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5.18 민주화운동(이하 5.18)을 폄훼하는 유인물 배포 논란과 관련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무소속)이 ‘의회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허 의장은 21일 인천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시의원들이 추진하는) 불신임안은 의결 요건에 맞지 않는 불법”이라며 “계속 밀어붙이면 불신임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함께 나를 모함한 언론사와 기자, 정치인들을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민주당 요구에 굴복해 자당(국민의힘)이 배출한 의장을 불법적으로 불신임한다면 과거 법률적 탄핵 사유가 미약한 박 전 대통령을 자당 의원들이 앞장서 탄핵한 사건처럼 금세 후회할 제2의 탄핵 사태로 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의장이 이렇게 자신의 불신임안을 부정하는 것은 현행 지방자치법에 대한 본인의 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법 제62조에는 지방의회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시돼 있는데 자신은 법을 어기거나 일(의장직무 수행)을 안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13일 의원총회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허 의장의 행위는 5·18의 국민적 정서에 반하며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의장의 의무를 도외시한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허 의장은 이번 9대 의회에서 ‘전반기 의장’직을 수행 중이다. 같은 지방자치법에는 시의원 4년 임기 동안 의장 및 부의장직을 전/후반기로 나눠 의원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이를 수행할 3명의 의원들(의장 1, 부의장 2)을 뽑게 돼 있다.
허 의장이 5.18 폄훼 유인물을 배포한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총선 정국을 우려한 국힘 시의원들은 의총을 통해 의장직만 내려놓도록 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이후 민주당 시의원들과도 어느 정도 협의하는 분위기가 마련됐었다.
당초 ‘의원직 제명’까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민주당 시의원들은 본인들이 40석 중 14석밖에 안되는 상황인 만큼 국힘 시의원들의 의총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의총 결과에 협의키로 하고 18일 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같이 제출했다.
그런데 허 의장이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의장직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은 물론 국힘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더는 눈감아주기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만약 국힘 의원들까지 허 의장에 대해 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허 의장은 의장직은 물론 의원직까지도 지키기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민주당 전체 의원 14명에 국힘 의원들 중 절반만 동조해도 제명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는 충족하기 때문.
시의회 국힘 원내대표이기도 한 한민수 의원(남동5)은 “가처분 소송 등을 신청하는 거야 본인 마음이지만 허 의장이 저런 태도만 일관하면 우리 당도 도와주기 힘들고 결국 의회 전체와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인 김명주 의원(서구6, 민) 역시 “허 의장이 의장직을 스스로 내려놓으면 윤리특위까지 가동될 가능성은 낮았던 분위기였지만 허 의장 태도로 인해 윤리특위 가동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