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활성화를 위한 공간 개편’을 명목으로 레지던시 제도 폐지 등을 추진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의 활성화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다만 인천시가 전문예술공간의 정체성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이미 마음먹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이 토론회가 일종의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일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오는 28일(수) 오후 3시에 ‘인천아트플랫폼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토론회는 박정남 인천광역시 문화정책과장이 주제발표를 맡아 현재 준비중에 있으며 종합토론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를 좌장으로 해서 진행된다.
토론회 참석자로는 신일기 인천가톨릭대 문화콘텐츠학과장, 김아영 인더로컬 협동조합 대표, 박지선 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경력이 있는 이민하 작가, 장관훈 중구체육회장·개항동 주민자치회장, 안소연 미술비평가의 이름이 보인다.
재단은 이번 토론회에 대해 개관 15주년을 맞이한 아트플랫폼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진행하는 시민 공개토론회라고 밝혔다. “토론회 참여를 원하는 경우 사전 접수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
재단 관계자는 “토론회는 이 공간이 그간 축적해 온 운영 성과를 짚어보고 공공·시민·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함께 논의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단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향후 지역성 및 장소성을 고려한 활성화 운영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인데, 현재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 방침 자체가 얼마나 의문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따른다.
이미 인천시는 그간 전문예술공간으로 운영돼왔던 이 곳을 ‘활성화’를 이유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마음먹은 상황이기 때문.
이미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당시 김충진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아트플랫폼에서 약 300m 떨어진 문화공간으로 3억 여 원의 지원이 투입된 ‘제물포구락부’와 ‘인천시민애(愛)집’에는 지난해에 5만 명 정도가 왔다 간 걸로 추산됐지만 아트플랫폼은 면적이나 규모가 더 넓은데 절반에 못 미쳤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아트플랫폼의 기획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등에는 연간 30억 원 내외를 투입했지만 정량평가에서는 미흡하다는 판단이었고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서 지난 4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정책적 대안 등을 모색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행감에서 밝힌 김 국장의 발언은 그때 이미 아트플랫폼 개편과 관련된 거의 모든 방향을 정해놨다고 봐도 될 만한 부분이어서 행감 당시 그가 유경희 시의원을 향해 던졌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하시는 것 같은데”의 발언 등과 함께 꽤나 논란이 됐었다.
여기에 인천시가 공간 개편에 대한 내용을 이미 정해 놓고 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지역 예술계 등 시민사회 차원의 숙의과정을 전면 배제한 채 진행과정을 이끌어왔다는 점 역시 이 토론회를 좀 더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
레지던시 제도 폐지 등의 계획이 알려진 직후 “숙고의 과정이 하나도 없었다”는 예술계 등의 지적이 이어지자, ‘숙의과정이 있었다’는 핑계를 만들기 위한 ‘요식행위의 과정’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
더불어 재단이 엄연히 인천시의 ‘산하기관’에 해당되며 그간 아트플랫폼의 위수탁 운영 역시 인천시가 권한을 갖고 재단에 일임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마음을 먹은 시의 상태를 재단이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주제발표를 진행하는 인사가 인천시 문화정책과장으로 이미 공간 개편에 마음을 먹은 인천시 측 인사라는 점 등도 토론회의 의미 부여에 의문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재단은 자세한 토론회 정보는 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일 현재 재단 홈페이지에는 일정과 참석자 등 기본정보만 올라와 있을 뿐, 정확한 주제발표 내용이나 토론자들이 갖고 나올 세부 토론주제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