 등 초유의 상황에서 윤리특위조차 가동이 안되는 등 사실상 의회의 가능을 제대로 하지 못함이 내보여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부분들은 시 집행부 등 피감기관들이 다 지켜봤을 것이 자명한데 그렇게 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인식하다 보니 후반기 의회에서도 피감기관들이 행감을 준비하는 자세에서 일종의 ‘긴장도’를 떨어뜨린 게 이번 행감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사무처장은 “이번 행감에서 지적된 문제들은 시의회의 문제과 시 집행부 등 피감기관의 문가 동시에 드러난 것으로, 사실상 모두가 같이 지적되고 평가되어야 한다”면서 “의회가 피감기관에 대한 견지와 감시의 기능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전제했을 때 이러한 악순환이 풀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