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의 한 장애인기관에서 일하던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을 고용당국이 ‘괴롭힘 행위’로 인정함에 따라 여러 후속조치들이 취해지면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지역사회 일원들도 가시적 투쟁은 일단 마무리를 하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들 하단 링크 참조)
1일 고 김경현 사회복지사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인천지역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해당 사건이 일어났던 장애인 지원기관의 운영주체 A사단법인이 총회를 열고 신규 대표이사 선출 등 안건을 처리했다.
A법인이 처리한 안건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대책위 측이 지목함)된 바 있는 전임 대표이사의 사임에 따라 새 대표이사를 선출하고 그간 대책위와 유가족 면담, 지역사회 투쟁 등으로 이어진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인천시, 연수구의 지도감독 및 시정조치에 대한 안건 등이었다.
고 김경현 사회복지사는 2022년 11월 A법인에 취업해 업무를 하던 도중 지난해 10월 4일 정상적으로 출근한 뒤 복도로 나와 8층 높이의 건물 바깥으로 투신하면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이후 김씨가 숨을 거두기 직전 “대표의 괴롭힘을 견디기가 힘이 든다, 이렇게 떠나 미안하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고 이후 김씨 소유의 휴대전화에 당시 대표이사의 갑질이 의심되는 녹취들이 여러 건 남아있는 점 등이 발견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이 유서와 메시지 등의 내용 중에는 전임 대표이사가 김씨에게 강압적으로 퇴사를 종용한 적이 있었고 일을 하다 부상을 입은 활동지원사가 문의해 산재 절차를 알려줬다가 사측으로부터 기관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라며 질책을 당했다는 내용 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의 사망 이후 시민사회진영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김씨와 생전 같이 일을 했었다는 전 동료들이 “전임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책상을 두들기며 야단치는 일이 다반사여서 김씨가 그에게 직언을 한 뒤로 괴롭힘이 시작됐다”는 등의 내용도 드러나면서 더욱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씨와 같은 근무한 인물의 전언으로는 그 일(직언) 이후로 전임 대표이사가 김씨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한 번에 30분씩 많게는 하루에 세 차례 불러 1~2시간 면담을 하는 등 괴롭힘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사무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B씨가 직원의 동선을 감시하기도 했다거나 활동지원사가 방문해 상담을 하는 날엔 상담 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면박을 줬다는 등의 내용도 있었다.
문제가 됐던 전임 대표이사는 2019년 경 기관 내에 당초 있지도 않았던 ‘관리팀장’이라는 직위를 만들어 취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는 “그가 취업한 뒤 사내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동료의 증언이 있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됐던 전임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나 올해 초 중부노동청은 A법인의 근로감독 결과 해당 법인 사용자의 위법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혀왔다. 즉 괴롭힘 행위가 나름 인정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대책위는 A법인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비롯해 인천시청 앞 시민분향소와 농성장 운영, 주기적인 집회 및 비상행동, 추모문화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민사회진영과 연대해 왔다.
대책위는 “지역사회의 연대 투쟁은 김씨의 사망에 대한 괴롭힘 인정과 적절한 행정조치를 이끌어냈고 가해자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간 인천시청 앞에 설치됐던 분향소와 농성장 활동은 마무리하지만 A법인의 신규 대표이사 면담을 시작으로 가해자가 조직에서 아예 사퇴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인천시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자리를 구성하는 등 제도개선에 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응호 정의당 부평구위원장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김씨의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그간의 선언운동, 집회 참여, 재정 후원 등 함께 해주신 모든 지역사회 일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