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회가 법정처리시한을 넘기는 우여곡절 끝에 21일 저녁 시간을 앞두고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 처리했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최대 화두였던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은 ‘한시지원’의 명목으로 3천억 증액된 수준에서 마무리됐는데 인천시 입장에서는 ‘셀프’로 불용 처리한 420억 원의 예산이 더더욱 아쉽게 느껴질 만한 부분이 됐다.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통해 총지출 기준 656조 6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앞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대비 3천억 원 감소한 것으로 증액 내용은 3조 9천억 원, 감액 내용이 4조 2천억 원 있었다.
이번 국회의 예산안 처리내용 중 인천의 지역사회 차원에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이라면 아무래도 ‘인천e음’과 연관된 지역사랑상품권의 증액 여부와 규모 내용을 꼽을 수 있다.
인천 국회의원인 김교흥 의원(서구갑, 민)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당초 정부가 ‘전액 삭감’의 내용으로 제출했던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을 7천억 원 증액하며 정부 기조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런 지역화폐 지원 예산에 대해 ‘이재명 표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을 가동하면서 강하게 반발해 왔는데 이러한 정부여당 측 태도에는 여야를 불문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세 전향을 촉구했으나 인천시는 비교적 그러한 촉구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어 왔다.
실례로 인천시는 9월 기자간담회에서 인천e음카드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 예산안에 따라 내년 인천e음 예산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의 예산삭감 기조를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어왔다.
앞서 김교흥 의원실 측도 예결의 전 시점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의 증액 확정 여부에 대해서는 “뭐라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은 예결위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에 대해서는 삭감을 주장하는 여당과 증액을 주장하는 야당이 서로에 대한 ‘날’을 강력히 세워온 만큼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예산안 통과 내용을 보면 김 의원과 행안위가 ‘절반의 성공’은 한 셈이 됐다.
다만 당초 행안위가 의도한 7천억 원 수준보다는 ‘반토막’이 난 결과로 도출되면서 민선8기 유정복 시정부가 결정한 내년도 인천e음 지원예산의 내용은 더더욱 아쉽게 됐다.
14일 본회의 일정을 끝으로 올해 활동을 종료한 인천시의회서 통과된 인천e음카드 캐시백 지원은 올해 정리추경에서 총 예산 2,019억 원 중 419억 7천만 원을 집행하지 못하고 불용 처리했다.
지난해 유 시장이 인천e음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올해(2023년) 지원예산을 2천억 원을 편성했다”며 자랑처럼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420억 원의 불용액이 발생했다면 사실상 1,600억 원 미만의 예산만을 반영한 셈이 된 것이다.
국회 행안위가 당초 의도의 절반 수준밖에 성사시키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에서도 그만큼 지원 교부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걸 감안하면 ‘불용’보다는 ‘명시이월’로 처리했을 시 향후로도 캐시백 지원에 대한 일종의 ‘시드머니’를 확보할 수 있었던 만큼 ‘불용’ 처리를 고수한 인천시의 행정처리에는 아쉬움을 표시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 공무원은 “올해 다 못쓴 예산은 향후 소진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면 불용처리를 해도 되겠지만 사유를 적시하고 이월해 익년도에 그 목적으로 사용하게끔 하는 ‘명시이월’의 방법도 있다”며 “반복적인 행위가 아닌 이상 그게 현행법(지방재정법)을 위반한다거나 하지는 않는 만큼 사실 가능했을 방법이긴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천시가 반영한 인천e음 캐시백 지원의 내년도 본예산은 올해 2,019억 원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1,054억 원으로 확정됐는데 사실 420억 원의 불용액을 빼야 ‘사실상의 지원 규모’로 볼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지원 규모는 6백억 원 정도 수준인 셈이 된다.
인천시는 올해 인천e음카드 캐시백 방안과 관련해 “인천시 자체예산 외에 국회 교부금 추이를 보고 기존 혜택(일반업소 5%, 영세소상공인업소 10% 적립)의 요율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시가 ‘셀프’로 지원규모를 줄여버린 만큼 사실상 불용액을 이월로 처리했다면 안정적인 기존 요율을 지킬 수 있는 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었던 데다 국회 교부액수 추이를 본 뒤 올해 한시적으로 적용 뒤 종료되는 일반업소 7%의 요율을 최대한 길게 연장할 수도 있었던 셈이 되므로 지역사회 차원의 지적이 나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부분.
실제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인천e음 예산(국·시비 포함)은 2021년 3,443억 원, 2022년 3,063억 원, 올해 2,358억 원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지역화폐 예산지원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반대기조에 인천시도 사실상 ‘편승’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유정복 시장이 비록 외연적으로는 인천e음 캐시백에 대한 정부기조의 변화를 요구한 적이 없진 않았지만 취임 직후 캐시백 축소를 강행해 결국 지역사회 전반의 여론 악화를 자초한 과거를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의 삭감기조를 지역사회 여론보다 더 존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해진다.
또한 이후로도 연 30억 원 이상 매출의 지역업소에서 캐시백 적립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 꾸준히 혜택을 줄여 시민들이 인천e음카드에게서 손을 떼게끔 만드는 행보를 연출하는 것도 유 시장의 민선8기가 지역화폐 장려에 대한 ‘의지부족’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 같은 의지부족은 시민들의 사용 빈도로도 일부 증명이 되고 있는 상태다. 인천e음 총 결제액 통계는 민선 7기 말엽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2조 8천억 규모였으나 민선 8기가 출범하던 지난해 하반기 1조 7천억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엔 1조 6천억 규모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