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유수지 내 저어새 서식지 ⓒ인천환경운동연합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동식물의 멸종 방지를 위해 1948년 조직된 국제기구)이 저어새의 멸종위기등급을 하향 조정하려다 한국과 대만 등으로부터 받은 조류 보호 활동가들의 의견을 듣고 일단 등급조정을 보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의견에 인천의 시민사회진영이 상당한 힘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천에서도 저어새 보호 활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들이 소식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제조류보호기구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이하 ‘기구’포 표기)’에 따르면 최근 기구는 저어새의 멸종위기등급 조정에 대해 일단 보류 결정을 내렸다.

‘보류’ 결정은 말 그대로 당장은 조정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겠다는 말이다. IUCN이 저어새에 대한 등급 평가가 있을 때까지는 미뤄두고 멸종위기 상태 단계로 존치시키겠다는 이야기다.

IUCN이 지정하는 멸종위험도 중, 조류는 기구가 의견을 낸다. 전 세계에 개체 수가 남아있는 약 1만 1천여 종의 조류들을 조사해 멸종위기등급에 대한 평가 의견을 정기적(통상적으로 4~6년 사이라고 함)으로 IUCN에 제출하는 것.

참고로 IUCN이 지정하는 멸종위험도 순서는 가장 심각한 ‘절멸(EX)’, ‘야생절멸(EW)’ 상태면 사실상 희망이 없다고 봐야 하며 그 다음 세 개의 단계인 ‘위급(CR)’, ‘위기(EN)’, ‘취약(VU)’ 단계는 직접적인 멸종 위협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인 ‘준위협(NT)’ 및 ‘최소관심(LC)’ 부터는 사실상 해당 개체를 멸종위기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외 번외적으로 정보부족(DD), 미평가(NE) 등의 등급도 있다.

기구는 당초 IUCN과 협의해 저어새가 근 수년 사이 개체 수가 가시적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해 저어새에 대한 멸종위기등급을 두 단계 정도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검토 중이었다.

만약 해당 검토안이 그대로 관철됐다면 저어새는 ‘위기(EN)’ 등급에서 ‘준위협(NT)’으로 위기단계가 하락하면서 저어새가 사실상 멸종위기종에서 제외되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검토 소식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저어새 전문가 및 환경단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면서 이들이 보낸 저어새에 대한 정보와 의견들이 많이 들어온 만큼 이를 더 정확히 살펴본다는 차원에서 최종 결정에 대한 보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기구는 저어새에 대해 지난 1995년 전세계 400여 마리에 불과하던 저어새가 2022년 6천여 마리까지 늘어난 데다 개체수와 서식지 면적 등 IUCN의 멸종위기 등급 기준을 감안했을 때 저어새가 ‘위기(EN)’ 등급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재평가는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자 저어새의 주요 서식지라고 알려져 있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에서 주로 활동하는 저어새 보호 활동가들과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등급 조정에 대한 결정을 신중히 해달라는 요청을 수 차례 공문으로 전달했다는 것.

특히 인천의 환경운동가 및 시민사회진영 활동가들이 많은 의견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도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시민연대)’가 등급조정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하단 링크 참조)

당시 시민연대는 저어새에 대해 현재 멸종 위기 등급의 조정 의견에 일정 정도는 공감을 하지만 전 세계 개체수가 아직 6천 마리 정도면 적은 수준이며 그것도 90% 이상 대부분 개체 수가 인천 서해안의 무인도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인천의 시민들이 개체수 보호를 위한 인위작업들을 해왔다는 의견을 냈다.

인천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IUCN측에 전달한 의견서는 총 18개나 됐는데 이들 의견서에는 공통적으로 활동가들의 인위적인 보호작업이 있었으며 자연 상태로 뒀다간 저어새의 수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구는 이들 의견들에서 상당한 공통의견이 발견된 만큼 일단은 이를 받아들이고 저어새의 등급조정은 일단 보류해 위기 등급을 당분간은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어새는 인천에서는 ‘깃대종(Flagship Species-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생태계종)’으로 불릴 만큼 지역사회가 아끼는 새다.

전 세계 개체수의 사실상 대부분이 인천 서해안으로 날아와 번식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간은 물론 타 사지동물들의 활동 방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해 그간 인천의 지역사회에서는 남동유수지를 비롯한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들을 정비하는 작업을 장기간 해오기도 했다.

또 지역사회 활동가들은 인근 국가들의 활동가들과도 교류하면서 저어새의 발목에 표식을 남기고 이동경로 등을 추적하는 등의 연구 및 보호활동을 함께 해오기도 했다.

이렇게 인천 지역사회의 충분한 배려 하에 저어새들은 매년 봄이 되면 인천으로 찾아와 알을 낳고 번식활동을 하다 겨울이 되면 월동지인 홍콩, 대만, 일본 등으로 떠나는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