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송도소각장 전경 (사진=연수구)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산하 10개 군·구 기초단체장들에게 ‘유럽 출장’을 제안했다. 

시가 강화군 등 ‘군·구 주도의 소각장 확충’을 위해 단체장들이 직접 체감하고 오라는 것인데 응한 단체장들이 절반도 되지 않는 형국이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총선 후인 4월 24일부터 30일 일정으로 김철수 시 환경국장과 군수 및 구청장 등 12명의 인원이 유럽 프랑스와 덴마크, 독일 등을 방문하는 예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출장일정은 시가 프랑스의 이쎄안 소각장과 덴마크의 아마게르바케·로스킬레 소각장, 독일의 MHKW 소각장 등을 섭외하고 10개 기초단체장들에게 함께 출장길에 오르자고 제안하면서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인천시는 소각장 조성계획과 관련해 인천을 총 4개 권역으로 나누고 남부권(미추홀·연수·남동)과 북부권(강화·서구), 동부권(부평·계양), 서부권(중·동·옹진)으로 이를 구분해 권역별 소각장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었다.

그러나 동부권역의 경우 당초 부천시와 광역소각장을 공동활용키로 했던 방안이 부천시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대체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고 서부권역은 5곳의 입지 후보지 모두가 영종지역으로 확인되자 주민들이 강렬히 반발해 왔다.

결국 시는 유정복 시정부가 들어선 현재 소각장 조성에 대해 10개 기초단체에 “군·구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정책방향을 정하라”고 통보했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들 기초단체장들이 적극 응하지 않으며 다소 ‘무책임’한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러자 시는 소각장 확충사업에 대해 군·구의 기초단체장들이 의지를 표명하고 자발적 참여를 해야 한다고 전제한 이상 이를 독려하자는 차원으로 이 같은 출장 방안을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오는 2026년이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다소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권역별 소각장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시는 10개 군수·구청장에게 소각장 벤치마킹 내용이 포함된 출장 참여를 제안했는데 현재까지 여기에 응한 단체장은 이영훈 미추홀구청장과 이재호 연수구청장, 강범석 서구청장과 문경복 옹진군수까지 네 명이 전부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나머지 5개 구청장(중·동·남동·부평·계양)들은 시의 의도 설명 및 일정 조율 등의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강화군은 현재 군수가 공석인 관계로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들 기초단체들 중 상당수가 사실상 소각장 조성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의 이러한 제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미 참석의사를 밝힌 4인의 군수, 구청장들은 소각장 조성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기 때문. 연수구의 경우 남부권역에 포함돼 있는데 이미 연수구 관내에 송도소각장이 소재한 만큼 이를 증설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해결은 가능하다.

물론 연수구는 증설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내밀고 있지만 지역 여론 전반적으로 보면 큰 반대가 있다고 보기엔 힘들다. 

이미 소각장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반대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가 연수구에 추가적인 설득과 인센티브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해 보인다.

만약 연수구가 인천시와 나름대로 협의를 하게 되면 같은 남부권역인 미추홀구는 소각장 조성에 대한 부담이 사실상 없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남동구와 함께 다른 군·구에 비해 부담이 적다.

또 북부권역에는 서구와 강화군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현 상황으로서는 강화군에 소각장을 조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차피 소각시설을 조성해야 하는 서구의 입장이라면 이에 대한 부담을 지금보다 더 크게 느낄 만한 요소는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역이 규모가 크지 않은 섬으로 이뤄져 있는 옹진군은 사실상 소각장 조성이 불가능한 만큼 시가 조성을 강요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과거 에코랜드 조성이 추진되기도 했던 영흥도에 가능성이 있긴 하나 입지나 발생지 처리원칙 등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은 선택은 아니다.

사실상 서부권과 동부권의 조성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동구(서부권)와 부평·계양(동부권)의 기초단체장들이 불참하는 만큼 현 상황에서 소각장 조성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초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엔 충분하다.

물론 이러한 출장 일정에 소위 ‘외유’로 표현할 만한 비판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각장 조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외유 비판’ 가능성이 있다 해도 추진할 만한 근거가 있겠지만, 참여 의향을 밝힌 단체장의 수와 현 상황을 감안하면 ‘대시민 설득력’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인천시도 지금이 시간이 없다는 걸 잘 알고는 있다. “2026년 직매립 금지에 대비하려면 지금 당장 소각장을 지어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시는 “이번 일정에 함께 하지 못하는 군·구는 하반기에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참여를 거부한 기초단체장들이 마음을 바꿔 참여의향을 밝힐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