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5.18 폄훼 유인물을 인천시의회에 배포해 논란을 빚고 있는 허식 의장(무소속)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감싸기’에 돌입한 듯한 정황이 나왔다.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13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25명 중 현재 미국 출장길에 올라있는 3명(신성영, 이단비, 한민수)을 제외한 22명이 의원총회를 열고 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법 제62조에는 지방의회 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하지 않을 경우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야당 시의원들은 18일 의회에 발의, 23일부터 열리는 시의회에서 상정되는데 최종 본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과반이 충족되면 허 의장은 의장직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제1부의장인 이봉락 의원(미추홀3, 국)은 의총을 마친 뒤 “허 의장의 5,18 특별법 위반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단계이나 5.18 정신을 존중하는 우리 당의 뜻을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결정한 ‘불신임’이라는 것은 ‘의장직’에 대해서만 박탈하겠다는 뜻으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의원직 사퇴’와는 전혀 다른 의미다. 사실상 “의장직은 지켜주겠다”는 논리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허 의장에 대한 제명을 위해 김명주 의원이 위원장인 윤리특별위원회를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허 의장에 대해서는 의원직까지 없애야 한다는 것이 ‘지역의 민의’라는 논리를 세웠기 때문.
의원 제명을 위해서는 윤리특위를 가동해 여기서 성원의원(총 9명 중 5명 이상 참여) 가운데 과반이 찬성해야 하고 이를 본회의에서 전체 40명 중 3분의 2(인천시의회로 한정하면 27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의장에 대한 불신임은 윤리특위를 가동하지 않아도 되지만 의원직 제명은 필수인데 현재 상태로 보면 국힘 소속 시의원들이 사실상 민주당 시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윤리특위를 어떤 식으로든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윤리특위가 가동된다 해도 현 윤리특위는 국힘 6, 민주 3으로 이 역시 국민의힘이 과반이다. 이미 의총을 통해서도 ‘의장직 박탈’로 충분하다는 국민의힘 측 의중이 윤리특위에서 꺾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국힘 시의원들이 의총에서 내린 결정은 시민들의 우려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가재는 게 편’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며 “허 의장이 보여준 ‘탈당 꼼수’에 버금가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평복연은 조만간 인천 계양지역을 방문할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국힘 시의원들이 내린 의총 결정에 대해 올바른 결정인지, 허 의장의 논란에 대해 당 차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공개 해명을 하라”고 촉구했다.
평복연은 국힘 시의원들의 의총 결정이 한 위원장이 약속한 ‘5.18정신 헌법 수록’ 발언이 진정성 있는 결정이 아니라 총선을 앞둔 표심 잡기에 급급한 사탕발림이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만큼 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김모씨(50)는 “최근까지 같은 당적이었으니 ‘동성상응(同聲相應)’ 식으로 어떻게든 감싸기를 한 게 아니냐”며 “시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걸 본인들도 알겠지만 지금의 여론을 ‘지역 여론’ 쯤으로 알고 우습게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 윤모씨(38)는 “한 위원장이 인천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가 오기 전에 시의원들이 급하게 마무리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결국 지역사회 차원에서 한 위원장에게 강하게 따져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