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추진계획을 발표하자마자 기초지자체들이 나서서 ‘지역이기주의’를 확산시킨 인천 북부권 문화예술회관의 조성사업이 결국 ‘정쟁화’로 굳어진 모습이다.
인천의 여야 정치인들은 각자 혹은 소속정당의 이해관계 등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정작 지역사회와 예술계 등지에서는 ‘모두 모순’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 문제까지 정쟁화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인천지역 정가는 인천시가 최근 방향을 확정한 북부문예회관의 조성사업과 관련해 여야가 완전히 갈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야당은 ‘비판’의 시선을, 유정복 인천시당의 소속당인 여당은 ‘옹호’의 자세가 역력하다.
앞서 14일 인천시는 시청 브리핑룸에서 김충진 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주재로 인천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추진 방안을 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브리핑에 따르면 시는 최근 완료한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용역’에서 ‘1,200석 규모의 대공연장 중심’의 1안과 ‘900석 규모의 중공연장 중심’의 2안 중 2안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중공연장을 중심의 건립을 전제했을 때 총 사업비 1,102억이 투입되면 비용대비 편익비율(B/C, 기준 1)이 1.05로 나오면서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되나 대공연장 중심의 건립을 전제했을 때 투입되는 1,262억 원의 B/C는 0.91에 불과했다는 것.
이에 대해 16일 모경종 국회의원(서구병, 민)과 민주당 소속의 서구 시‧구의원들은 인천시청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의 발표는 결국 주민들을 우롱한 셈”이라며 “지금이라도 건립 취지에 맞게 발표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모 의원은 “인천시가 만점짜리 답안지를 보고도 빵점짜리 시험지를 내놓은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번 발표는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표 계산만 하는 정치적 행정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확보한 시의 용역보고서에는 입지평가에서 검단지역이 50점 만점에 37점을 획득해 최적의 후보지로 선정됐고 1,000석 이상 공연장의 B/C(비용대비 편익비율) 값이 0.91로 대규모 공연장 건립의 타당성도 확보됐음에도 인천시는 용역결과와는 상반되는 추진방안을 내놓았다는 주장이다.
모 의원은 “2026년 검단구로의 출범이 예정돼 있는 바 향후 검단구청 청사는 물론 지방의회 청사 조성 및 관련 정보화 사업 등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부 재정지원만 해 주고 구립 문화예술회관을 지으라고 말하는 건 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의 지역 정치인사들에게서는 이번 인천시의 결정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민선8기에서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을 지내기도 했던 이행숙 서구병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용역결과를 정확히 살펴보면 대형 문예회관의 B/C 값이 1(적정성)을 넘기지 못했는데 이를 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기까지 한 지역구 현역 의원이 (같은 당 소속의) 시·구의원들과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모 의원을 저격했다.
그는 “검단의 경우 새로 분구가 되는 만큼 다른 구에 비해 특교세가 더 많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경제적 타당성이 안 나오는 대형 문예회관을 주민들에게 희망고문하는 것보다는 빠르고 현실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고 그게 객관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현역 국회의원들이 잘 알고 있겠지만 최근 문체부 정책은 대형시설보다는 접근이 가능한 곳에 여러 곳의 문화시설을 만들자는 방향”이라며 “적어도 지역에서만큼은 여야가 한목소리로 현안을 풀어갔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바람이 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여야의 정쟁화 그림에 인천시민들은 ‘기도 안 찬다’, ‘웃긴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치인’이라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모두 논리부터 ‘어불성설(語不成說)’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먼저 모 의원의 경우 각 언론에도 배포한 기자회견 원문에서 검단지역을 ‘만점짜리’라고 소개했지만 스스로 밝힌 내용을 통해 상당한 모순을 본인이 시인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면 충분히 우습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는 “1천 석 이상 공연장의 B/C값이 0.91로 대규모 공연장 건립의 타당성도 확보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기준을 두는 B/C값의 기준치는 엄연히 ‘1’이 나와야 ‘최소한의 경제성이 확보된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물론 모 의원이 밝히기도 한 인천시의 B/C값이 0.91로 1에 가까운 수치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냉정히 정부 차원의 기준치는 비단 어느 정권이라 해도 모자라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그는 “입지평가에서 서구 검단이 50점 만점에 37점을 획득했다”며 검단을 ‘만점짜리 답안지’라고 주장했는데 50점 만점에 37점의 성적표가 어떻게 만점이 되는지 ‘어리둥절’할 만한 부분까지도 스스로 시인하고 있다.
특히 모 의원이 국회 행안위 소속의 의원임을 감안하면 B/C값을 비롯해 본인이 한 주장을 섣불리 할 수 있었겠느냐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모 의원 역시 인천시에 지적한 ‘표 계산만 하는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고 여당인사인 이행숙 위원장의 주장이 옳은 건 아니어서 그의 주장 역시 심각한 모순들을 다수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천시가 당초 발표한 ‘북부문예회관’의 계획과 그림은 “남부권의 문예회관(남동구 소재)처럼 북부권에도 이 기능을 하는 시 차원의 문예회관이 필요하다”며 엄연히 ‘인천시 사업(시립)’으로 추진할 뜻을 명확히 했었기 때문.
이를 감안하면 인천시가 사실상 그간의 발표를 미뤄오고 대외비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불통 밀실행정’을 펼쳐온 것이 되는데 이러한 시의 과정을 무조건 옹호하라는 거냐는 지적도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이 사업과 관련해 인천시가 정상적으로 추진하려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해관계’였던 계양구와 서구의 구청장들까지 한 자리에 모으는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도 마련하면서 소통의 과정을 이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들 구청장들에게 전혀 일련의 과정을 전하지 않은 채 내용을 계속 감춰오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꾸물댄다’는 식의 비판이 일자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이를 해당 구에 ‘따르라’고 요구하는 그림을 연출한 것인데 이는 ‘불통행정’이라는 지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천시가 계양·서구의 주민들을 완전히 기만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상황임에도 “지역에서만큼은 여야가 한목소리로 현안을 풀어가자”는 이 위원장의 주장은 심히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서구에 거주하는 한 인천지역 예술가는 “솔직히 14일 인천시의 발표는 주민들이 동의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인천시가 앞서 발표한 북부권(계양·서구)에 그런 시설이 과연 필요한 지에 대해 문화예술 인프라를 관심있게 본 주민들의 공감이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공연시설이라면 인천에도 음악계와 공연계 기획자들이 있고 그들 중엔 과거 시나 군·구 지원을 받고 활동했거나 문화예술 행정에 힘을 보탠 케이스들도 있는데 그들이 시의 사업 과정에서 의견을 준 적도 없다고 해 그런 점들도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이걸 정쟁화시키고 있다니 이건 완전 재를 뿌리는 격”이라며 정치인들의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