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행정안전부가 ‘인천시 추진사업’ 중 하나인 아트센터 인천의 2단계 사업에 대해 사실상의 ‘제동’을 건 가운데 소식을 들은 계양·서구 주민들이 인천시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형 예술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에 대해 일부 지역의 사업성이 낮은 사업을 강행하는 등 형평성이 지나치게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행안부 중투심에서 다뤄진 아트센터 인천의 2단계 사업에 대해 ‘반려’ 결정이 내려졌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 직전 심사에서 재검토를 요구한 내용이 보완되지 않아 사업 적정성 여부에 대해 다시 검토하라는 답변이 왔다는 것.
앞서 경제청은 지난해 12월 행안부 중투심에 아트센터인천 2단계 사업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검토 결정을 받은 뒤 인천연구원과 공동으로 사업 계획을 보완하는 작업에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2단계 사업 규모는 연면적 4만 940㎡에서 3만 7,750㎡로, 추정치 근무 인력도 132명에서 52명으로 줄이는 등 사업 자체의 몸집을 줄였고 건립비 등 총사업비도 종전 계획 2,115억원에서 2,103억원으로 줄였다.
경제청은 해당 내용으로 7월 행안부 중투심에 사업 검토를 요청했지만 행안부는 경제·재무적 타당성 확보를 비롯한 사업 적정성 여부를 다시 검토하라면서 사업을 다시 돌려보냈는데 당초 아트센터 2단계 사업의 기존 B/C(비용대비 편익비율, 기준치는 1)값이 0.16밖에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예정된 수순이기도 했다.
이렇게 아트센터 2단계 사업이 행안부 중투심을 2차례나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2028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계획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경제청은 전반적인 사업 내용을 정비하고 B/C값을 높이기 위한 용역 추진 등 제반작업에 나서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들은 계양구와 서구 주민들이 인천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B/C값이 고작 0.16인 아트센터 사업엔 지나치다 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인천시가 정작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건립 내용에 대해서는 ‘쪼개기’ 식으로 해당 지자체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결론을 내는 것은 ‘지역 차별’에 해당된다는 논리다.
앞서 인천시는 대형 문화시설들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는 인천 남부권에 비교해 북부권의 문화시설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계양구와 서구 지역을 관할할 수 있는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의 구상을 밝힌 바 있었다.
그런데 이후 계양구와 서구가 구청장 및 지역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모아 자신들의 지역에 건립하라는 유치전을 과도하게 펼치면서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됐다.
그러자 인천시는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묻는 성격의 조사용역을 진행했는데 시가 밝힌 바로는 이 용역결과가 중공연장 중심으로 건립됐을 때는 B/C값이 기준치를 통과했지만 대공연장 중심을 전제했을 때는 이 값이 0.91로 모자란다고 밝혔다.
시는 이 때문에 인프라 시설의 건립 여부 해당 구에 넘기는 결정을 하면서 건립을 결정한 기초단체에 대해 일부(최대 50%)를 지원하겠다고 방향을 바꿨다.
당시 이 결정을 두고 계양구와 서구에서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시를 즉각 성토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는데 일각에서는 두 지역이 너무 과하게 유치전을 벌여왔다며 ‘지역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런데 북부권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기준치는 모두 기준 이하라 하더라도 시가 사실상 걷어찬 북부권 예술회관 대공연장 사업은 0.91인 반면 시가 강행을 원한 아트센터 2단계 사업은 그보다도 한참 모자란 0.16이 나온 점을 감안해 보면 주민들이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시 홈페이지 열린시장실에 올라온 ‘같은 내용’의 청원은 28일이 의견기간 마감일로 마감을 5일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23일 기준 2천 건이 넘는 공감 수를 기록해 마감 전까지 약 1천여 건의 공감이 추가로 확보되면 인천시의 답변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청원 글은 북부권 문화예술회관의 B/C값이 아트센터 인천 2단계 값보다 훨씬 높음에도 아트센터인천 2단계 사업은 추진을 전제하는 재검토 결정이, 북부권 문화예술회관은 재검토도 없이 자치구 자체 추진을 결정했다며 형평성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글쓴이는 “유 시장은 B/C값 0.16밖에 안 나온 사업은 추진할 수 있고 0.91이 나온 사업은 왜 추진하지 못하는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길 바란다”며 “시민들이 문화시설의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형평성에 맞는 행정을 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사업은 단순히 B/C값으로만 판단한 사안은 아니며 각 구마다 일정 수준의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예술의 접근성을 늘리는 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결과라지만 지역 정치권의 생각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우선 서구의회에서는 이영철 의원(마선거구, 민)이 “인천 내 1천 석 이상 규모의 광역문화예술회관은 모두 남부권에 있어 사실상 북부 시민들이 차별받고 소외되고 있기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의회에서도 22일 진행된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김명주 의원(서구6, 민)이 본회의에 출석한 유 시장을 향해 “앞으로도 서구 주민들은 계속 공연을 보러 남동구까지 다녀야겠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는데 23일 시의회를 통해 배포한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시를 질타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천 북부지역은 추후 행정체제 개편 및 신도시 조성으로 인구 증가는 물론 도시철도망 구축으로 인근 지역에서 유입되는 생활 인구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기에 북부권 문화예술회관이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조성사업은 인천 내 광역문화예술시설의 남부권 편중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었으나 구립예술회관 추진으로 바뀌었고 용역의 수요 예측 오류까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용역대로 진행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며 비판을 덧붙이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신설될 검단구가 지역구가 될 예정인 모경종 국회의원(서구병, 민)이 “내가 확보한 용역 결과로 보면 검단지역이 37점으로 가장 우위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3개 구로 찢어 1개씩 짓는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역시 인천시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계양구에서도 윤환 계양구청장은 “유 시장은 당초 1천 석 이상의 문예회관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규모가 작은 공연장을 지으려면 안 하는 게 낫다”며 유 시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