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자원순환센터(소각장)을 입지시키는 지역에 ‘파격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나섰다.
다만 일반적인 시선에서 ‘혐오시설’로 인지되는 소각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수용할 주민들에 대한 설득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태임을 전제하면 실효성에도 의문이 따를 수는 있는 상황이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향후 소각장이 설치되는 지역에 주민 의견이 최우선으로 반영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인천시는 2026년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소각재만 반입 허용)를 앞두고 기존 자원순환센터 2곳(송도·청라 소각장)을 4곳(동·서·남·북 권역)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곳은 송도소각장의 현대화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남부권(미추홀·연수·남동구)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부권(중·동·옹진, 신설 필요), 동부권(서구·강화군, 청라소각장 이전), 북부권(부평·계양구, 부천시의 소각장 광역화 반대로 신설 필요) 모두가 주민 반발 등으로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사실상 대중적으로 ‘혐오시설’로 인지되는 이유가 컸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바 있는 서부권 소각장의 경우 5곳의 후보지를 모두 영종지구로 내정한 것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물론 구의원들까지 나서 반대를 했고 김정헌 중구청장도 반대 입장을 강력히 내걸기도 했다.
결국 인천시는 인센티브 규모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인데 논리적으로는 상당히 타당함을 갖고는 있다.
먼저 공사비용의 20% 수준인 300~500억을 지역주민이 원하는 주민편익시설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마련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 상태라면 편익시설은 주로 문화, 체육, 공원관련 시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또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전기와 난방열을 인근 주민에게 공급해 난방비를 줄여주는 등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제공키로 했다.
더불어 입지지역은 최소 17억 원에서 최대 43억 원의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하고 최대 100억 원 내외로 받게 될 반입협력금을 통해 지역 환경개선과 주민 복리활동 등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행정적 지원보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법적 외 범위에서 인천시가 약속한 부분인데 향후 이 내용이 주민 설득 여부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는 주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지역주민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시설을 발굴해 설치한다는 계획인데 그 예로 든 것이 대형쇼핑몰과 대형병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놀이공원 등이다.
이런 논리는 “선호하는 시설을 자기들 땅에 해주길 원한다면 원치 않는 시설도 하나쯤 가져가라”는 것인데 사실 이 논리 자체는 이의를 제기할 부분은 없다.
이른바 ‘님비’로 표현되는 지역 이기주의를 가장 직관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이보다 더 좋은 논리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인데 실제로 이 논리가 잘 정착된 하남시의 사례도 있다.
‘유니온파크’라는 이름으로 소각시설과 공원시설을 동시에 들여놓고 인접지역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스타필드를 입점시킨 하남시의 사례를 다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하남시의 경우 주변에 소각시설이 있긴 하지만 이 시설에 주변 아파트 시세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민들도 별다른 반대의 의견을 내진 않고 있어 비교적 잘 정착한 소각장의 사례로 자주 벤치마킹되고 있다.
그렇다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소각시설과 함께 입점하는 공공 혹은 민간시설이 소각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고도 동의할 수 있을 만큼의 이른바 ‘등가교환’이 가능한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걸 따지는 과정에서 갑론을박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는 건 불보듯 뻔하다.
하남 유니온파크는 인근의 스타필드까지 더해지면서 잘 정착된 사례로 꼽히지만 인천에도 ‘같은 사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주민들은 물론 인천시도 예단이 불가능한 상태다. 인천시가 내건 조건 자체가 지금 시점에서 성립될 수가 없기 때문.
즉 민간영역에서 어떤 기업이 어떻게 동의하고 어떤 시설을 입점시킬지 단정할 수 없고 향후 약속이 된다 해도 소각장 조성은 그대로 진행되는데 편익시설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어그러지는 등의 가능성도 주민 입장에선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이다.
또 하남시와 인천시는 다른 지역적 특성이 있는 만큼 하남시의 공식이 반드시 인천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닌 만큼 주민 설득은 여러 이유로 쉽지 않다.
실제 인천시는 7월 경부터 논란이 시작된 인천 서부소각장 위치 후보군을 모두 영종지구에 집중해 주민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 것과 관련해 하남유니온파크의 견학 등을 제안했지만 주민들 다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당시 주민들은 물론 중구의회 소속 구의원들까지 죄다 뛰쳐나와 인천시청 앞에서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출하기도 했는데 하남시의 사례를 모를 리가 없는 ‘구의원’들이 진행한 반대 의사 표명인 만큼 시는 이들에 대한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미 “하남시의 사례를 보여주겠다”는 카드가 거의 먹히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설득을 한다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각장이라는 시설을 그저 쓰레기 태우는 곳으로만 인지할 정도로 주민들이 모르는 상황에서 반대를 먼저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는 지난해 만 18세 이상 인천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말 내가 원하는 편익시설과 함께 자원순환센터가 거주지 인근에 들어온다면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55%가 ‘수용’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기자가 “해당 설문조사의 세부내용 및 세부결과를 전달받을 수 있겠느냐”고 하자 시 관계자는 “(전달 여부는) 내부에서 얘기해 봐야 한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한편 시는 지역 상황에 맞고 실제 주민이 원하는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와 간담회, 설명회 등을 실시해 어떤 시설이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지역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은 주민들이 “수용하겠다” 내지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진행되는 것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설득’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결국 주민 설득을 통해 후보지에 소각장을 입점시키기 위해서는 ‘확실하고 변수가 없는 등가교환 가능한 카드’를 꺼내드는 것 외엔 묘책이 없는 상황인데 지금 시점에서 가능한 얘기가 아닌 만큼 당분간 이와 관련된 ‘진통’이 사그라지진 못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