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방법원이 전세사기 건축업자인 ‘건축왕’ 남모씨(63)에게 법정최고형인 15년 징역형을 비롯해 공범들에게도 최대 1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실상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비교적 엄중한 처벌이 내려진 것이지만 피해자들은 범죄수익도 몰수할 필요가 있다는 등 원성이 잦아들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오기두)은 7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씨에게 징역 15년의 선고와 115억 5,678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명의수탁자 등 공범 9명에게는 최소 4년에서 최대 1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다만 공범들에게는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다시 공동범행에 이를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추징은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70대 노인 등과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상대로 범행을 했으며 범행 동기와 수법도 매우 불량했고 피해자 수와 피해 규모에 비춰 결과도 중하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에게 추가로 공분을 샀던 남씨의 최후진술과 관련해서도 “피해자들에게 ‘정부나 LH에서 피해를 구제해 줄 것’이라는 말은 자신의 범죄 행위로 발생한 문제를 사회와 국가가 해결해 줘야 한다며 전혀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것이며 재범 우려도 크다”고 엄중히 심판했다.
더불어 “이 사건으로 인해 임대차거래에 대한 사회공동체의 신의가 처참하게 무너졌고 청년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만큼 주범인 남씨에게 현행법상 허용된 법정 최고형에 가중처벌까지 적용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1일 남씨 측이 제출한 법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그는 “10개월간 격주로 2차례씩 8월 휴정기에 휴가도 반납한 채 51차례 공판을 진행하고 100명이 넘는 증인들을 신문,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도 모두 채택했고 반대신문 기회도 충분히 보장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의 변론종결 이후 재개 신청, 합의부 이송 주장, 법관 기피신청 등은 소송 지연 목적임이 분명해 이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전세사기 범죄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기죄 법정형은 최고형이 징역 10년이고 경합범 가중을 해도 징역 15년에 머무르는데 사실 법원은 그 이상의 형을 선고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입법자가 다수 국민, 대규모 침해 범죄에 대해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 등을 개정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을 보면 현행 법률이 이들 범죄로 하여금 다수 피해자의 주거생활 안정을 파괴하고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피해 등을 예방하기에 부족하다고 보는 것인데 앞서 검찰의 구형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 당시 남씨에게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에 해당하는 징역 15년을 구형하고 공범들에게는 징역 7~10년을 구형한 바 있는데 검찰의 구형과 상당히 비슷한 수준의 선고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앞서 오 부장판사가 밝힌 대로 현행 법률이 피해지원을 해주거나 예방을 하기에는 부족하는 의견이 중론화돼 가고 있는 만큼, 최소 수천만 원에서 억대 피해까지 발생된 피해자들의 분통은 사그라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날 피해자들의 모임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반성도 없이 계속 혐의를 부인해온 남씨 일당에게는 법정최고형도 모자란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남씨를 비롯한 공범 전원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 및 확대해 더 강력한 처벌을 적용하고 범죄수익 몰수와 추징 등을 통해 피해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는 입장이다.
남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의 자신이 소유한 공동주택의 임차인 19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48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들은 부동산 개발 관련 대규모 대출(PF)과 준공 대출금으로 건축 비용을 마련하고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사업비용에 쓰는 등의 과정을 반복하는 등의 수법을 통해 무려 2,700여 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검찰이 2차 기소해 재판 중인 사건을 모두 합하면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 사이 남씨 일당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563명에 피해 보증금은 무려 453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또 남씨가 2018년 1월 강원도 동해 망상지구 도시개발사업 부지 확보를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사의 공사대금 등 약 117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발견하고 추가 기소했다.
다만 이날 재판은 앞서 언급한 191명의 148억 원대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서만 진행된 것으로 다른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는 별건으로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