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사에 모인 고 김경현씨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일원들이 김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및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고 있는 기관의 해체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다같이유니온)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의 한 장애인 활동 지원 기관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가운데 이 사고가 소위 ‘갑질’이 원인이 된 사망 사고라는 의혹이 나오며 논란이 차츰 확산되는 분위기다. 

급기야 이 의혹과 관련해 전국 2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 기가회견에서 해당 기관의 대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지는 그림도 연출되고 있다.

10일 해당 사고의 사망자 고 김경현씨의 유가족과 민주노총 산하조합 ‘다같이유니온’, 그리고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와 인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민우회 등 전국 198개 시민단체들은 인천 소재 중부지방고용노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 김경현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바이며 중부고용노동청이 조속히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고인의 죽음의 원인과 사유를 제대로 밝혀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장애인 지원 활동을 하는 A기관에 취업해 일을 하고 있었다. 4일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했으나 이날 복도로 나와 8층 높이의 건물 바깥으로 투신하면서 급작스럽게 숨을 거뒀다.

그런데 김씨가 숨을 거두기 직전 “대표의 괴롭힘을 견디기가 힘이 든다, 이렇게 떠나 미안하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사전에 작성한 것과 김씨의 휴대전화에 대표의 갑질이 의심되는 녹취들이 여러 건 남아있는 점 등이 발견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유서와 메시지 등에는 대표 B씨가 강압적으로 퇴사를 종용한 적이 있고 일을 하다 부상을 입은 활동지원사가 문의해 산재 절차를 알려줬다가 사측으로부터 기관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라며 질책을 당했다는 내용 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씨와 생전 같이 일을 했었다는 전 동료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도 연출 됐다.

김씨와 같이 일한 적이 있다는 강재경 전 소장은 “생전 김씨가 항상 일찍 출근했을 정도로 근면했고 B씨도 이런 모습을 칭찬했던 적이 많은데 B씨는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책상을 두들기며 야단치는 일이 다반사여서 김씨가 B씨에게 직언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강 전 소장은 “이후로 B씨가 김씨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한 번에 30분씩 많게는 하루에 세 차례 불러 1~2시간 면담을 했는데 이때 김씨는 ‘면담 시간만큼 일하면 충분히 잘 할 상황인데 무척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강 전 소장은 김씨가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11월부터 함께 일을 하다가 올해 2월 정년퇴임해 김씨와는 약 4개월 여 함께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무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B씨가 직원의 동선을 감시하기도 했다거나 활동지원사가 방문해 상담을 하는 날엔 상담 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면박을 줬다는 등의 내용도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또 지난해 봄까지 이곳에서 근무했다는 한 노동자는 “2019년 B씨가 기관에 당초 없었던 관리팀장이라는 직위를 만들어 취업했고 그뒤 사무실에 들어가면 늘 인상을 쓰고 간섭을 하는 등의 정황으로 인해 사내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현재 가해자 의혹을 받고 있는 B씨는 김씨 유족 등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B씨는 한 중앙언론을 통해 업무가 미흡한 부분을 지적한 적은 있지만 소위 ‘선’을 넘지는 않았고 산재 신청 관련해서는 문제가 있는 기관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서 다른 보험을 선택하자는 취지가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김씨의 유족은 “전 직장에서 김씨가 해온 업무를 보면 미흡하거나 게을리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기관 감사 건 관련해서는 김씨가 취업 전까지 서류정리가 형편없었으나 김씨가 취업한 뒤 한 달도 안 돼서 거의 모두 정리가 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 사측이 “평소 우울증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가족들과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평소 밝고 명랑했다”면서 “사측과 대표의 해명과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재 반박했다.

현재 유족을 비롯한 이들 시민사회단체들은 노동당국에 ▲해당 기관(A기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철저한 진상조사에 이은 책임자 처벌 ▲해당 사단법인의 해산 및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지정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요구사항의 관철 등을 위해 특별 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어 “더 많은 시민사회·노동단체, 사회복지계와 함께 대책위를 구성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정을 넘어 국가인권위 제소와 민·형사상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김씨의 유족은 김씨의 시신을 현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하고 있는 상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이뤄질 때까지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유족 측이 밝혀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