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북부지역(계양·서구) 중 한 곳을 골라 건립하겠다고 알려진 북부권 종합문화예술회관 계획을 전면 바꿔 ‘쪼개기’로 결론을 냈다.
소식을 들은 해당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는 등 즉각적인 반발로 이어지고 있지만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이들 지자체들과 지역주민들이 내보인 ‘지역이기주의’의 결과라는 냉정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1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김충진 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주재로 인천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김 국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시는 5월부터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용역’에서 ‘1,200석 규모의 대공연장 중심’의 1안과 ‘900석 규모의 중공연장 중심’의 2안 중 2안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 용역은 당초의 계획대로라면 7월 중 발표가 됐어야 했으나 용역이 완료된 이후로도 시는 발표를 전날까지 미뤄오면서 지역사회로부터 ‘왜 대외비로 두고 있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시는 해당 용역에서 중공연장을 중심의 건립을 전제했을 때 총 사업비 1,102억 원이 투입되면 비용대비 편익비율(B/C, 기준 1)이 1.05로 나오면서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 정도는 확보되는 반면 대공연장 중심의 건립을 전제했을 때 투입되는 1,262억 원의 B/C는 0.91에 불과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시는 현재 국내의 대형공연이 서울로 편중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대형공연을 유치해야 하는 중공연장 역시 관람 위주 공연장으로의 활용도는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북부권 문예회간 유치전을 과열시킨 기초지자체 간 갈등 진화는 물론 2026년 예정돼 있는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공연시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공연장의 객석 수를 조정하고 전시 및 교육공간을 확충해 지역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등 이용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특히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에 혈안이 됐던 기초자치단체 간 갈등을 잠재우고 오는 2026년 7월 예정된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지역문화접근성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시는 계양구는 3기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 조성이 예정돼 있고 검단구(예정)의 경우 향후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서구에서 분리될 계획이 있고 영종구(예정) 역시 중구로부터 분리되는 만큼 이들 3곳에 300~700석 규모의 일반공연장 중심의 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들 시설은 시가 직접사업을 하지 않고 관할구가 추진하는 ‘구립’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시는 필요 예산의 최대 50%까지만 지원을 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그간 계양·서구에서 북부문예회관 유치를 염원해오며 보여온 기대와 노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우리 시의 추진방안에 대해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바라겠다”고 밝혔다.
5월부터 계양구와 서구 등에서는 주민들이 정치권과 함께 서로 자기 지역으로 유치해 달라는 주민 서명부와 궐기대회 등 단체행동을 전개해 왔다. 물론 타 지역에서는 ‘지역이기주의’라는 비꼬임이 있었고 인천시는 결국 이들 지자체에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었다.
당연히 이들 지역의 주민들과 정치권 등에서는 시가 바란다는 ‘이해와 동의’의 움직임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7월 주민들과 함께 단체삭발 등의 단체행동까지 했던 윤환 계양구청장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초 1천 석 이상의 문예회관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소규모 공연장을 지으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향후 검단구가 지역구가 될 예정인 모경종 국회의원(서구병, 민) 역시 “내가 확보한 용역 결과로 보면 검단지역이 37점으로 가장 우위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3개 구로 찢어 1개씩 짓는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대응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해당 지역에서 나타난 지역이기주의 등 적절하지 못한 움직임들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타나기도 한다.
구청장을 비롯해 지역 정치권이 모두 들고 일어나서 주민들과 함께 단체행동을 하고 갈등을 격화시키는 상황이라면 인천시 입장에서 ‘안 하고 만다’는 판단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공연전문기획자(인천시민)는 “사실 ‘순수한 의미의 대형공연’이라면 인천지역에서 흥행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공연업계 등지에서 상당히 인식돼 있는 부분”이라며 “검단이든 계양이든 큰 공연을 보러 서울로 가는 게 그리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쪽(공연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단체행동을 하는 정치권 인사들이나 피켓 들고 단체행동에 참여한 주민들을 살펴봤을 때 순수하게 공연 인프라를 바라고 참여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며 “실제 해당 지역의 중론화된 여론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평소 콘서트나 음악회, 뮤지컬 등을 자주 관람한다는 계양구의 한 주민은 “현 계양구청장은 민선7기까지 추진해왔던 소극장 조성사업을 설계용역의 90% 이상 진행을 시켰음에도 사업을 강제로 중단하고 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기까지 했던 전력이 있었는데 시가 직접 추진하는 문예회관은 우리한테 달라는 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해가 잘 가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지금까지 대형공연을 관람할 때는 문화예술 인프라와 관객 수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서울로 계속 보러 다녔기 때문에 계양구 내에 대공연장이 있든 아니든 별 상관을 하지 않고 있다”며 “단체행동을 했다는 주민들의 소식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내 주변에도 다 그런 분위기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