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최근 재단 정기 이사회를 통해 사퇴 안건이 처리된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의 ‘중도 사퇴’ 결말을 놓고 민선 8기 유정복 시정부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들어 사의를 표명한 이 대표이사가 그전부터 유정복 시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고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유 시장이 시장도 되기 전인 인수위 시절부터 이 대표이사를 달갑지 않게 여겨온 게 아니냐는 의혹도 여러 과거 정황 등을 통해 나오는 분위기다.
28일 <뉴스통신>이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복수의 예술인 등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6월 당시 ‘직원 결원’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당해 7월 4일까지 서류 접수 마감을 하는 내용으로 공개 채용(공채)을 진행한 바가 있었다.
이 당시는 지방선거가 현 유정복 시장의 당선으로 마무리된 후 유 시장이 자신의 측근들로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시정 전반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을 시기로 당해 6월 14일을 기준으로 공고도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당시 유 시장의 인수위 측은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인천문화재단의 해당 공채를 보류하라며 ‘딴죽’을 걸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당시 유 시장 인수위 측은 유 시장이 7월 1일 공식 취임 이후 해당 채용이 적합한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채용이나 심의위원 등이 신임 시정부의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취지를 인천문화재단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는 인천문화재단 내부 결원에 따라 진행한 공채로 당해 6월 14일을 기준으로 이미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공고 및 세부사항 등이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공개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했던 상황이었다.
당시 인천문화재단은 공채 외에 미술품 민간심의위원 등을 함께 새로 뽑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미 시민들에게 공개가 된 데다 재단의 내부 정기인사에 해당되는 만큼 정해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은 그러면서도 “어차피 면접 등 과정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시점에서 진행되는 만큼 신임 시장의 시정 철학에 대해 협의 및 소통과정을 거칠 수 있다”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는 한발 양보할 뜻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이사 및 그와 가까운 관계의 예술인들은 유정복 시정부가 올해 복무 감사를 단행하기 이전인 시장 취임 직후부터 (이 대표이사에 대한) 사퇴 압박을 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공채 진행과정을 ‘자신의 시정철학’을 이유로 중단 혹은 보류 등의 요구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면 시민의 뜻을 따라야 하는 시장이 일종의 ‘월권’을 한 것이라는 비판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대로 당시 인천문화재단은 공채가 이미 시민들에게 공개된 만큼 억지로 보류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며 이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해 왔는데 이를 감안하면 유 시장이 이 대표이사를 ‘말 안 듣는 인사’로 여겼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어 보인다.
또 2018년 시민사회와의 갈등으로 숱한 논란을 겪었던 전임 대표이사의 사임 후 한시적으로 꾸렸던 재단 혁신위원회에서는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인천시장 추천 몫을 아예 없애고 인천시의회 추천 몫을 줄이는 대신 시민 몫 3명, 재단 직원 추천 몫 2명을 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인천시장의 ‘정치적 입김’을 원천 차단하고자 했었다.
실제로 이 대표이사는 혁신위를 통해 바뀐 구성의 추천위에서 고득점을 받아 대표이사로 선임된 케이스로 전임 박남춘 시장의 ‘코드인사’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그런데 유정복 시정부는 출범 후인 8월 시장 추천 몫을 2명으로 복원하고 시의회 추천을 2명으로 늘리는 등 다시금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추천위 구성을 다시 바꿔버렸다. 사실상 ‘퇴행’의 결과다.
여기에 시정부는 14년 간 ‘위·수탁 2년 갱신’의 방법으로 지난 14년 간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해 왔던 인천아트플랫폼의 운영 주체를 바꾸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현재 이 건물에 유망 예술가들을 입주시켜 양성하는 내용의 레지던시 사업을 폐지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확정한 상태다.
이에 올해 입주활동을 했던 14기 레지던시 작가들은 최근 약 15개의 시민단체 및 예술단체들과 함께 “유정복 시장은 재단조직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뜻을 함께 하며 유정복 시정부에 날선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인천시는 이 레지던시 제도를 폐지한 아트플랫폼 공간에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를 입점시키려 했으나 스타벅스 측은 이에 대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톡톡히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다.
작가들과 함께 공동성명을 낸 예술단체 및 시민단체들 외에도 지역사회 전반적으로는 유 시장이 너무 지나친 수준의 행정을 하고 있는 평가가 중론이다.
시장의 ‘코드 인사(내지는 낙하산 인사)’를 어느 정도는 용인하겠다 쳐도, 당시 공고가 모든 시민에게 공개된 상황의 공채마저 ‘시정철학’을 빌미로 보류를 강요하고 이를 시작으로 취임 전부터 기관장에게 압박을 했다면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정치적 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시선에 따라서는 당시 공채의 보류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이 대표이사에 대한 ‘지나친 보복행위’로도 비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당시 재단이 공채과정과 관련해 아예 귀를 닫는 행위를 보였다면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대로 무리가 없는 선에서의 양보 의사는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유 시장 시정부의 행정이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물론 인천시는 이러한 사퇴 압박 등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시는 이 대표이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자신의 개인적인 일신상 이유로 사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이사가 압박에 대한 정황들을 본인이 직접 밝혀오고 있는 데다 지역 예술계나 시민단체들이 단지 ‘뜬소문’을 가지고 공동성명을 낼 리가 없는 만큼 이미 그를 향한 유정복 시정부의 사퇴 압박 의혹은 유 시장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의 한 원로 예술인사는 “아무리 시 출연기관이라 하더라도 문화예술 지원단체인 문화재단은 사업 성격상 독립성이 엄격하게 보장돼야 하는 만큼 현 시정부의 대표이사를 향한 사퇴 압박 의혹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정부에서 지원금과 인사권 등을 무기로 재단 길들이기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행태이며 문화예술의 본질을 망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예술계의 팔길이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